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수건도 한번 더 짠다

짠돌이 경제스쿨 홈페이지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연봉 3300만원 시대.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는 물가상승에 비해 월급봉투는 얇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재테크는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이에 뜻을 같이하는 평범한 사람들 하나, 둘 모여 재테크를 위한 그들만의 영역을 만든 곳이 있다. 60만 재테크 최고의 카페인 ‘짠돌이 경제스쿨’이다. 순간 접속자만도 500~600여명. 이들의 재테크 핵심은 ‘절약’이다. 무작정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모으고 알차게 쓰는 방법들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들은 함께 온·오프 할인매장, 최저가 쇼핑정보는 물론, 절약 노하우, 가계부 쓰기 등을 실시해 좀 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교류한다. 대한민국의 짠돌이, 짠순이들의 모임 ‘짠돌이 경제스쿨’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재테크 비법을 들어본다.

재테크하면 현대인들은 부동산, 주식, 펀드 등 크게 3가지로 생각한다.

그러나 부동산은 각종 세금, 주식과 펀드는 불안정한 수익구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라면 쉽게 돈을 벌기 힘들다.


결혼 5년차 주부 5천만원으로 3억 만들기

재테크는 소위 가진 자의 여유 돈처럼 생각되지만 짠돌이 경제스쿨의 회원들은 생각이 다르다. 적은 돈이라도 알차게 굴려 종자돈이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보를 교류하는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게는 최저가 쇼핑몰을 알려주거나 혹은 벼룩시장을 이용해서 생활용품 등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가정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싸게 살 수 있게 한다.

크게는 경제스쿨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재무 설계, 펀드, 주식, 보험설계. 부동산, 경매 등을 함께 공부한다. 또 현직 보험사, 재무 설계사, 세무사, 은행원 등의 회원들이 중심이 된 각계 전문가들이 상담사로 활동하며 조언해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카페를 대표하는 것은 회원들이 직접 재테크 노하우를 적어 놓은 코너다. 이들이 박봉을 쪼개서 저축하고 있는 상황을 낱낱이 적은 ‘한 달에 10만원살기’와 ‘우리가 슈퍼 짠 가족’이라는 코너다.

특히 5천만 원으로 3억 만들기라는 글을 쓴 jjoyoo라는 아이디는 스타가 됐다. 산업자원부장관으로 부터 받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에너지 절약 시민상을 받았고 kbs2 ‘감성매거진 행복한 오후’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전직 웹 디자이너이자 현직 가정주부인 그녀가
결혼 5년 만에 6배의 돈을 불린 것이다.

그녀가 강조하는 재테크의 비결은 주식투자는 꾸준한 공부와 연구를 통해서, 저축은 원금보장이 되는 돈까지 모아 이율이 조금 더 높은 상호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것이다. 또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와 ‘자급자족’을 철칙으로 한다. 하지만 무조건 절약만을 하지 않는다. 쓸 땐 확실히 써야 진정한 알뜰 족이라는 것이다.

특히 결혼기념일이 있는 홀수 년에는 홍콩, 태국, 유럽 등의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또 불우이웃돕기가 있으면 ARS에 빠지지 않고 거리 좌판에 장애우가 파는 물건이면 작은 돈이라도 놓고 온다. 그러나 그녀의 재테크에는 커다란 뜻이 있다. 2010년에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여자 아이 하나를 입양해 키우는 것이다.

‘난 악마다’라는 아이디는 회사 입사 4년차에 9천 만 원 모은 사연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그는 “4년 동안 한 벌의 옷도 사 입지 않고 이불은 안 쓰는 이불 얻어다가 빨아 썼다”며 “양말은 9백 원짜리를 사서 2년 넘게 신고, 구멍 나면 몇 달 더 신고 눈에 띄게 구멍 나면 발가락에 끼워서 보이지 않게 신었다”고 밝혔다. 그는 월급에서 90%를 저축하고 있으며 현재 나이 27살 2008년 12월에는 1억 5천을 돌파한다.

그러나 성공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 친구에게 사기 당한 1억 원 갚는 재미로 살아가는 이야기, 시집오기 전 카드론 대출받은 돈을 남편 몰래 7년간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가 3천만 원이 된 사연, 혼자 살면서 외식비로 50만원씩을 쓰는 20대 여성의 고충 등 다양한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도 있다.


사기당한 1억 갚는 재미도 ‘솔솔’

60만 3647명이 가입한 부동의 1위 재테크 카페, 회원 대부분이 억대연봉이나 잘나가나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한 달에 100만원~ 200만원을 받아 쪼개고 절약해서 종자돈을 만들어가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카페에서는 우리 시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재테크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재테크는 얼마를 버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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