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면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 아무개(41)씨 역시 지난해 연말, 12년 동안 근무했던 직장을 나와야 했다. 회사는 이 씨에게 1년치의 위로금을 건넸지만, 아직도 그는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직장 생활을 제외하고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위로금을 은행에 넣어두기도 마땅치 않고, 사업을 시작하자니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 이 씨의 얘기다. 지금 주위에는 이 씨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일요서울>은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우여곡절끝에 회사 사장으로 변신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숨은 사연을 들어봤다.

건물청소업체 ‘크리니트’ 오 훈 사장(38)

“전문가와 상의해 시작 하세요”청소업 유망하리란 정보얻고 기술 배우고 장비마련초기 4,000만원 투자로 1년만에 가맹점 3개 거느려2003년 봄은 그에게 따뜻하지 않았다. 2002년의 뜨거웠던 월드컵의 열풍, 그 열기를 담아 회사는 외국기업과 합작을 시작했고 뜻하지 않게 구조조정의 칼날을 직원들에게 들이댔던 것. H그룹 에너지 사업본부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에게까지 여파가 끼쳤다.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회사를 관두게 됐죠. 벼랑 끝에 선 기분으로 ‘청소업’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창업 컨설턴트로부터 이 사업이 유망하다는 정보를 얻었거든요. 무엇보다 외식 업 등에 비해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데 마음이 끌렸습니다.”돈을 많이 투자하면 그만큼 위험률이 높다고 생각했던 그는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청소업을 택했다.

초기 투자 비용은 4,000만원. 오 사장은 신식 청소장비를 마련하고, 직접 발로 뛰며 전단지를 배포했다. 전문청소업체에 대한 인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아무 건물에나 들어가 건물주들과 안면을 트고 무료로 청소해주는 일도 마다 하지 않았다 “기존 업체들이 쓸고 닦는 식의 옛날 청소법을 고수했다면 저는 좀더 전문적으로 하고 있어요. 최신 장비와 새로운 세제, 약품을 사용하죠.” 선진화된 청소 기술을 배우기 위해 외국 청소업체에 직접 들어가 일을 배우기도 했다는 오 사장. 이렇게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6개월이 지나면서 200~300만원에 이르던 수익이 500~600만원을 넘기 시작했고, 대학까지 나온 놈이 왠 청소냐며 반대하고 안 좋게 보던 시선들도 점점 걷히기 시작했다.

이제 창업 1년 만에 가맹점을 세 개나 거느린 어엿한 법인의 사장님이 된 그. “우리나라에서는 청소업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진 못합니다. 하지만 몸을 써서 일하는 만큼 청소는 노력에 대해 정직하게 대가가 돌아오는 일입니다. 초기 비용이 총 1,000만원이 안될 수도 있구요.” 그는 꼭 돈이 많이 있어야 창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눈을 다른 데로 돌려 넓게 볼 것을 권한다. 소문에 끌려가지 말고 컨설턴트 등 전문가를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광촉매코팅업체 ‘티오즈’목원호 사장(45)

창업준비의 기본은 정보수집페인트 가게 일부공간에 1,200여만원 들여 창업시작한지 1년만에 월수입 500만원선 ‘짭짤’한화그룹 갤러리아에서 일 하다 구조조정 후 지난해 5월 창업한 목원호 씨. 인원 감축으로 회사에서 퇴직한 후 한동안 일을 놓았던 그는 요즘 밥 먹을 틈도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가 새로 시작한 일은 광촉매 코팅. 새집 증후군을 없애고 맑은 공기를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어 웰빙 바람을 타고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직업이다.“인터넷에서 새집 증후군이 뜨는 걸 보고 시작했어요. 여기 저기서 정보를 모으니 전망이 있는 것 같아 대리점을 시작했지요.”그가 투자한 창업비는 총 1,250만원. “아는 분 중에 페인트 가게를 하시는 분이 있어서 같이 동업을 시작 했어요. 보통 창업비가 2,500만원인데 기존의 가게에 들어가는 형식으로 했더니 반으로 쑥 줄더군요.”매달 들어오던 고정 월급이 없고, 영업 노하우가 없어 처음엔 꽤 고군분투했다는 그.

영업과 홍보를 위해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일도 녹녹지 않았고, 저렴한 유사품이 많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처음엔 모델 하우스를 돌아다니면서 전단지 돌리고, 신축 아파트에 가서 여기 저기 홍보를 했어요. 고객들에게 광촉매 코팅을 자세히 알려주기 위해 책을 보고 공부도 했고요.”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발품 파는 일이 최고라고 말하는 그는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과거 대기업에 다닐 때보다 훨씬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월 수입은 500만원 선. 아침에 작업을 끝내면 저녁에 돈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오래 걸려도 1주일 내에 수금이 되기 때문에 돈의 흐름이 훨씬 안정적이라고 한다.무엇보다 직장을 다닐 때면 일찍 출근하고 퇴근 시간을 지키는 등 늘 매어있는 생활이었지만 지금은 스스로 시간 조절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그는 창업 성공의 비결로 정보력과 노력을 꼽는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 저도 원예, 조경 자격증이 있었지만 자본이 부족해 시작하지 못했거든요. 정보를 얻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일을 선택하고 노력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