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 예상 매출액’에 고통받는 편의점 가맹점주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CU편의점 저매출점포 피해사례 보고 및 상생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CU편의점 저매출점포 피해사례 보고 및 상생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편의점 본사 갑(甲)질에 피해를 호소하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 일요서울과 만난 점주는 본사가 제시한 ‘예상 매출액’을 믿고 점포를 개설했다가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매출액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편의점 점포 과밀화를 방지하기 위해 ‘근접 출점 제한’을 핵심으로 한 자율규약을 도입한 최근까지도 무분별한 점포 개설이 이뤄지고 있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점포 개발 직원들조차 “본사에서 타 업체보다 점포를 많이 개설해야 한다며 개점 경쟁을 붙인다”라고 이야기하는 상황이다.

오픈 전 ‘적극 추천’…오픈 뒤 항의하자 ‘나 몰라라’
현직 개발 직원 “본사가 타 업체와 개점 경쟁 붙여”

이마트24 점주 A씨.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그는 본사가 과장·허위 매출액을 제공하며 점포 개설을 권유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A씨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점포 오픈 전 본사 개발 직원에게 예상 일매출 170만 원을 구두로 전달받은 뒤 편의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막상 오픈해 보니 일매출이 80만 원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 직원에게 예상 매출을 너무 높게 잡은 것 같다고 하소연하자 SV(점포 영업관리자)가 매장을 찾았다. SV가 노트북으로 보여준 자료에는 실제로 예상매출 170만 원과 예상 월 수익 350만 원이 기재돼 있었다. 이에 대해 항의하자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일요서울이 A씨를 통해 입수한 녹취에 따르면 담당 직원들은 본사가 제시한 매출액을 ‘점주 혼자 이해하고 판단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발팀 담당자는 A씨와의 통화에서 “오픈을 하고 나면 모든 권한이 영업부서로 이관되는 시스템이다. 개발까지는 개발팀이지만 (그 후에는) 다 영업팀으로 이관이 된다. 사실은 저희가 관여를 좀 하고 싶어도 관여를 하는 것도 안 맞게 생각한다. 영업부에서”라고 말했다.

이에 A씨가 영업팀에 문의하자 영업팀 담당자 역시 “내일 연락하겠다”고 거듭 말한 뒤 추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답답해 하던 A씨는 SV와의 통화에서 개발 담당자가 과장 예상 매출액에 대한 책임을 점주에게 전가하며 연락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녹취에 따르면 SV는 “피하는 거다. 이거 솔직히 엄밀히 따지면 내가(개발담당자) 오픈하라고 해서 오픈한 거 아니다. 자기(A씨)가 오픈하려고 먼저 전화해서 오픈한 거라면서 또 얘기를 그렇게 바꿨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개발 담당자)가 뭐 꼬드겨서 오픈한 것도 아니고 그(A씨)가 원해서 오픈을 시켜줬던 거였고, 매출은 CU가 이 정도 찍으니까 여기도 비스무리하게 나올 거라고 해서 170만 원으로 이해하고 자기 혼자 판단한 거라고 그런 식으로 얘기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A씨는 이마트24가 허위·과장 예상 매출액을 제공해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조정원에 피해를 접수했다. 가맹사업법 제9조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희망자나 가맹점사업자에게 사실과 다르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실을 부풀려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가맹사업법 시행령 제8조에서는 가맹사업법 제9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허위·과장의 정보제공 행위유형을 규정했다. 그 중 하나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가맹희망자의 예상수익상황을 과장해 제공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가맹본부가 최저수익 등을 보장하는 것처럼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다.

A씨는 “자기들이 먼저 일 매출액을 제시하면서 오픈을 적극 추천해 놓고 이제 와서는 예상 매출액을 내가 혼자 생각해 냈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11개월간 쌓인 적자만 4000만 원이다. 폐점을 하자니 위약금 5000만 원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 13시간씩 근무하면서도 적자를 보는 나 같은 입장의 경영주들이 많을 것이다. 3無(무) 정책을 홍보하고 과장된 예상 매출로 개점을 시킨 뒤 고통은 고스란히 경영주에게 떠넘기는 이마트24를 고발한다”고 말했다.

항의하자 ‘직영 전환’

충청북도에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점주 B씨의 경우에도 사례는 비슷했다. B씨는 “당시 개발 직원이 150만 원의 예상 일매출을 보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50만 원 정도였다. 1년 2개월을 하루 12시간씩 일했으나 현재까지 수천만 원의 적자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본사가 B씨에게 제공한 일매출 150만 원의 예상매출액 산정서에는 ‘점주가 직접 자필로 작성 바란다’, ‘산출 근거는 참고자료로써 법적 책임의 의무가 없음을 알린다’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B씨의 경우 지난 2월 11일 국회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개최한 ‘CU편의점 저매출 점포 피해사례 보고 및 진정한 상생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 사례를 발표하는 등 지속적으로 피해를 호소했다. 본사는 지난달 말 B씨의 매장을 직영 전환했고, B씨는 위약금 없이 매장을 정리할 수 있었다.

“본사만 살찌는 구조”

문제는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편의점 업계는 지난해 12월 점포 과밀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고자 ‘근접 출점 제한’을 핵심으로 한 자율규약을 도입했다.

출점 거리 제한 기준으로 담배 판매소 간 거리 제한을 준용해 대부분 지역에 50m가 적용되는데, 편의점 과밀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올해 거리 제한이 확대되기 전에 공격적으로 점포 수를 늘리는 분위기다. 

현직 개발 직원 C씨는 “점포 수로 요즘 타 업체랑 경쟁이 장난 아니다. 본사가 개점 경쟁을 붙여 힘들다”며 “예상 매출의 경우 산정을 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본사에서는 실적 해오라고 압박하고 점주들에게는 점포 개설을 권유해야 하니 제시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최근 편의점의 실질매출 추이는 과도한 위약금 등으로 4명의 점주가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2013년 당시와 매우 흡사한 상황”이라며 “점주는 빈곤해지고 본사만 살찌우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본사는 이를 거절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 본사들은 자율규약으로 근접출점 자제를 약속한 뒤 이율배반적 행위를 하는 것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U 관계자는 B씨 매장의 직영 전환에 대해 “해당 매장의 상권 및 향후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직영점으로 인수했다. 그 외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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