권성동 자유한국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 검경수사권 조정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권성동 자유한국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 검경수사권 조정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자체 발의한 검·경 수사권 조정 개정안을 두고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반발음이 들려오고 있다. 

권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검찰의 수사 권한을 대폭 줄이고 수사 지휘권마저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검찰 수사권의 범위가 넓어지는 독소조항이 있어 검·경 수사권 조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경찰들의 주장이다. 

31일 경찰계에 의하면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은 검사의 수사 지휘를 삭제하고 대신 경찰에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한 검찰청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검찰청법 제196조(사법경찰관리) 중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대목을 삭제한다고 돼있다.

검사의 수사지휘 조항을 삭제해 검찰과 경찰을 상호협력 관계로 다시 세우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이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검찰이 경찰에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새로이 만들었다. '검사는 (중략) 사법경찰관리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수사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송치 요구 등 기타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개정안에서 밝혔다.

또 수사 요구를 할 수 있는 사안 8가지를 열거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 ▲경찰이 신청한 체포·구속, 압수·수색·검증 등 영장 청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변사사건 ▲검사가 접수한 사건 ▲사건관계인 등이 경찰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등 ▲인권이 침해가 우려되는 경우 ▲검사와 경찰이 동일 사건을 각각 수사하는 경우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이 조항을 살펴보면 검찰이 경찰에 수사 요구를 할 수 있는 경우는 사실상 기존의 모든 사건들이라는 게 경찰 측 의견이다.

수사 요구를 할 수 있는 사건 규정이 다소 모호하고 수사 요구가 가능한 시점을 정확히 밝히지 않다보니,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검사가 경찰 사건에 개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사 지휘를 없앤다고 하지만 '수사 요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사실상 수사 지휘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경찰 측의 입장이다. 

특히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 요구를 경찰이 불응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조항까지 신설했다. 기존 검찰청법엔 명시되지 않은 내용이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선 경찰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휘'라는 단어만 없어졌을 뿐, 오히려 검찰의 힘을 강화시켜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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