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없는 루머에 울고 웃는 미래에셋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자산운용 매니저의 선행매매 괴담으로 한동안 홍역을 치렀던 미래에셋이 이번에는 위탁매매수수료 괴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증권사의 수수료 인하가 잇따르면서 최근 미래에셋이 수수료를 아예 ‘0%’로 내리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래에셋 괴담’을 되새겨봤다.

최근 우리 증시에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후폭풍과 중국 증시의 조정으로 게걸음 장세를 보이면서 부쩍 출현하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바로 ‘루머’라는 유령이다.

증시에서 루머는 때론 투자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닌 땐 굴뚝에 연기 날까’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좋은 루머가 돌면 주식을 매입
하고, 악성 루머가 터지면 주식을 팔아 해치운다.


지난해 선행매매 괴담 후끈

실제로 증권선물거래소가 지난해 조회공시 답변을 유형별로 집계한 결과, 증권가에서 나도는 소문 10개 중 7개는 근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말이 증시의 대표적인 격언으로 꼽힐 정도다.

그중에서도 미래에셋 루머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래에셋을 빼놓고는 한국 증시를 말하기에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파괴력이 컸던 루머 중 하나는 지난해 11월 23일 증시를 강타한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 매니저의 ‘선행매매 괴담’이다.

이날 증권가에서는 메신저를 통해 “자산운용본부장이 투자예정 기업 주식을 개인적으로 미리 사들여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회사 내부 감사에서 들통나 곧 검찰 고발당할 예정이고 펀드 매니저들도 교체될 것”이라는 내용의 괴소문이 떠돌았다.

비록 미래에셋이 “사실 무근이고 유포자를 밝혀 법적 조치하겠다”고 밝히면서 하락폭은 줄었지만 루머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소문이 돌자마자 미래에셋증권과 자산운용이 투자한 종목들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다음날부터 미래에셋 보유 종목들은 모두 반등랠리에 접어들었다. 루머에 놀라 내다 판 개인들은 피눈물을 흘린 셈이다.

미래에셋을 둘러싼 루머는 이뿐만이 아니다. 올 초 중국 관련주들이 급락하면서 시장 관심이 미래에셋운용의 국내 주식형 펀드로 쏠렸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등 조선ㆍ철강ㆍ기계ㆍ해운 업종을 공격적으로 편입하며 수익률 선전을 이뤄냈던 미래에셋 펀드들의 향후 포트폴리오 조정(리밸런싱)에 대한 궁금증이다. 자칫 미래에셋이 보유 물량을 던질 경우 중국 관련주 주가 하락은 물론 자체 펀드 수익률 악화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국 관련주가 망가지면 미래에셋 펀드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 “누군가 의도적으로 미래에셋 보유 종목을 팔고 있다” “미래에셋이 ‘펀드런’ 주범이 될 수 있다”는 등의 루머까지 나돌았다.


수수료 0% 검토설 사실무근

이에 미래에셋운용은 “이머징시장 성장은 지속될 것이며 국내 관련 종목 실적 향상도 꾸준할 것이란 관점은 여전하다”며 “업종ㆍ산업별 분산투자를 병행하면서도 기존의 이런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하기에 바빴다.

최근 몇 개월 간 잠잠했던 미래에셋 괴담이 지난달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수수료 인하 경쟁이 거센 가운데 지난 5월 증권가를 중심으로 ‘미래에셋증권이 수수료 0% 적용을 적극 검토중이며, 박현주 회장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번 루머를 잠재운 사람은 다름 아닌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최 부회장은 지난 5월 8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CEO와의 간담회 후 자리에서 “온라인 수수료 인하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중국 관련주 팔 생각 없다”

최 부회장은 이어 “미래에셋증권은 계속 일관되게 온라인수수료를 유지해 왔다”며 “최근 시장에서 돌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의 수수료 인하 얘기는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문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최 부회장의 공식 발언에도 불구, 폭주하는 각종 문의전화에 진
땀을 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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