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작년 12월 이후 연속 마이너스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한 471억1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과 반도체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행은 25%, 반도체는 20% 가량을 차지한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5% 줄었으며, 반도체 수출은 16.6% 감소했다. D램(DDR4 8Gb) 가격은 지난해 3월 9.1달러에서 올해 3월 5.1달러로 44%나 하락했다.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가 1·4분기 실적쇼크를 예고했을 정도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은 수출이며,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은 ‘수출 제일주의’를 내세우고 “수출만이 살 길이다, 수출하는 게 곧 애국하는 것이다.”라며 독려하여 1964년 11월 30일에 연간 수출액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를 기념하여 정부는 이날을 ‘수출의 날’(1990년부터 ‘무역의 날’로 변경)로 지정하여 해마다 행사를 갖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2.7%)의 절반가량을 수출이 담당했다. 수출이 줄면 한국경제 전체가 위축된다.

산업화가 되기 전 농경사회에 머물러 있던 60년대 대한민국은 가뭄이 들면 언제 비가 내릴까 하늘만 쳐다보던 때가 있었다. 지금 한국 수출은 반도체·중국만 바라보는 천수답 구조다. 반도체가 휘청거리면서 수출 실적도 동반 악화돼 한국 경제가 ‘보릿고개’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우리가 중국과 반도체에만 의존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출지역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이 부진하면 인도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유럽, 중동 등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포스트 반도체 전략도 시급하다. 바이오, 보건의료, 전기차, 로봇 등 유망 신산업을 키워 새로운 수출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정보 제공과 공동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통해 기업들의 진출을 도와야 한다. 그러려면 규제철폐가 필수다.

정부는 수출이 상반기는 저조하지만 하반기엔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 전망은 밝지 않으며,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상저하저(上低下低)’가 예상되는 반도체 가격 하락세와 국제 경기 둔화 움직임이 겹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올해 수출 증가율에 대한 전망을 기존 3.7%에서 0.7%로 대폭 하향했다. 수출 부진은 곧바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1%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한국경제연구원이 2.4%로 수정 전망한 데도 수출 부진이 결정타가 됐다.

가파른 임금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도 수출 발목을 잡는 악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급강하한데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경직적인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산·투자·소비도 ‘트리플 감소’로 치닫고 있으며, 수출·내수의 동반 추락은 경기침체와 실업대란, 소득감소를 부를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2.67%로, 36개 회원국 중 19위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문 대통령은 “한국경제가 견실한 흐름을 보인다.”고 했으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은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라고 견강부회(牽强附會)하고 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고용된 노동자들의 소득이 높아진 것은 틀림없는 성과”라고 했는데, 이는 그 이면에 수많은 소상공인과 취약 근로자들이 생업을 잃고 빈곤층으로 전락한 것을 간과한 ‘외눈박이 경제인식’이다. 문 정부 들어 고용참사, 소득파탄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위기를 위기로 보지 않는 좌파 경제관에 그저 놀랄 뿐이다.

과거 지향적인 정치보복과 전문성 없는 코드인사, 북한 문제에만 매달리는 국정운영, 그리고 돈 풀어 수출업계를 지원하겠다는 단기적 대책으로는 수출 감소와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진단을 잘못하면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없는 법이다. 국민의 80%가 “소득주도성장을 중단해야 한다.”고 한다. 현 정부가 경제를 고사시키는 반(反)시장 정책을 당장 철폐하지 않는 한 아무리 수출대책회의를 거듭해도 그 효과는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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