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명성 내세워 전국 진출… SNS가 홍보 기폭제로 작용

[일요서울] 창업 시장에 지방 특성(로컬리즘)을 살리는 업종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앙에서 지방으로 유행이 확산돼 나갔지만 지금은 오히려 지방에서 시작된 유행이 중앙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부산, 프랜차이즈 사업이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한 곳

최근 창업시장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빙수 전문점, 핫도그전문점, 스몰비어 등은 모두 부산에서 시작한 브랜드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사례이다. 빙수 전문점인 설빙, 핫도그전문점인 명랑핫도그, 3000원대 안주와 크림생맥주로 인기를 끌었던 봉구비어 등이 대표적인 예다.

부티크 매장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맛집 중에도 지방에서 상륙한 브랜드가 강세다. ‘토끼정’ ‘서가앤쿡’ 등은  모두 대구에서 출발한 외식기업들이 성공시킨 브랜드다. 지방 브랜드의 인기는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가장 활발한 곳은 부산과 대구인데 부산의 경우 지방 중에서 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역이다. 부산에서 성공을 거둔 후 경상도 지역을 넘어 충청권, 서울·경기권 등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브랜드들이  가장 많은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인 부산 지역 브랜드로는 불막열삼을 들 수 있다.

‘불타는 막창, 열 받은 삼겹’이라는 의미를 가진 불막열삼은 20평대 소액 창업, 1일 8시간 노동, 먹으면 단골을 만드는 마약 같은 맛 등으로 전국 가맹점 100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한성집은 명랑핫도그를 성공시킨 핵심 멤버 중 한 사람이 창업한 브랜드로 부산지역에서 사업성을 검증한 후 전국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다.

명랑핫도그에서 보여준 트렌디한 감각을 돼지고기특수부위 전문점에 접목, 업사이클링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도 부산 지역에는 배달 전문 중식 브랜드인 달꼼탕슈를 비롯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는 미식가의 구이, 오돌구이를 즐길 수 있는 지글지글 오돌구이, 하나돈까스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로컬에서 전국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오복미역은 항구도시인 부산에서 출발해서 전국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다. 가정에서만 먹는 걸로 생각되던 미역국을 전문화시켜 작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보수적인 대구, 전국구로 성공하면 지속성 높아

대구의 경우 프랜차이즈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역적인 폐쇄성이 높지만 일단 한 번 성공을 하면 제대로 성공하는 브랜드가 많아서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성공 브랜드는 토끼정이다.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외식 브랜드인 서가앤쿡과 미즈컨테이너가 함께 만든 브랜드가 바로 토끼정이다. 두찜 역시 지방에서 출발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2005년 대구에서 1호점을 개설한 이후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해 현재 200호점 개설을 앞두고 있다. 오레시피는 대구 지역의 식품 제조 공장이 운영하는 반찬 프랜차이즈다.

백화점 반찬코너 운영, 외식업체에 반찬 공급 등이 주력이었으나 오레시피라는 반찬전문점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 현재 대구를 넘어서 전국적인 브랜드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전주는 맛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런 만큼 전주의 맛을 내세우는 창업 업종도 많다 ‘한옥마을 전주비빔밥’은 전주에서 출발해 현재 전국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로드숍 보다는 주로 백화점이나 몰로 출점해, 전주 지역 전통의 비빔밥 맛을 선사하고 있다.

비빔밥 못지않게 인기를 얻고 있는게 콩나물국밥이다. ‘현대옥’은 2009년 4월 전주에서 직영점을 창업한 후 성공을 거두고 맛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브랜드로 확산된 사례다. 전남 나주는 곰탕으로 유명하다.

하얀집은 나주곰탕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지역 맛집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제대로 된 나주곰탕을 맛보기 위해서는 전주까지 가야했다. ‘곰작골 나주곰탕’은 친정 어머니의 손맛노하우를 담아서 나주의 하얀집보다 더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 나주곰탕 전문 브랜드다.

파우더나 엑기스를 사용하지 않고 소뼈와 쇠고기를 이용해  진한 진짜 곰탕 육수를 제조한 후 얼려서 가맹점에 공급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대박집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사업 초기에는 노하우 전수로 창업을 시켰으나 최근에는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전개,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강원도도 전국구 프랜차이즈 진출 사례 늘어나  

강원도는 춘천닭갈비, 메밀국수, 곤드레밥 등 강원도 지역민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음식들이 많다. 협동조합이 강하지만 프랜차이즈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국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사례들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일호협동조합은 원주에 있는 감자탕 전문점들이 대형점에 대항하기 위해 탄생했다. 원주의 대표적인 맛집이 공동구매, 공동 제조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까지 진출한 사례다. 강원도 고랭지 배추를 이용해서 감자탕을 끓이고 등뼈 대신 살이 많고 고기가 부드러운 목뼈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수제 육수와 숙성한 된장을 사용해 깊은 맛을 더해 원주 지역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성공을 거둔 후 전국적인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사례다. 88올림픽이 끝난 후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우리나라 외식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소득 수준 향상은 외식 소비를 증가시켰고 당시 지방 고유의 유명 음식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해 팔도 맛집 시대를 열었다. 그때가 1차 팔도 맛집 시대였다면 지금은 2차 팔도 맛집 시대다.

1차 팔도 맛집 시대에는 개인음식점들이 팔도의 맛집들을 벤치마킹해서 타 지역에 음식점을 창업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차 팔도 맛집 시대에 성공한 지역 맛집들은 ‘프랜차이즈화’를 통해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전통적으로 유명한 지역 맛집들이 전국에 확산되는 추세였다면  최근에는 전통 음식이 아니더라도 지방에서 뜨고 있는 창의적인 메뉴들까지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새로운 팔도 맛집 시대가 열리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스마트폰과 SNS다.

과거에는 홍보 채널이 한정돼 있어 유행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확산됐지만 최근에는 글로컬리제이션의 영향으로 서울 등 메트로 시티의 경우 오히려 개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데 반해 개성이 강한 지역 음식점들이 SNS를 타고 밀레니얼 세대들의 감성을 자극해 유행을 주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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