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향방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쓰나미가 8월부터 줄곧 대한민국을 위시한 전 세계 금융시장을 급격하게 뒤흔들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하루 3% 이상의 상승하락률은 이제 더 이상 이슈조차 안 될 정도로 우리는 어느새 그 변동성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실물경제에 기초하지 않은 유동성 공급은 대략 30개월 이후 경제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또한 작금의 혼란스러운 금융시장은 2008년 이후 세계 공조 하에 이루어진 유동성 공급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동성 공급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생산성 향상이나 실물 성장과 관련 없는 통화량 공급을 말한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미국을 위시한 전 세계는 금융으로부터 촉발된 위기, 즉 서브프라임 사태로 벌어진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덜고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30개월을 넘긴 현재 비로소 계산을 해야 할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결단코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경기침체와 물가앙등이 동시에 벌어지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의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는데, 딱한 것은 이를 저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이머징 등 모든 국가들이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에서 갈 길 몰라 하는 동안 세계경제는 더욱 혼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의 경우만 하더라도 과도한 유동성과 그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베이비스텝이 아니라 전격적인 금리인상이 마땅하지만 이는 곧장 가계의 이자비용 상승과 부동산 침체 등을 야기할 것이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만약 정부의 재정정책, 금융정책이 적기에 실행되지 못한다면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어떠한 정책수단도 백약이 무효인 상태에 접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금주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결정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연일 주가가 요동치고 금, 원유 등의 가격이 난폭하게 오르내리는 사이 전 세계가 다시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고 모두들 미국만 쳐다보고 있는 상태이다.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유럽판 양적 완화정책이라고 할 EFSF(유럽재정안정기금)의 확대를 결의했지만 그 효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질 것인데, 찍어내는 순간 그 즉시 돈이 되는 달러와 달리 유로는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의 양적 완화 외에는 답이 없어 보이며, 지난 주 따가운 시선을 견디다 못한 미국 연방 준비위의 버냉키 의장이 마침내 유동성 공급을 시사했고 그 덕에 세계증시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은 하루하루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로 요동치고 있으며, 언론은 연일 위기를 말하는데 과연 주식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다. 이에 대하여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몇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을 언급하자면, 그것은 바로 펀더멘털과 유동성이라고 할 수 있다.

펀더멘털의 경우 사실 다소 비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경제가 위축되며 이에 따라 당연히 기업들의 실적 또한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곳은 중국 등의 이머징 마켓이라는 생각이다. 금융업으로 흥한 미국과 유럽이 금융업으로 곤란을 겪고 있으므로 이제부터 글로벌 투자자의 시선은 당연히 금융업이 아닌 제조업으로 쏠릴 것이며, 누가 뭐래도 현재 제조업 강국은 중국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소동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 중국의 물가가 안정을 되찾고 과열을 식히기 위해 시행하던 긴축의 고삐를 푼다면 글로벌 유동성은 결국 중국과 이른바 중국 효과로 재미를 보고 있는 대한민국으로 다시 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한수
유진투자증권 전주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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