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생활 재테크’ 0순위

경기도 분당에 사는 가정주부 정미희(42)씨는 새해 들어 모든 금융거래를 인터넷뱅킹으로 하고 있다. 평상시 쓰는 약간의 용돈을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찾는 것을 제외하고는 계좌이체에서부터 예금·적금가입은 물론 각종 공과금도 인터넷으로 낸다. 정씨가 이처럼 인터넷뱅킹을 생활화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수료가 적게 들고 거래가 편하며 금리도 우대를 받기 때문이다. 인터넷뱅킹은 생활재테크 0순위로 1석 3조의 이익을 얻는다.

인터넷뱅킹의 이 같은 이점으로 가입자들이 갈수록 느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전국적으로 인터넷뱅킹에 가입한 사람(중복가입 포함)은 약 4244만5000명. 1년 6개월 전보다 1000만 명쯤 는 것이다.


펀드가입 수수료 1%P 깎아줘

자연히 은행을 찾는 사람들의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고객이 은행창구 직원을 만나 금융거래를 하는 횟수가 적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非對面) 거래비율이 높은 셈이다. 입·출금의 경우 79.4%, 계좌조회를 비롯한 조회서비스는 81.5%에 이르렀다.

인터넷 대출신청은 하루 평균 약 2100건, 금액으론 193억원대에 이른다. 인터넷 전용금융상품도 크게 늘었다. 은행 입장에선 인건비 등을 줄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손님 입장에선 은행 영업점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금리우대 같은 각종 금융혜택까지 있어 인터넷 뱅킹이 날로 인기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말 현재 판매한 인터넷상품 수는 736개. 2006년 말(432개)보다 70%이상 늘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인터넷상품 잔액이 한 해 동안 1조원 이상 불어났다. 인터넷금융은 잘만 이용하면 돈을 아끼고 수익을 더 높일 수 있게 해준다.

인터넷 뱅킹을 하면 이용자에게 당장 어떤 이점이 돌아갈까. 은행은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깎아준다. 또 펀드가입 땐 수수료를 1%포인트 할인해준다. 예금 땐 우대금리 혜택도 주어진다.

하나은행은 ‘e-플러스 공동구매’ 정기예금을 인터넷으로 팔고 있다. 이 상품의 금리는 연 6.7%. 하나은행에서 파는 정기예금 중 최고 금리다.

신한은행은 ‘탑스 외화적립예금’을 인터넷에서 현금으로 적립하면 환전수수료를 30% 깎아준다. 우리은행은 인터넷으로만 파는 ‘우리로모아정기예금’에 가입하는 사람에게 우대금리 0.2%포인트를 더 얹어주고 있다. 외환은행은 장기주택마련저축을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

금리우대 못잖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신한은행은 경찰청과 함께 지난 7일부터 교통과태료를 인터넷뱅킹과 폰뱅킹으로 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24시간 납부할 수 있어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이나 사업자들에게 인기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가 무인단속카메라에 찍혀 과속 또는 신호위반으로 단속됐을 때 가상의 은행계좌번호를 운전자에 알려줘 인터넷뱅킹이나 폰뱅킹으로 계좌 이체할 수 있게 돼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행정자치부와 ‘e하나로 민원서비스’협약을 맺었다. 따라서 은행은 손님 동의 아래 주민등록 등·초본 등 12종류의 행정자료를 온라인으로 열람·확인할 수 있다. 고객은 대출받을 때 주민등록 등·초본 등을 발급받아 가져갈 필요가 없다. 은행에서 행자부로부터 바로 발급받아 확인할 수 있어 거래고객이 굳이 서류를 떼지 않아도 된다. 서류발급에 따른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수수료도 내지 않아도 돼 고객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다.

집에서 TV를 보면서 계좌조회나 자금이체를 할 수 있는 TV뱅킹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신한은행에 이어 기업은행도 TV뱅킹을 가동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KT와 손잡고 ‘메가TV’를 통해 계좌조회, 자금이체, 신용카드, 대출, 외환거래 등 다양한 은행업무를 TV화면에서 이용할 수 있다.

TV뱅킹은 인터넷뱅킹에 가입, 인증서를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용방법은 쉽고 간편하다. 인터넷서비스업체에서 제공하는 셋톱박스에 공인인증서가 저장돼있는 USB를 꼽는다. 그런 다음 리모컨을 이용, ‘금융’폴더를 택한 뒤 원하는 은행이나 증권사 코너로 들어가면 된다. 은행의 현금입출금기를 이용할 때 화면에 자신이 원하는 거래표시를 고르는 것처럼 리모컨으로 폴더를 누르면 된다.

인터넷뱅킹은 편하고 돈을 벌게 해주는 이점이 많지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낭패를 보게 된다. 그렇잖으면 거래자 신상정보나 금융거래내용이 드러날 수 있다. 따라서 비밀번호와 공인인증서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TV뱅킹도 본격화

인터넷뱅킹을 하면 개인신용정보(이름·통장·거래내용 등)가 인터넷과 연결된 컴퓨터에 저장된다. 인터넷사이트가 해킹당하거나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 등을 잃어버리면 피해를 볼 수 있다. 모바일뱅킹도 마찬가지다. 모바일뱅킹에 로그인할 때 쓰이는 핀(PIN)번호와 계좌비밀번호를 다른 사람에게 노출해선 안 된다. 특히 보안카드관리에 신경 써야한다. 이와 함께 휴대전화를 잃어버렸을 땐 반드시 해당 이동통신사에 신고해 다른 사람의 부정사용에 대비해야 한다.



#금융제도 어떻게 바꿨나?

인터넷·텔레뱅킹 이체한도 차등화

오는 4월부터 인터넷 등 통신보안수준에 따라 인터넷·텔레뱅킹 이체한도가 최대 10배까지 차등화 된다.

이에 따라 전자금융거래를 통해 거액의 돈을 이체하는 일이 잦은 사람이나 기업은 일회용비밀번호(OTP) 발생기나 하드웨어보안모듈(HSM) 방식 공인인증서 등 첨단보안장비를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

금융감독당국은 오는 4월부터 전자금융거래 이용수단의 보안등급을 3등급으로 나눈 뒤 등급에 따라 인터넷뱅킹 및 텔레뱅킹 이용한도를 차등적용 한다고 밝혔다.

인터넷뱅킹의 경우 개인의 1회 이체한도는 보안등급이 1등급일 땐 1억원이지만 2등급은 5,000만원, 3등급은 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하루 이체한도 금액도 △1등급 5억원 △2등급 2억5,000만원 △3등급 5,000만원으로 차등 적용된다.

한편 텔레뱅킹 1회 이체한도액은 △1등급 5,000만원 △2등급 2,000만원 △3등급 1,000만원이다. 하루 이체한도액은 1등급 2억5,000만원, 2등급 1억원, 3등급 5,000만원이다.

보안등급은 보안장비 구비 여부에 따라 다르다. 보안등급이 1등급이면 △OTP발생기ㆍ공인인증서 △HSM방식 공인인증서ㆍ보안카드 △보안카드ㆍ공인인증서, 2채널 인증요건 등 3가지 조건 중 하나를 갖춰야 한다. HSM방식은 공인인증서 복사방지 등 보안성이 강화된 스마트카드나 USB저장장치이며 2채널방식은 인터넷ㆍ전화, 전화ㆍ팩스 등 2가지 채널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또 2등급은 보안카드ㆍ공인인증서ㆍ휴대전화SMS(거래내역통보) 체계가 구축된 경우며 3등급은 기존처럼 보안카드와 공인인증서만 갖고 있는 경우다.



##‘컴퓨터 속 인터넷은행’ 언제쯤 문 열까

금융실명제… 최저자본금 등 걸림돌

‘소니(sony)뱅크, 에그(egg)뱅크, 시큐리티 퍼스트 네트워크 뱅크(SFNB), 넷(net)뱅크…’

일본, 영국, 미국 등지에서 영업 중인 이들 은행은 공통점이 있다. 은행간판을 내건 오프라인점포가 없다는 것. 점포 없이 컴퓨터상으로만 영업하는'인터넷 전문은행'들이다. ‘온라인 돈 장사’들이 성업 중이란 얘기다.

이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국내에도 곧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인터넷 뱅킹이 일반화된 분위기여서 컴퓨터상으로만 영업하는 은행들의 인식과 신뢰도가 일반은행들보다 뒤지지 않는 등 환경도 무르익어 실현될 확률이 높다.

더욱이 인터넷 전문은행은 점포유지비용이 크게 들지 않아 예금이자는 높이고 대출이자는 낮춰 고객들에게 보다 높은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은 1995년 10월 영업을 시작한 미국의 시큐리티 퍼스트 네트워크뱅크(SFNB)다. 이어 영국의 보험그룹 푸르덴셜이 1998년 에그뱅크를 세웠다. 일본에서도 2000년 미쓰이 스미토모은행과 일본생명 등이 공동출자한 재팬넷뱅크가 등장했고 2001년엔 소니가 출자한 소니뱅크가 영업을 시작했다.

물론 시험적인 분야인 만큼 시행착오도 적잖았다. SFNB는 고객확보에 실패해 RBC센츄라은행에 인수됐고, 비교적 성공적이란 평을 받았던 에그뱅크도 올해 초 씨티그룹에 팔렸다. 하지만 에그뱅크를 비롯해 1996년 출범한 미국 넷(net)뱅크 등 흑자를 남기는 곳도 많아 그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받았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역사가 10년을 넘겼지만 국내에선 아직 1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인터넷 강국의 면모와도 상당히 동떨어진 현상이다.

물론 시도는 있었다.

2001~2002년 ㈜브이뱅크컨설팅이 롯데, SK, 코오롱, 이네트 등 대기업과 벤처기업 23개사의 공동출자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 때 “전국 단위의 은행을 지향하면서도 지점은 전혀 없고 인력도 100여명 안팎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결국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물거품이 됐다.

현행법상 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는 기준엔 전혀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만들려고 해도 최저자본금이 1,000억원 이상이어야 하며, 재벌그룹의 은행소유를 막기 위해 유지돼온 금산분리원칙도 그대로 적용된다. 은행설립기준을 고스란히 적용 받아야 하는 현실이 오히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더욱 큰 장애물은 금융실명법이다. 고객이 계좌를 만들려면 신분증사본 제출 등 직접 본인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인터넷 전문은행으로선 이 부분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한때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꾀했던 브이뱅크컨설팅은 계좌개설만 다른 은행의 점포를 빌려서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따라서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하기 위해선 설립자본금 기준을 낮추고, 전자공인인증서 만으로 계좌개설이 가능토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금의 은행법을 그대로 두고 감독규정만 정비할 것인지, 인터넷 전문은행을 위해 은행법과 시행령 개정을 따로 추진할 것인지는 좀 더 협의를 거쳐 검토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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