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약물 요법 ‘섬망·악몽·환각’ 부작용 보고되기도
비약물요법 우선 처방으로 심리·인지치료 유도해야

수년째 불면증으로 수면제를 달고 살던 50대 여성 이모씨는 최근 들어 남편과의 불화로 인해 불면증이 더 악화되었다. 이제는 그 잘 듣던 ‘졸피뎀’을 먹어도 잠이 오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신경정신과에서 항우울제 등 몇 가지 약을 추가하여 처방 받았지만 그 후로 생긴 악몽, 두통, 무기력감으로 몸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불안한 마음으로 한의원에 상담을 요청했다. 

자율신경검사와 DSM-5 설문조사, 한방진단을 통해 병의 원인을 간기울결(肝氣鬱結; 스트레스, 정신적 피로 등)과 심비양허(心脾兩虛; 심장의 혈액 부족과 비의 기 허약)으로 진단하였고 간의 기를 소통시켜 울체된 경락을 뚫어주고, 보기하며 심장으로 혈을 공급하는 약물치료와 침구치료를 2개월간 시술했다. 현재 이모씨는 수면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수면제 없이도 숙면을 취하고 간혹 잠이 오지 않는 경우에는 수면제의 0.5T 복용으로 해결이 되었다. 이제는 정상적인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이 가능해져 주 1회로 치료횟수를 줄이고 한약 복용도 중단했다.

최근 들어 불면증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불면증 환자는 2012년 40만3417명에서 2016년 54만1958명으로 5년 동안 34.3%(13만8541명) 늘어났다. 또한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높은 비율(63%)을 차지하며 연령대로는 50대에서 70대 사이가 전체의 약 60%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과거에 비해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삶의 질 또한 높아지는 데 반해 정신적으로는 더 각박해진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불면증은 잠이 들기 어렵거나, 자다가 깨서 다시 잠을 청하기 힘들거나,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무기력감이 드는 것 등 수면의 양이나 질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DSM-5(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진단기준에 의하면 이러한 증상이 일주일에 적어도 3일 이상 발생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불면증이라고 진단한다. 일반적인 불면증이 의심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1) 밤에 잠들기 힘든 기간이 한 달 이상 되었다 2) 잠자리에 눕고 약 20분 내에 잠이 오지 않는다 3) 수면 도중 자주 깬다(소변문제 혹은 이유 불문) 4) 새벽에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 다시 잠들기 힘들다 5) 수면부족으로 낮 동안 일상생활에 정신이 맑지 못하다 6) 밤마다 잠이 들지 않을까 봐 불안하다. 

하지만 불면증 환자들은 단지 수면의 양과 질이 떨어진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건강문제와 가족, 사회적 문제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낮 동안 심한 피로감으로 능률저하, 졸음운전, 의욕상실, 집중력 저하, 면역력 저하로 기존 질병이 악화되고 예민한 신경이 지속된다. 이로 인해 가족 사회적 관계에 문제가 부지불식간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불면증은 만성으로 이어질 확률이 전체의 21%로 높은 편이며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면증의 치료로는 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이 있는데 원인제거와 함께 비약물요법을 우선으로 사용한다. 비약물요법은 심리치료, 인지치료, 수면위생 등이 있다. 약물요법으로는 가장 흔하게 쓰이는 약물인 비벤조디아제핀 수면제인 ‘졸피뎀’ 이 효과가 빠르고 지속시간이 짧아 가장 흔하게 처방되는 약물이나 내성이 있고 섬망, 악몽, 환각 등의 부작용도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 

한방에서는 불면증이 불면(不眠), 실면(失眠), 불수(不睡) 등의 병증에 속하며 감정의 손상으로 간기가 통하지 않아 생각이 많아서 잠이 안 오는 간기울결(肝氣鬱結), 영기가 깃든 피가 부족하여 잠이 오지 않는 영혈부족(榮血不足), 갱년기 여성에게 많이 보이는 허열이 떠서 밤에 잠이 오지 않는 음허내열(陰虛內熱)의 병리를 보인다. 여기에 평소 오랜 기간 걱정으로 심장이 상했거나 갑자기 생긴 정신적인 일로 심장이 상해 불안하고 가슴이 벌렁거려 잠이 오지 않는 현상인 심담허겁(心膽虛怯), 위장의 소화장애로 생긴 불면인 위중불화(胃中不和)의 병리를 보이며 보익심비(補益心脾), 보혈안신(補血安神), 자음청화(滋陰淸火), 양심온담(養心溫膽), 거담청신(祛痰淸神), 소체화중(消滯和中)하는 치법을 사용한다. 

주로 불면증은 오장육부 중에 간(肝)과 연관이 많은데 이는 간이 인간의 감정상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것이 칠정상(七情傷)으로 인한 간기울결(肝氣鬱結)인데 여기서 말하는 간은 양방에서 말하는 간수치, 간염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7가지 감정상태가 너무 지나쳐서 간의 기운이 통하지 않아 몸이 상하는 것을 말한다. 칠정은 노희사비공경우(怒喜思悲恐驚憂) 분노, 기쁨, 집착, 슬픔, 공포, 놀람, 우울 등 7가지 감정을 말한다. 실제로 양방의 약물요법에 한계가 있는 환자들을 진단하면 대부분 이 칠정에 문제가 있고 현맥(弦脈)이 뜨는 등 간의 맥상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우 수면제의 양을 늘리거나 정신과 약을 더 쓸 것이 아니라 한방진료로 간 기능을 회복시키고 막힌 기운을 풀어주는 약물과 침구치료를 병행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불면증을 위한 생활요법은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매일 일정하게 하기, 매일 낮에 20분 이상 햇빛을 쐬기, 과도한 낮잠 피하기, 취침 5시간 전부터는 홍차, 커피, 콜라 등 각성효과가 있는 카페인 먹지 않기, 금연과 금주, 하루 30분 달리기, 평소에 취미활동 즐기기, 종교활동 등이 바람직하다. 또한 인간관계 중 무의식 속에 나를 괴롭히는 것이 있다면 설령 그것이 남에게 알리기 부끄러운 것이라고 해도 당사자 또는 가까운 사람과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이해와 위로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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