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4.3 보궐선거 후폭풍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비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강타하고 있다. 경남 창원·성산구에 유일하게 후보를 내고 당락을 떠나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대했단 손 대표는 3%대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책임론에 휩싸였다. 특히 안철수계로 알려진 이언주 의원을 비롯해 일부 전현직 원외위원장들이 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고 유승민계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손 대표의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특히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비자 갱신을 위해 5~6월 귀국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돌면서 손 대표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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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보궐선거 후폭풍 강타 ‘손학규 2선 후퇴론’ 봇물
- 안측, 비자 갱신 앞두고 ‘조기 귀국’ 설득 중

지난 4.3 창원·성산 보궐선거 결과로 손학규 대표가 외우내환에 빠졌다.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가 3.57%라는 초라한 득표율을 얻으면서 당내 안철수계뿐만 아니라 유승민계까지 가세해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후보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같은 지역에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8.3%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손 대표 체제에서 반토막이 나 내년에 있을 총선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손 대표는 당내 책임론이 일자 “망했어도 도망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사퇴 거부 입장을 밝혔지만 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언주·이준석, 손 흔들기 “이유 있었네~”

무엇보다 의석 한 석을 갖고 있는 민중당 손석형 후보가 얻은 3.79%보다 뒤처져 대표 체면이 말이 아닌 상황이다. 손 대표는 창원시에 25평 크기의 아파트를 단기임대해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자기선거처럼 뛰었지만 현실은 냉엄했다. 당선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대 10%대에서 지난 총선 득표율 8%대를 유지했어야 했다.

당장 손 대표를 ‘찌질하다’고 발언해 ‘당원권 1년 정지’를 받은 이언주 의원은 선거전부터 “두 자릿수를 얻지 못하면 즉각 물러나라”고 촉구했고 선거 이후에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017년 4월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으로 입당 한때 안철수계로 분류되기도 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대표로 있던 시절 임명된 전직 원외위원장들도 들고 일어났다. 4월4일 바른미래당 일부 전직 원외위원장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손학규 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들은 “창원성산구에서 예상 외의 접전을 보여주었으나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1년도 남지 않은 총선을 대비해 비상대책위 체제로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든지 최소한 당 지도부에 대해 재신임 투표라도 하자”고 사실상 손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유승민계로 알려진 하태경 최고위원도 이 의원과 보조를 맞췄다.

이처럼 안철수와 친분이 있었던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손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자 독일에서 유학중인 안철수 전 대표를 조기 복귀시키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 안철수 전 대표가 5월, 6월 귀국설이 나오고 있다. 정확한 (귀국)시점은 모르지만 비자 갱신 때문”이라며 “국내 들어오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손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대체재로 조기 복귀하거나 6월 원내대표 선거에 영향을 주는 모양새를 띨 수 있어 난 반대했다”며 “바이버를 통해 국민들이 원하거나 본인이 정치적 결단으로 와야 되지 그전에 오지 말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준비하는 당내 일부 안철수계와 전직 원외위원장들이 본인들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안 전 대표를 소환하는 형식은 오히려 안 전 대표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또 다른 측근은 “당이 내홍으로 쪼개지기 직전인데 창업주인 안 전 대표가 나서서 당을 추스르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총선에 임박해 오기보다는 빨리 귀국해 당을 책임져야 한다”고 조기 귀국에 찬성의 입장을 보였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5일 “현재 안 전 대표 귀국을 설득하는 측근은 전혀 없고, 전혀 안 대표와 무관하게 손 대표 흔들기는 진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현직 위원장 역시 안 대표와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손 대표 입장에서는 안 전 대표가 일시 귀국이든 영구 귀국이든 국내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손 대표 역시 이를 인식한 듯 안철수계 인사들을 겨냥해 “당을 흔들려는 일각의 시도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손 대표와 함께 당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과 유승민계 의원들은 당과 따로 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박형준 전 의원이 합리적 개혁을 외치며 창립한 ‘자유와 공화’ 정치결사체에 원희룡 제주지사와 더불어 유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유 의원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 유의동, 하태경 의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유 의원은 “나는 공화주의자”라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안철수 전 대표의 귀국과 유승민 의원의 ‘나홀로 정치’가 당내 주도권 다툼 문제라면 당 밖 상황 역시 만만치 않다. 이번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여영국 후보는 정의당 출신이다. 여 후보의 당선으로 정의당 의석수는 6석이 됐다. 여기에 민주평화당 14석을 합치면 교섭단체 조건인 20석이 된다. 두 당은 과거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이라는 교섭단체를 구성해 원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손 거취 따라 안 조기귀국 혹은 일시귀국

문제는 민주평화당내 장병완 의원 등은 정의당과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정체성도 맞지 않고 내년 총선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신 바른미래당 호남 출신 의원들을 빼와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김동철·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 등은 올해 초 민주평화당 의원들과 회동을 가져 ‘탈당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한국당 출신 의원들 역시 당 내홍이 깊어질 경우 한국당으로 복당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처럼 손 대표가 ‘당 지도부 유지’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강조할 경우 바른미래당 분란이 야권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손 대표의 거취 문제가 안철수 조기 귀국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공산이 높다. 손 대표가 조기전대나 재신임, 혹은 비대위 구성에 동의해 2선으로 물러날 경우 안 전 대표의 귀국 시점은 더 앞당겨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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