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합법적으로 마약을 경험한 부유층 자제들…국내서 마약하다 구속

3월 14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인천세관 마약조사과 직원이 미국, 캐나다의 대마 합법화에 따라 적발건수가 증가한 전자담배 카트리지, 젤리, 쿠키 등 다양한 형태의 대마 제품들을 진열하고 있다. [뉴시스]
3월 14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인천세관 마약조사과 직원이 미국, 캐나다의 대마 합법화에 따라 적발건수가 증가한 전자담배 카트리지, 젤리, 쿠키 등 다양한 형태의 대마 제품들을 진열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벌 3세 황하나 씨가 2011년, 마약 사건으로 미국에서 추방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황 씨를 잘 안다는 한 제보자는 1일 동아닷컴에 황하나 씨가 2011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추방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황 씨는 미국에 유학 중이었다.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재벌자제들의 마약 사건과 관련해서도 공통점이 있다. 이들 모두 유학파라는 것. 이들은 대체로 해외에서 유학하는 동안 대마초 등 마약을 접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요서울은 일부 부유층 자제들의 일탈에 대해 알아본다.

 미국‧유럽 일부 주(州) '대마' 합법…거리낌 없이 접해
 경찰 “해외 유학생 대마 흡연 지속해서 단속할 것”

최근 마약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재벌 3세들은 모두 해외 유학파다. 유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마약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에 노출돼 있는 만큼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에게 마약을 공급한 이 모씨 또한 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재벌가 자제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마약 범죄 루트 중 하나가 바로 해외 유학생

모 신문에 따르면 사업가 아버지를 둔 A(30대)씨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19세 때 입학한 주립대학교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대마초(마리화나)를 처음 피웠다. 이 대학이 있는 주(州)는 의료용으로 대마가 허용되는 곳이어서 죄책감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호기심에 한번 빠져든 ‘환각의 늪’은 쉽사리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A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귀국해서도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군 복무 중 우울증을 심하게 겪으면서 대마에 의지하는 횟수는 늘어났다. A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대학 선ㆍ후배들과 대마를 구입해 집단 흡입하며 쾌락을 즐겼다.

지난 2015년에는 해외 유학도중 대마에 손을 댄 사회 지도층 자녀들이 귀국 후에도 서울 강남 클럽 등지서 대마 ‘환각파티’를 벌여오다 경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대마를 구입해 피운 혐의(마약류 등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A씨 등 20여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미국 등 해외에서 재배된 대마를 판매한 혐의 등으로 김 모(미국 국적)씨도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30대 초ㆍ중반의 비슷한 또래로 김 씨 등으로부터 1g당 20만원에 대마를 사들여 강남, 이태원 등지의 클럽과 원룸 등에서 은박지에 말아 수차례(회당 0.5g) 나눠 피운 혐의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싱가포르, 인도 등의 유명 대학에서 무역학, 경제학 등을 전공한 해외 유학파들로, 유학 당시 배운 대마초를 귀국 후에도 계속 흡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대기업, 유명 어학원 등에 다니면서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올(THC) 함량이 국내산보다 3~4배 높은 미국산 대마 등에 손을 댔다. 일부는 범행이 알려질 것을 우려, 결혼을 앞둔 여자 친구까지 끌어들였다.

적발된 이들 가운데는 변호사와 예비역 준장, 중소기업 대표의 아들 등 사회지도층과 재력가 자녀도 다수 포함됐다. 수사 과정에선 상당수가 서초동 전관 변호사를 대동해 ‘방어권’을 행사했고, 일부는 해외 체류 중 은밀히 입국해 조사를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등 대부분은 경찰 조사에서 “유학생활 때 대마초를 처음 접했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피웠다”고 진술했다.

'액상대마' 국내 밀반입 적발 쉽지 않아

이에 대해 한 경찰관계자는 "주(州)마다 다르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대마를 합법화한 곳이 많다"면서 "해외유학 시절 별다른 거리낌 없이 대마를 접하게 된 상류층 자재들이 귀국한 뒤에도 계속 대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액상대마'는 국내 밀반입 과정에서 적발이 쉽지 않아 이들의 범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모 감시를 벗어난 해외 유학생들의 무분별한 대마 흡연을 지속해서 단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마약류 범죄가 특정 계층에 집중된 현상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7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전체 마약류 사범 중 무직(28.8%)이 가장 많았으며 노동(3.8%), 회사원(3.7%), 농업(3.5%), 공업(1.7%)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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