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집권 3년 차를 맞은 문 정부가 아직도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 정책’을 펼치면서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신공항 ▲탈원전 ▲인사 검증 기준 ▲탄력근로제 ▲국민연금 개편 등이 대표적이다. 

 

- 부처 간 ‘엇박자’, 포퓰리즘... 국민 혈세낭비
- 여론 무시 脫원전 강행… 총선 다가오자 또 ‘뒤집기’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13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김해 신공항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란 뜻을 밝힌 바 있다. 김해 신공항 전면 재검토는 부산·울산·경남도에는 가덕도 신공항 유치의 희망을 살려주는 것이지만 대구·경북엔 2013년 4월부터 추진해 정책 결정을 목전에 둔 대구통합신공항 사업의 발목을 잡는 발언이다. 대구공항 이전 후보지 2곳 중 최종 한 곳 선정을 앞두고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 위기를 맞은 것이다.

신공항 논란, 일단락됐지만...
TK-PK 앙금은 어쩌나

그러더니 지난달 22일 대구를 찾은 문 대통령은 “대구공항 이전, 취수원 문제 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살펴나가겠다”고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대구상공회의소 이재하 회장이 오찬간담회 환영 인사에서 ‘대구·경북의 숙원이 하나 있다. 통합 신공항이 하루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이라고 한다. 

물론 문 정부가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부지를 연내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부산시 역시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신공항 논란은 현재 일단락됐다. 하지만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TK와 PK 간 불필요한 감정의 골을 자극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탈원전 정책은 점입가경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시작부터 국민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사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유일하다. 

정부는 2017년 7월 출범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원전 축소’를 포함한 권고안을 수용해 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을 토대로 한 에너지전환로드맵을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문제는 당초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만 결정하기로 한 공론화위원회가 ‘원전 축소’를 권고했다는 점이다. 당시 공론화위원회가 원전정책에 대해 권고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원전 문제는 사회적 공론화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정리가 됐다”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에 대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문제에만 한정·집중된 위원회지 신한울 3·4호기 문제가 공식 의제로 집중 논의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선 ‘탈원전’
국외에선 ‘원전 수출’?

그런데도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발판 삼아 탈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강행해 탈원전 정책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한 전문가는 “당시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이 학습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자료집’을 되도록 신고리 5·6호기 건설 문제에 관한 내용으로만 구성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렸다”며 “공론화위원회가 ‘원전 축소’를 권고한 것은 월권이며,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 이외에 여러 문항을 조사해 밀실에서 정부 입맛에 맞는 권고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지난 1월 11일 송 의원이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노후 원전과 화력발전소는 중단하고 대신 신한울 3·4호기 공사는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건설 재개를 언급하면서 또다시 국민들의 혼란은 가중됐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에너지 정책 전환의 흐름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모순된다”고 밝히며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문 정부는 국내에선 탈원전을 고수하면서 체코, 폴란드 등 해외에선 원전 수출에 나서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 국민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한국에서는 위험하니 탈원전을 하겠다면서 다른 나라에 한국형 원전을 도입하려는 것은 ‘넌센스’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리고 지난 2월 2일, 급기야 문 정부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4호기의 운영을 허가했다. 여론도 무시하며 고집을 꺾지 않았던 ‘탈원전 기조’를 하루아침에 바꾼 것이다. 현재 탈원전 정책이 첨예한 진영 대결로 치달으면서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출구전략’을 모색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 캠프의 어설픈 ‘탈핵’ 정책을 60년에 걸친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억지 포장하더니 이제 여론이 좋지 않으니 또 말을 바꾸고 있다”라며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부”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각각 지명 철회 및 자진사퇴 형태로 낙마하며 청와대의 오락가락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야당에서는 청와대 인사검증을 담당하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등 인사검증 라인에 대한 경질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의 경우 주택을 3채 보유한 것이 불법은 아니어서 ‘7대 배제 원칙’(병역기피, 탈세,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의 경우 본인이 검증 과정에서 거짓말을 해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조동호·최정호 낙마가
국민 눈높이 높은 탓?

하지만 해명이 이어질수록 오히려 정치권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다른 야당들도 조국·조현옥 수석의 경질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청와대와 여당은 점차 고립되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윤 수석의 발언은 새로운 비판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윤 수석은 지난달 31일 “청와대는 이번 장관 후보자 인선에도 7대 배제 기준을 적용하고 준수했지만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자격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논의 끝에 후보 지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지만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국민 눈높이가 높아 어렵다는 것인데 인사검증에 대한 기준은 국민들이 만든 것이 아닌 바로 청와대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엔 어려워 보인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2일 논평을 통해 “집 3채가 흠이 아니라면, 집 1채 없는 서민이 흠인가. 유학 가서 3500만 원밖에 안 되는 포르쉐 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면, 오늘도 일자리가 없어서 절망하는 청년들이 문제라는 말인가”라며 윤 수석이 낙마한 장관 후보자들을 느닷없이 옹호하고 나선 것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부모 잘 만나서 집도 주고받고, 유학 가서 포르쉐 타고 다니는데 왜 난리냐는 소리로 들리는 것”이라며 “포르쉐 가격도 윤 수석이 이야기한 3500만 원은 보험가액일 뿐이고 실 거래가는 6000만 원이 훨씬 넘는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탄력근무제 도입 당시에도 정부 부처 내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와 근로 현장의 혼선을 야기했다. 입장 차이는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제도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의지였던 반면, 백운규 산자부 장관은 보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이 종료됐지만 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보완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합의했지만, 국회 입법 논의는 진척이 없는 형국이다. 

한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채 근로시간 단축의 계도기간이 끝났다”라며 “기업은 ‘범법자가 돼도 방법이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그나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6개월로 합의되며 숨통이 트이나 했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국민연금 개혁을 두고도 정부부처 간 혼선이 빚어진 바 있다. 지난해 8월 17일 보건복지부의 4차 재정계산위원회 정책자문안 발표를 앞두고 10일 께 언론을 통해 정책자문안 세부내용을 접한 국민들은 분노했다.

여기에는 정부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4%p씩 인상하고, 연금의 최초 수급 시기를 현행 65세에서 68세로 늦추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 개편안이 ‘더 내고 늦게 받는다’는 취지냐며 반발 여론이 빗발쳤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사흘째 1천 건이 넘을 정도였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주말인 12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내용들은 자문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항의 일부일 뿐,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쉽사리 잠재워지지 않았다. 

이에 문 대통령도 다음 날 “국민연금 개편은 노후소득 보장 확대라는 기본원칙 속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