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 새기고 3가지 버려라”

새내기 직장인들의 ‘첫 월급 재테크’가 어느 때보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자산시장이 극심한 공황상태에 빠진 까닭이다. 이제 막 ‘인생 2라운드’를 시작한 새내기들이 실패 없이 자산 관리의 첫 단추를 꿰는 방법을 짚어 보자.

자산 운용에서 중시해야 할 점은 ‘어느 상품’에 투자할 것인가 하는 문제보다 ‘언제부터’ 시작할 것인가 하는 데 있다.


새내기 재테크 5가지 원칙

투자를 결정할 때 ‘어느 상품’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또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앞서 경험을 쌓은 지인이나 금융회사의 영업 직원이 추천하는 말만 듣고 상품에 가입했다가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에 빠질 수 있다.

투자를 결정한 시점부터 차익을 실현할 때까지 편안한 여행을 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투자 성향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 본인의 리스크 선호도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다면 차제에 투자 성향을 검사하는 것도 고려해 볼 일이다.

투자 성향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보수적이라고 해서 모든 종자돈을 위험자산이나 안전자산에 ‘올인’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리스크 성향을 고려하되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적절히 분산해야 한다.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을 위험자산에 투자한다는 ‘100-나이’ 법칙을 근간으로 자신의 투자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중을 정하도록 하자.

업계에 따르면 노후대비가 사회 문제로 부상한 데 따라 30대 전후의 직장인 가운데 개인연금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첫 월급을 받은 순간부터 노후대비에 관심을 두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장기 금융상품 일색이어서는 곤란하다.

장단기 자금 계획 없이 장기 상품에만 투자자금을 묶었다가는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를 겪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내기 직장인이 재테크에 보람을 느끼려면 만기에 원리금을 찾는 단기성과도 맛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산 관리는 장거리 여행과 같다. 여행을 할 때 원래 일정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계획의 수정이 필요하지 않은지 점검이 필요한 것처럼 자산 관리도 매년 한두 번씩 중간점검을 해야 한다. 이 때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과 자산별 비중 등을 체크하고 필요할 경우 계획의 수정도 이루어져야 한다.

재테크 첫 발을 떼는 새내기 직장인이 꼭 갖춰야 할 금융상품은 무엇일까.

첫 월급과 함께 갖게 되는 월급통장부터 세심한 선택이 필요하다. 직장에서 정해주는 은행에서 보통예금통장을 개설할 것이 아니라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면서 연 4~5%대 금리를 1일 단위로 제공하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가 직장인들 사이서 인기다.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 통장 가운데 대출 또는 예적금에 대해 금리 혜택을 주는 상품이나 각종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 중 적합한 것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백화점이나 레스토랑에서 계산할 때 지갑에서 황금빛 신용카드는 꺼내는 ‘로망’은 잠시 접어 두자. 합리적인 소비 습관이 생활화되지 않은 새내기라면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체크카드는 예금 잔액 내에서만 결제가 가능해 미리 정해둔 범위 내에서 지출을 절제할 수 있고, 대부분의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어 편의성도 동시에 제공한다.

청약가점제 시행에 따라 미혼 남녀와 나홀로 세대주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청약저축은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보험도 필수품 중 하나다. 다만, 결혼 전의 새내기 직장인이라면 사망 보장에 집중하는 것보다 질병과 상해를 중심으로 한 보장성 보험을 우선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밖에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권고다. 가장 훌륭한 재테크는 정기적인 근로소득을 최대한 장기적으로 창출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성공 가로막는 3가지 유혹

자산 운용의 승패는 잘 굴리는 것보다 잘 쓰는 데서 판가름 난다. 쓰고 남은 것을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저축하고 남은 것을 쓰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이라고 업계 전문가는 강조한다. 이른바 ‘선저축 후지출’의 원칙이다.

정기적인 월소득에서 적정한 저축의 비중은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라면 60%, 독립한 경우라면 50%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재무 컨설턴트의 권고다.

일확천금을 꿈꾸다가는 일장춘몽의 쓴 맛을 보기 십상이다. 첫 월급 재테크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려면 재무 설계도가 필수다. 장거리 항해를 나설 때 지도와 나침반을 챙겨야 하는 것처럼 계획 없이 ‘좋다’는 상품에 무분별하게 가입하다가는 목적지를 제대로 찾아가기 힘들다.

내년 여름휴가와 같은 단기계획부터 내 집 마련이나 결혼 자금을 포함한 장기 계획까지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투자 상품을 선별하는 것이 재무 설계의 기본이다.

구조가 복잡한 상품일수록 높은 수익을 내 줄 것 같은 환상에 빠지기 쉽지만 잘 아는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펀드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갖가지 펀드가 홍수를 이루는 것은 물론이고 그밖에 각종 금융공학 상품들이 즐비하다. 위험은 낮으면서 높은 수익을 내준다는 말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상품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고수익에는 반드시 고위험이 따른다는 투자 세계의 진리를 깊이 새기고, 수익 구조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상품으로 투자 대상을 좁혀야 한다.

월스트리트의 투자 대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 중 한 가지가 ‘아는 것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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