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펀드는 물론 시장전체에 경계경보

미국이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치솟는 유가 폭등에 더해 미 곡창지대인 중서부의 장마로 옥수수 값이 치솟고 주택착공 규모는 1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경기하강 국면이 뚜렷하다. 미국 경기침체 및 악화는 한국시장은 물론 세계시장 경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에서 주식, 펀드 등 개인들이 흔히 하는 투자도 지금은 관망하며 보합세를 유지해야할 시점이다.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5월 주택착공 규모는 연율기준 97만5000호로 시장 예상치 98만호를 밑돌았다. 이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17년 만에 최저수준이 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또 5월 산업생산이 예상을 깨고 0.2%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발표했다.

미 중서부를 강타한 홍수도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다. CNN머니는 아이오와주를 휩쓴 홍수는 중서부뿐만 아니라 미전역의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리인상 가능성 확산

가장 피해가 큰 옥수수는 이번 홍수 이전에도 이미 파종시기에 닥친 한파로 경작에 피해를 입은 상태라 홍수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유가 상승이 원유 수입 의존적인 한국은 물론 아시아 각국의 국제수지 적자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강력한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늘고 있다. 실제로 인도ㆍ베트남 등은 금리를 올렸다.

현재 우리나라는 시장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이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금리를 올려 국내 수요를 줄여도 유가가 안정되지 않는 한 물가는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고 금리를 올린 후 나타날 수 있는 내수 위축은 국내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리스크에 노출된 시장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속에서 과도한 달러화 약세 기대감의 제어에 나섰던 연준리가 결국 금리인상이라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오는 24~25일에 개최되는 FOMC회의에서 금리인상이 전격 단행되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연내금리동결의 지속이라는 당초 전망에서 연말까지 50bp 정도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주 연준리가 꺼내든 금리인상 카드에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급등하고 있고, 미 국채금리는 상승폭을 확대시키고 있다. 미국이 긴축에 나설 경우 이미 금리인상에 들어간 이머징 국가들을 비롯해 유로존도 다음 달 금리인상을 시사하고 있어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본격적인 긴축기조가 시작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글로벌 긴축기조는 결국 전세계가 30년만에 맞이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아래에서 경기부양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장이 감내해야할 고통도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미국의 경우 침체된 주택경기가 아직까지 회복기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긴축이 시행될 경우 주택시장의 회복이 더욱 지연될 수도 있다는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은 글로벌 증시에서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긴축기조는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권의 이머징마켓들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라는 불똥으로 튀고 있다.

그동안 시장이 방향성보다는 변동성 위주의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그 속에서 하단부에서의 지지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그 이유는 지난달에 12개월만에 월간 순매수로 돌아선 외국인에 기대는 수급균형이 어느 정도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주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론이 확산되면서 달러화 캐리-트레이드 여건이 훼손되고 있고, 아시아권 이머징마켓에서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자금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이 달 들어서 2.2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해 지난 5월 한 달 동안에 순매수했던 92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의 매도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처럼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외국인들의 이탈은 뚜렷한 반등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증시에서 단기적으로 가장 직접적인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특히 시장 내 불확실성이 깊어짐에 따라 국내기관의 경우 주식형 펀드로의 새로운 자금유입은 고사하고 오히려 펀드의 환매 조짐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미국 긴축기조 외국인 자금이탈 확산

외국인들의 일방적인 매도공세가 장기화될 경우 수급 불균형 현상은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제유가와 미국증시의 움직임에 휘둘리는 장세의 지속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증시의 추가적인 하락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있다.

수출기업들을 중심으로 2분기 실적호전 기대감이 어느 정도의 지지력을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외부변수들의 부정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렵다.

단기에 지수가 100p나 급락한데 따른 자율반등의 가능성은 상존하지만 일부 실적우량주 및 대체에너지 관련주를 제외하고는 현금비중을 높여 나가는 방어적 대응의 유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며 당분간 인플레이션에 대한 헷지가 가능한 종목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바람직하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해 방어적 성격을 지닌 IT와 대체에너지 관련주, 오일머니 수혜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리스크를 분산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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