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뚜기'로 진화...지난해 실적도 '활짝'

[캡처 -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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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지난해 시작된 갓뚜기(God+(오)뚜기·모범기업) 열풍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라면시장 점유율에서도 1위 농심을 바짝 뒤쫓고 있다. 업계는 오뚜기의 최근 가파른 실적 향상 행보는 함영준 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며 그의 리더십을 주목한다. 그의 준법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세금 납부 철저·정규직 직원만 채용...업계 귀감
  진라면·진짜쫄면·미역국라면 '대박' 행진 이어져

함영준 회장이 이끌고 있는 '오뚜기'는 '갓뚜기'라는 애칭이 붙었을 만큼 착한 기업 대명사로 통한다. 세금 납부에 철저하고 정규직 직원만 채용하는 등 올바른 경영에 앞장 서 왔다.

오뚜기는 2015년 작고한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지시로 대형마트에 파견된 1800명의 시식사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불릴 만큼 파격적이었다.

2017년 3월 기준 오뚜기 전체 직원 3099명 중 비정규직은 36명(1.16%)에 불과하다. 대기업의 평균 비정규직 비중 13.6%와 비교도 될 수 없는 낮은 수치다.

함 명예회장에서 2세인 함영준 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되면서 발생한 1500억원의 상속세 납부 또한 미담으로 전해진다. 현행법의 틈새를 악용해 주식을 불법으로 증여하거나 자회사를 만들어 주식을 편법으로 승계했던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오뚜기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함 회장 부친인 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강조해왔다. 함 회장 역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법 없이 조용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타입이다. 그는 한 언론사 조사에서 대학생 호감도 1위 총수에 오르기도 했다. 

은둔형CEO...성과만큼은 두각 나타내

함 회장은 재계에서도 유명한 은둔형 CEO다. 2010년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단 3차례다. 2017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주요 기업인 호프미팅 자리와 지난해 10월 국가생산성대회에서 금탄산업훈장 수상을 위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최근에는 올 1월 청와대에서 진행된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식품업계 가운데 유일하게 오너 경영인으로 참석, 눈길을 끌었다. 대다수 식품기업에서 전문경영인이 참석하는 것과 대조되는 행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함 회장은 본인의 대외 행보가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면서 "그런 함 회장이 이번 청와대 초청 기업인과의 대화에 전문경영인을 보내지 않고 직접 참석하는 것은 2년 전 호프 미팅 인연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은둔형이지만 성과만큼은 빛을 보이고 있다. 함 회장이 오뚜기 지휘봉을 잡은 시기는 2010년이다. 오뚜기도 2009년부터 2년 연속 영업이익과 이익률이 하락하는 고초를 겪었다. 함 회장은 연구개발(R&D)과 신규 투자, 신제품 출시에 집중하며 위기를 기회로 돌렸다. 1979년 매출 100억원에 불과했던 오뚜기는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매출 2조원대 덩치로 커졌다. 

지난해에도 성과가 뚜렷했다. 1988년 첫선을 보여 30주년을 맞은 진라면은 누적 판매량 50억개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진라면의 시장점유율(판매량 기준)은 15.5%로 농심 신라면(16.6%, 블랙 포함)을 턱밑까지 쫓아온 상태다. 2000년대 초 5% 안팎이었던 진라면의 점유율이 20년 사이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단순 봉지라면만 비교하면 진라면 판매 점유율이 신라면을 이미 앞질렀다. 진라면이 라면 점유율 1위에 등극한 것은 1988년 판매 시작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즉석밥 시장에서는 농심을 제치고 CJ제일제당을 바짝 뒤쫓는 확고한 2위로 올라섰다. 신제품 활약도 대단했다. 특히 ‘쇠고기미역국라면’은 출시 2개월 만에 1000만개를 판매하는 ‘메가 히트상품’으로 부상했다. 함 회장은 선친의 ‘식품보국’ 뜻을 이어받아 올해에도 종합식품회사로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법 지켰다고 칭찬' 반성 목소리도 있어

일각에서는 오뚜기의 이런 미담이 오히려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꼼수를 부리지 않는 고용과 당연히 지켜야 할 준법행위를 미담으로 여기는 사회현상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오뚜기 같은 ‘착한기업’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한편 함 회장은 지난해 총 11억42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함 회장은 오뚜기로부터 지난해 급여로 3억4200만원, 상여로 8억원을 받았다. 

오뚜기 측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은 2조971억원, 영업이익은 1363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 5% 증가했다"며 "준법경영·윤리경영이 확산됐다는 점을 고려해 상여금 8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배우 함연지, 아버지 함영준 회장 준법정신 일화 공개로 눈길

뮤지컬배우 함연지가 과거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준법정신이 투철한 아버지 함영준 회장에 대한 에피소드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중순 그는 tvN 예능프로그램 '문제적남자'에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아버지 함영준 회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아버지는)어떤 분이시냐"는 MC의 질문에 "규칙과 질서를 중요시 한다. 딱 해야 할 것은 하시는 분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와 있었던 일화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뉴욕에서 유학할 당시 아빠가 뉴욕에 오셨다. 뉴욕은 길을 건널 때 신호등이 없더라도 차가 없을 때 건너는 곳들이 많다. 근데 아빠는 차가 없어도 신호등을 기다린다. 횡단보도가 없을 때 있는데까지 가서 건넜다. 내가 그래서 미치는 줄 알았다"고 답답해 했다. 

이를 듣고 있던 방송인이자 MC인 전현무는 "그게 맞는 건데 너무 철저히 지키신 거냐. 그래도 그 모습을 보고 뉴욕 시민들이 반성하지 않을까"라고 놀라워했다. 현재 함연지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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