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의 성패는 분석법 아닌 활용도에 있다

주로 의류나 여성용 가방 등 고급 패션용품 분야의 특정 브랜드를 지칭하던 명품이라는 단어가 기업의 공격적 마케팅에 널리 활용되더니 이제는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서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골목 상권에서도 ‘명품 떡볶이’를 팔정도로 ‘명품’이라는 단어가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일찍이 T. 베블린은 자신의 ‘유한계급론’에서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과시적 소비’라는 개념으로 탁월하게 정리한 바 있다. 주식투자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떡볶이와 순대에도 명품이 있듯 주방용 칼의 명품으로 손꼽히는 것이 독일 헨켈의 쌍둥이 칼이다. 독일의 장인정신이 깃들인 명품이라는 제조사의 자화자찬을 배제하더라도 이 칼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꽤나 훌륭한 품질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이 칼이 환영을 받는 것은 가정의 부엌으로 한정되고 유명 식당의 주방에서 가장 명품으로 손꼽히는 칼은 따로 있다. 그 제품은 강철의 강도, 칼등과 칼날을 이어붙인 노하우 등에서 헨켈조차 자신들보다 한 수 위라고 인정한 일본 교토의 ‘아리츠구’라는 칼이다.

‘아리츠구’는 교토 니시키 시장에 소재한 공방 수준의 작은 가게에서 10여 명의 장인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그 역사가 자그마치 450년에 이르며, 생선회칼 50여 종류를 포함하여 길이와 용도에 따라 대략 450여 종의 칼을 생산하고 있다. 이 450여 종의 칼 중 최고의 칼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쓰임새에 따라 종류가 다를 뿐 순위를 매기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서점에 가면 수없이 많은 증권투자 관련 서적이 있다. 저마다 특출난 투자기법과 노하우 그리고 기술적 분석법을 가르쳐 준다고 한다. 또한 증권방송이나 매체를 보면 수없이 많은 투자고수들이 현란한 입담으로 천기누설의 투자노하우를 가르쳐준다고 한다. 그런데 아리츠구 최고의 칼이 존재하지 않듯 모든 경제 환경에서 모든 투자가에게 적용될 수 있는 투자법이나 분석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주식투자의 성패는 분석법이 아니라 그 분석법을 활용하는 투자자 자신의 감각과 실력에 의해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술적 분석에 환호하고 한눈을 팔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그럴 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기술적 분석은 과거의 차트를 설명할 뿐 미래의 주가지수를 예측하지 못한다. 이것은 기술적 분석이라는 것이 많은 투자자들의 기대와 착각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후행적이고 사후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적 분석으로 우리가 얻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힌트 혹은 참고사항이다. 주식시장에는 수많은 전문가와 투자고수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그들의 입에서는 매일매일 기술적 분석에 기초한 수많은 예측과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그 예측과 전망은 대단히 그럴 듯 하고 심지어는 멋있게 느껴지기까지 하여 우리는 어느 사이 그들이 불어대는 마술피리에 홀려 황야를 배회하게 된다.

투자에 임하는 개인투자자는 스스로 주식시장 주변에 출몰하는 그 무엇에도 현혹되지 않는 굳건한 평정심을 유지해야만 한다. 기술적 분석에 현혹된다면 차트 맹신에 빠져버리게 되고 투자고수라는 사람들의 감언이설에 현혹된다면 바닥 모를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 무엇엔가 현혹되는 순간 시장 전체를 관조하는 평정심을 잃어버리면서 시야가 급격히 좁아지기 때문이다. 전쟁터 전체를 시야에 넣고 진중한 자세로 전쟁에 임하는 총사령관과 순간순간 일희일비하며 편향되고 편협한 시야를 가진 총사령관이 전쟁터에서 맞붙는다면 최종적으로 과연 누가 승리하겠는가. 박지성 선수가 세계 최고의 클럽인 맨유에서 승승장구하는 것은 그가 경기 내내 지치지 않고 뛰어다니기 때문이 아니라 경기 내내 넓은 시야로 경기의 흐름을 읽어내며 경기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김헌률 HMC투자증권 분당지점 지점장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