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보완책에 한목소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경제계 원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경제계 원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별 기자] 경제 원로들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문 대통령이 경제 원로 8명을 초청해 조언을 구하기 위해 마련한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들은 작심한 듯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및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올해 이슈가 됐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보완책 마련과 사용자 측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경제 성장 잠재력 부족…“최저임금 인상 등 속도조절 필요”
文 대통령 “국민들 가장 큰 걱정 ‘경제’…계속 조언해 달라”

전직 경제 관료와 중앙은행 총재 등 경제계 원로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 정책의 보완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경제계 원로 8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오찬 간담회는 문 대통령이 최근 원로들에게 경제 현안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격식 없이 이야기해 주시면 우리 경제팀에 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경제부처 수장들 외에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오찬에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시장, 윤종원 경제수석, 주형철 경제보좌관이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다수의 참석자들은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등 세부 정책 과제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용자 측 어려움 호소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상생 협력,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지만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해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주 52시간제가 노동자의 소득을 인상시켜 주는 반면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소득주도 성장, 공정 경제, 혁신 성장의 방향은 맞으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 수단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전 총재는 “수요 측면에서 소득주도성장이 있다면 공급 측면에서는 민간투자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노동계에 대해서는 포용의 문호를 열어놓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 원칙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전 국무총리)는 “최근 한국이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들어가게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앞으로 이런 성과를 토대로 국력 신장, 문화 고양, 국격 제고를 위해 남북한 및 해외교포 등 8000만 국민들의 경제공동체를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 정책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해야 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국민 역량을 집결해아 한다”고 조언하면서 “임금 상승에 상응해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적극적 재정 투입 촉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어 경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인적자원 양성, 창의력 개발을 위한 교육정책, 공정 경제, 기득권 해소를 위한 규제 강화 등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강 전 위원장은 “경제성장률 하락, 양극화 심화 속에서 4차 산업혁명 등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현 경제여건을 감안해 추경이 필요하다. 국채 발행 이외에 기금 등 다른 재원을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안정도 중요하다”며 “권한과 자금이 상응하도록 재정 분권이 조정돼야 하고, 학생 수가 줄어드는 만큼 지방 교육 재정이 초중등 교육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을 위해서도 활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거둔 이러한 결과는 선배 세대들이 이룬 것”이라며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5월 9일이 되면 현 정부가 만 2년이 되는데 그간의 정책을 평가하고 점검하는 과정에서 오늘 주신 조언들이 도움이 된다”며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 경제다. 이 부분에 있어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원로들이 계속 조언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홍 부총리 역시 이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로부터 최저임금과 관련해 쓴소리를 들었다.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법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조건을 집중적으로 말씀드리려고 찾아뵙게 됐다”며 “저희가 내년 최저임금만큼은 개편된 프로세스에서 잘 결정됐으면 하고, 새로운 임금 개편안이 본회의에서 꼭 통과됐으면 좋겠다는 말과 간곡한 부탁을 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한 여러 폐해를 좀 줄이고자 3월 국회를 열었는데 열자마자 여당은 패스트트랙 추진과 선거제 개편, 공수처법만 얘기해서 한 달이 지나버렸다”며 “탄력근로제 문제라든지, 최저임금 결정 문제라든지, 그리고 저희가 요구하는 주휴수당 문제 등은 함께 논의가 돼야 한다. 정부가 낸 최저임금제도 개편안도 저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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