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속 중국의 새 패러다임을 읽어라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로 유로존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중국을 위시한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이른바 BRICs 국가가 유로존에 자금지원을 자청하며 나섰다. 언뜻 사소해 보이지만 이는 그간 세계를 관통하는 패러다임이 변화했음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글로벌 경제를 견인했던 미국과 일본은 현재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 유로존의 사태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독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로존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내상이 너무 깊은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이들 BRICs가 나선 것이다. 이들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중국은 우리 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이를 계기로 다시금 중국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우리는 은연 중 이웃나라 중국을 무시하고 은근히 깔보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어딘가 촌스럽고 지저분하고 번잡하며 심지어 기괴하기조차 하다. 어설픈 짝퉁제품의 메카이자 무질서하고 심지어 엽기적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 잠재의식 속에는 중국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중국은 결코 무시하거나 만만하게 볼 나라가 아니다. 인류역사를 찬란하게 장식한 4대 문명 중에서 중국문명만이 유일하게 멸망하지 않고 현존하고 있으며, 인류 3대 발명품이라고 하는 제지, 나침반, 화약 모두가 중국문명의 산물이다. 우리가 중국보다 앞선 것은 고작해야 30년 남짓이며 그 이전 중국은 우러러보는 선진국이었고 동양의 중심이었다. 동양의 역사는 중국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서구 열강의 반인륜적인 아편전쟁 이래 심각한 내홍과 정치적 격변으로 다소 주춤했던 중국이 마침내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고 있다. 예일대 폴 케네디 교수의 예언대로 세계의 중심은 서서히 태평양과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으며 그 중심에 중국이 버티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중국은 전속력으로 달리는 거대한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후진국적 양태도 눈에 띄지만 발전을 담보하는 긍정적 요인도 많다고 할 수 있다. 풍부하고 근면한 노동력, 거대한 내수시장,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자본 그리고 반만년의 찬란한 문화 등이 그것이다.

이들 긍정적인 요인 중 가장 중국이 보유한 강력한 경쟁력은 중국을 이끄는 엘리트 정치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덩샤오핑의 개방정책 이래 불과 30여년 만에 중국이 미국의 뒤를 이어 G2가 된 것은 이들 탁월한 정치지도자들을 배출하는 인재시스템과 안정된 정치시스템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후일 중국을 이끌 지도자는 일찌감치 선택되어 20여년 간 혹독한 단련과 경쟁을 거친 후 조국의 부름에 응하여 주석 자리에 오르게 된다. 또한 중국의 리더가 될 사람들은 40대에 발탁되어 십수 년간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실력을 닦은 사람들이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살아남은 최우수 인재들이 준비된 지도자로서 13억 인구의 중국을 이끄는 것이다. 최근 미래 중국을 이끌 지도자로 선택된 시진핑 또한 오래 전부터 훈련받아온 차세대 지도자 중 한 명이었고 치열한 경쟁을 거친 최후의 승자라고 할 수 있다.


박한수 유진투자증권 전주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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