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분야별 재테크 기상도


고객 입장에서 점쳐지는 새해 금융 분야별 기상도는 크게 둘로 나뉜다. 은행과 카드사는 흐림이고 보험사는 맑음이다. 은행의 경우 대출 및 예금 금리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돈을 빌려 쓰는 일반인들의 주름살이 늘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고정금리 및 장기대출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또 1년 이하 단기특판예금 가입도 늘 것으로 보인다. 반면 1년 이상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은 인기가 떨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고객들이 은행보다 이자를 더 주는 저축은행, 금고 등 제2금융권 예금상품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추세다.

카드상품 쪽은 포인트 부가서비스 축소와 사용한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자연히 시장이 그렇게 밝지 않다. 새 주유카드 할인·적립혜택도 줄어든다. 정부 규제가 강화 되면서 생겨나는 현상이다. 가입자들에겐 그만큼 손해를 보게 돼 반발이 예상된다.

보험은 방카슈랑스 3단계 확대시행이 올봄부터 예고돼 있다. 보험사와 은행 간의 영역다툼이 치열해지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보험 상품을 은행에서도 팔 수 있게 돼 고객들이 보다 적은 부담으로 가입할 수 있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노후준비 연금보험이 활성화될 움직임이다.


은행

자금난으로 은행들이 우대금리 폐지, 여신심사 강화 등으로 대출을 옥죄고 있다. 돈줄이 말라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은행금리의 잣대인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와 유통흐름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CD금리는 지난해 11월 10일부터 오름세를 타기 시작, 새해 1월 9일까지 두 달간(거래일로는 39일) 닷새를 빼곤 다 올랐다. 지난해 11월 9일 5.35%였던 게 올 들어 지난 9일 5.88%까지 올랐다. 두 달 동안의 상승폭이 0.53%포인트에 이른다.

CD금리가 오르자 은행채 등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경우 91일짜리 CD금리, 즉 유통수익률을 바탕으로 정해진다. CD금리의 오르내림에 직결돼 있다는 얘기다.

은행과 증권사 신용대출도 CD를 팔아서 마련한 돈으로 이뤄진다. 돈줄이 마른 은행들이 CD를 대량으로 쏟아내면서 금리가 뛰고 있다.

CD를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많아 값이 떨어지고 있다. 자연히 시중금리는 오르게 된다. CD도 시장원리가 접목되고 있는 것이다.

변동금리 담보대출금리의 경우 8% 중반 대를 향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8월 말 7.52%였던 최고금리가 최근 8.11%까지 올랐다.

또 은행채 금리에 영향을 받는 고정금리 대출금리는 곧 10%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신한은행의 ‘신한장기모기지론’(3년 고정)의 최고금리는 9.5%로 한 달 전보다 0.63%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에 적용하는 최고금리는 10%를 넘어섰다. 우리은행은 최근 신용대출 형
태별 가산 금리를 최고 0.5%포인트 올렸다. 그 결과 이 은행의 신용대출 최고금리는 10.5%가 됐다.

한국씨티은행의 신용대출 최고금리는 11.34%에 이른다.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과 신용대출금리 역시 10%를 넘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올해도 주식시장으로 돈이 계속 몰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은행의 자금사정은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며 “CD와 은행채 발행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세는 상반기 내내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10년 이상 장기 모기지론과 고정금리 주택대출 상품수요가 커질 전망이다. 반면 변동금리주택대출은 눈덩이처럼 느는 이자부담으로 고객들 관심에서 멀어질 게 뻔하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설날이 들어있는 2월엔 돈 구하기가 무척 힘들 것’이란 소리가 들린다.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시중자금이 넘쳐났던 지난날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신용대출 받은 은행과 돈거래를 늘리면 신용평가에 유리해진다. 해당 은행에서 예ㆍ적금 상품에 들거나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등 거래실적이 늘어도 신용평가에 혜택을 볼 수 있다. 은행들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겨냥한 다양한 형태의 복합예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을 때 할인혜택이나 포인트 적립 등 부가서비스 혜택이 기존 카드보다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당국이 카드사들의 과당경쟁 자제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 지난해 여름부터 새로 발급된 주유카드의 할인과 적립 폭이 줄고 일부 주유카드는 신규발급이 끊기기도 했다. 그러나 발급을 받아쓰고 있는 카드혜택은 만기일까지 유지된다.

신한·삼성·현대·롯데카드 등 전업계 카드회사 이용고객의 사용한도가 줄어든다.

이들 회사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이 강화돼 카드사들이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서 일부 고객들의 신용판매와 현금서비스한도를 줄인다.

그러나 고객들에게 유리한 점도 있다.

1년 이상 쓰지 않은 ‘잠자는 카드’ 해지가 쉬워지는 것이다. 카드회사들이 이메일·문자메시지(SMS)·전화 등으로 휴면카드 보유사실을 알려준다. 이때 고객이 ‘카드를 없애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 해당 카드는 해지된다. 이번 기회에 불필요한 카드를 과감히 없애버리는 것도 재테크 요령이다.


보험

올해는 보험상품이 재테크의 한축으로 터를 잡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금보험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보험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변액보험상품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보험업법 개정으로 보험사가 고객들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보험사의 투자자문·일임업 겸영이 허용됐다.

또 자회사 소유 규제와 파생상품 자산운용 규제 또한 완화됐다.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 시행될 2월부터는 지급결제 업무도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의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이 상승세란 점도 소비자들에겐 희소식이다. 보험사 공시이율은 은행의 예금금리에 해당한다.

연금보험 같은 저축성보험에 붙는 이자를 일컫는다. 공시이율이 오르면 기존 가입자들이 받는 보험금액이 늘고, 새 가입자에겐 보험료 인하효과가 있다.

보험사들의 공시이율은 5%대다. 이처럼 보험시장 전망이 밝게 점쳐지면서 주식시장에서의 보험사 관련 주식가격 오름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물론 펀드시장도 계속 뜨거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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