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총무원장 스님 상대로 ‘고소’에 ‘구제신청’까지

조계종 노조가 지난 4일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조는 하이트진로음료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생수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제3자에게 지급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종단과 사찰에 손해를 입게 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조계종 노조가 지난 4일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조는 하이트진로음료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생수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제3자에게 지급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종단과 사찰에 손해를 입게 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조계종에서 내홍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조계종 내 노동조합은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을 상대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상태다. 이 같은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조계종 내 갈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조계종 노조, 지난해 9월 첫 출범…“종무원의 가치와 존엄 지키고파”
종단 “노조 측 서울지검 고발, 내부 진정 과정 생략돼…심각한 우려”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대한불교조계종 지부(이하 조계종 노조)와 조계종 전·현직 조계종 총무원장 사이 다툼이 벌어지면서 조계종 내부가 소란스럽다. 특히 조계종 노조는 전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을 상대로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 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해 분쟁이 법정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있다.


생수 판매 로열티
제3자 지급 의혹 제기


조계종 노조는 자승스님이 생수 판매에 따른 로열티 5억여 원을 종단과 관계없는 제3자에게 지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그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 검찰청에 고발했다. 

조계종은 2010년경 하이트진로음료와 산업재산권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조계종이 가진 산업재산권 생수 상표 ‘감로수’를 하이트진로음료가 국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용권을 주고, 그 대가로 생수 판매에 따른 로열티 수수료를 종단이 지급 받는다는 골자다. 

노조에 따르면 이 계약은 조계종의 ‘승려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목적으로 체결됐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하이트진로가 작성한 ‘조계종단 “감로수” 공급보고’라는 자료를 통해 생수 판매에 따른 로열티가 종단과 무관한 제3자에게 별도로 지급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생수 판매에 따른 로열티는 생수 1병당 각 500㎖ 50원, 2ℓ100원, 18.9ℓ 150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지난 4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하이트진로음료가 제3자에게 지급한 로열티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억 원으로 추산된다”며 “조계종과 하이트진로음료가 체결한 계약서에는 종단로열티 이외의 또 다른 로열티 지급에 대한 계약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재산권 사용계약의 결과로 종단과 무관한 제3자에게 로열티가 지급되고 있으며, 그 금액은 종단로열티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제3자는) 당시 총무원장이었던 자승스님의 요구에 의해 특정된 인물임이 밝혀지고 있다”고 의혹을 내비쳤다.

조계종은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하이트진로음료와 산업재산권 사용에 따른 로열티 수수료는 우리 종단의 ‘승려복지’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2010년 계약 체결 이후 현재까지 약 11억5000여만 원의 로열티 수수료를 지급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총무원장이던 자승스님의 지시로 종단과 무관한 제3자가 로열티를 지급받았다는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조계종은 “확인한 결과 전 총무원장스님은 전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다”면서 “(노조의) 기자회견 자료에 별첨돼 있는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하이트진로음료와 레알코(현 ‘정’) 간 상품의 영업망 확대와 판매촉진을 위해 협력하며 그에 따른 ‘마케팅 및 홍보 수수료’의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음료도 종단 측에 “당사와는 정상적인 계약상태이며, 영업 및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홍보수수료를 지급한 것이다. 보고서 항목에 로열티로 표기돼 혼선을 초래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

종단은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하이트진로음료가 홍보 마케팅을 위한 벤더 계약을 ‘정’이라는 업체와 체결한 것으로, 우리 종단과 전혀 무관한 별개의 계약임을 확인했다”면서 “조계종 노조가 내부 사정 기관 등을 통한 진정 내지 의혹제기를 통해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 이를 생략한 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뜻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단체교섭 거부 반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조계종 노조는 대한불교조계종을 ‘사용자’로 보고, 종단이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한다며 지난달 1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하지만 대표자를 현 총무원장 원행스님으로 표기해 원행스님을 사용자로 보는 것이 가깝다는 의견이다.

일요서울이 제공받은 이들의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서’에 따르면 노조는 종단이 세 차례에 걸친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은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 

이에 ▲이를 즉시 중단하고 이 사건 판정서를 송달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노조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문 부착 및 교섭에 성실하게 임할 것 ▲사내 전산망 게시판에 게시된 노조의 게시물을 반복 삭제하는 행위를 멈출 것 ▲게시물 임의삭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내용의 공고문과 판정문을 사내 전산망에 게시판에 올릴 것을 촉구했다.

심현섭 조계종 노조 지부장은 “(종단에) ‘노조가 있으니 대화와 교섭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교섭 자체를 하지 않은지 6개월이 됐다”며 “세 번 동안 공문을 보내 (교섭을) 하자고 해도 안 되니 기다리다가 구제신청 방식으로 (지노위에) 중재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종단 관계자는 “구제신청 절차에 따라 지난 5일 답변서를 작성했다”며 “노조의 세 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답변하고 추후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표명했다.

또 노조가 문제제기한 게시물 삭제 건에 대해 그는 “(종단 내) 30여 명가량이 노조에 가입된 걸로 보는데 종무원 전체 인원은 350명이 넘는다”며 “(그곳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대다수의 종무원이 사용하는 게시판이고, 소통의 원활함을 목적으로 마련된 소통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읽는 사람이) 특정 지부나 노조를 가입한 이들로 한정되는 게시물들은 (게시판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노조 측에) 사전에 공지를 했다”고 답변했다.

많은 이들은 ‘종교단체’에서 노조가 출범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조계종은 1962년에 출범한 비영리단체·협회·재단의 기업형태를 띤 비영리단체로, 종교단체에 해당한다. 조계종 노조는 지난해 9월 첫 출범했다.

이와 관련해 심 지부장은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 대우해주거나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조계종의 현실”이라며 “종무원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무원의 가치와 존엄, 역할을 인정받아 한국 사회에서 불교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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