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의 함정

인류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위인 중 카이사르라는 인물이 있다. 고대 로마의 명장이자 정치인이자 걸출한 문필가로 명망이 높다. 장군으로서 그는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로마의 영토를 확대하였는데 현재 유럽지도는 바로 그가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현대 프랑스에 해당하는 갈리아와의 전쟁기를 스스로 기록하여 우아하고 유머러스하며 뛰어난 문체를 후세에 남긴 뛰어난 문필가이기도 하다.

정치인으로서 그는 로마의 영토가 현재 서유럽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중동지방에 이를 정도로 광대해지자 원로원이 이끄는 기존 공화제로는 효율적인 통치가 불가함을 깨닫고 이를 군주정으로 전환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천년 제국을 위한 국가개조에 돌입하며 카이사르가 떠올린 생각은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 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스스로 보고 싶은 것만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카이사르의 심고원려한 정치력은 실로 탁월하고 교묘한 것이었다. 왕정이나 군주정이라면 치를 떨던 당대 로마시민들은 이미 실질적으로는 완벽한 군주정 체제에 살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공화정 체제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공화정이면서 실제로는 군주정인 그 정체불명의 애매모호한 통치체제는 상당 기간 동안 계속된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투자와 관련한 중요한 원칙을 한 가지 배울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편향’, 즉 ‘스스로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는 왜곡된 시각’의 위험성이다. 우리가 주식투자를 위해 파동원리를 배워 적용하고 동시에 수많은 차트를 분석하는 동안 우리 스스로는 대단히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매번 스스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확신하겠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자주 비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美프린스턴대학 심리학자 오펜하이머와 알터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89개 종목을 무작위로 선택하여 이를 1년 동안 관찰한 결과 발음하기 쉬운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수익률 차이가 33%이상 벌어졌다는 실증적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것은 발음하기 쉬운 기업은 과대평가하고 발음하기 어려운 기업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투자자에게 명백하게 비합리적인 편향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편향됨은 사실 우리가 매일매일 범하고 있는 어리석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투자자가 A라는 종목을 매입했다고 하자. 그가 매입에 나선 것은 어떤 원인에서건 스스로 매입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이후 그 투자자는 상황이 어떠하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경제신문을 읽고 뉴스를 접하고 심지어는 차트를 들여다 볼 때도 그 투자자는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 하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자신도 모르게 외면하게 된다. 스스로 상승 쪽으로 포지션을 잡고 있으면 ‘호황’, ‘상승여력 충분’, ‘증거금 규모 늘어’ 등의 우호적인 기사에만 눈길이 가게 된다. 반면 ‘시장이 과열’, ‘상승 여력 축소’, ‘투자비중 줄여야’ 등의 쓰라린 조언에는 애써 눈길을 거두게 된다. 스스로 탐욕으로 인한 ‘편향’의 덫에 갇혔다는 사실을 정작 자신은 모르게 된다.

주식시장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아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고 오히려 이것은 패망에 이르는 지름길이 된다.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보이는 것을 보이는 그대로 직시’해야만 한다. 그것이 때로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경험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완전히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기웅 메리츠종금증권 수원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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