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 선거가 끝났다. 모두가 선전했다고 위안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선거는 축구가 아니기 때문에 무승부가 없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민심은 물처럼 도도하게 승자 쪽으로 흐른다. 보궐 선거에 참전했던 정당들이 승리를 선언하거나 선전했다 강변하는 건 자기 논에 물을 대려는 아전인수에 불과하다.

이번 보궐 선거도 승패는 갈렸다. 민심은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처럼 여권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제1 야당이 승리했다고 축포를 쏘아 올릴 처지도 아니다. 노회찬이란 진보정치의 거목이 사라진 정의당도 1년짜리 어음을 끊는 데 그쳤을 뿐이다. 승패는 갈렸는데 누가 이겼는지 분명하지 않으니 서로 이겼다고 우기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별 소득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은 창원 성산 선거에 정체성도 불분명하고 창원에 기반도 없는 후보를 내세웠다. 정의당과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공천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고, 결국 정의당 여영국 후보로 단일화했다. 개표가 박빙으로 흐르면서 정의당 일부가 “민주당하고 단일화해서 졌다”고 푸념하는 걸 들어야 했다.

민주당 입장에서 통영·고성 선거는 이기기 어려운 선거였다. 이 지역은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후보조차 내지 못해서 이군현 전 의원이 무투표로 당선된 불모지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통영시장과 고성군수를 배출했고, 그 덕에 기반을 다질 기회를 얻었다. 기대를 품고 당력을 집중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민망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얻었다.

자유한국당은 한숨을 돌렸다. 잃었던 의석을 찾아온 것이라 본전치기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여당과 벌인 정면승부에서 이겼기에 아전인수라도 승리를 선언할 만하다. 황교안 대표로서는 데뷔전에서 천신만고를 치렀다. 축구 경기장에 밀고 들어가 선거운동을 하다 경남FC가 징계를 받은 사건은 선거 승패에 제법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여 꽤나 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뜯어보면 정의당, 민중당을 포함한 진보세력이 49.54%, 자유한국당과 대한애국당을 포함한 보수세력이 49.67%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으로는 대한애국당만 없었다면 자유한국당이 이길 수도 있었던 것. 창원 선거는 범보수 분열이 승부를 갈랐다고 본다면, 자유한국당이 앞으로 보수진영을 규합하지 못한다면 다음 총선도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정의당은 노회찬 전 의원 지역구 선거라는 점에서 신승이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다. 여영국이란 후보 개인, 정의당이란 당을 보고 지지한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는 내년에 치러질 본 게임인 21대 총선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도 단일화를 기대하진 말아야 할 것이다. 여영국은 노회찬이 아니니까. 다음 선거에서 노회찬은 없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다가올 21대 총선이라는 전쟁의 예고편일 뿐이다. 본 게임은 1년 뒤에 있을 예정이다. 그 다음 해에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 드러난 민심은 1년 뒤에 다시 보자는 것이다. 사실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나 내년 총선을 생각한다면 이번 선거는 참패를 했어야 했다. 두 당 모두 이런 패배에서나 혁신의 동력을 얻을 수 있으니까.

민심은 굴곡이 있다.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이번에 혼쭐이 났어야 정신을 차리고 민심을 얻으려 노력할 터인데, 선거 결과가 “지금 이대로”를 외치는 자들에게 명분을 주고 말았다. 지금은 모두가 승자지만 내년에 모두가 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무진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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