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버닝썬發 마약범죄 실태보고]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클럽 버닝썬 [뉴시스]
클럽 버닝썬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대한민국이 마약 사건으로 초토화됐다. 정준영-승리 사건이 터지면서 클럽 내 마약 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 사위가 버닝썬 직원으로부터 마약을 제공받았던 사실이 알려졌다. 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카의 마약밀반입 사건도 뒤늦게 알려지면서 마약사건에 대한 관심이 더욱더 높아갔다. 거기에 남양유업 외손녀·SK그룹 손자·현대그룹 손자들이 마약 사건에 연루되자 마약사건이 핵폭탄급으로 확대됐다.  

사실 마약범죄는 일상적인 범죄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생활 곳곳에 암처럼 너무 많이 퍼져있다. 그중 하나가 클럽이다. 쾌락을 즐기기 위해 들른 클럽이나 바에서 접한 마약은 사람들을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트리기에 충분하다.

 

GBL과 조합되는 물질 따라 수십 수백 가지 마약 제조 
지난해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류 총 660건 426㎏


지난 4일 밤 12시경 서울 강남 논현동의 A바를 찾았다. 평소 같았으면 들락거리는 사람들로 붐볐을 시간이지만 이날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작은 네온사인도 클럽 내부의 조명도 모두 꺼져있었다. 

A바는 최근 연달아 터진 클럽 버닝썬 폭력·마약사건과 아레나 탈세사건 등으로 경찰의 수사가 대대적으로 시작되자 폐업을 해 버렸다. 기자가 찾은 이 바는 마리화나 등 마약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이름도 위치도 알 수 없었다. 중간책을 거쳐서 겨우 위치를 알았지만 이미 폐업을 하고 난 뒤였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의 조사가 느슨해지면 언제든 다시 문을 연다.

 

마약류 사범 1만명
이미 2015년 돌파

 

대검찰청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 기준 1만2613명이다. 2017년 약 1만4123명 보다는 조금 줄었다. 하지만 2014년 약 9984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마약은 일반적으로 천연마약, 합성마약, 향정신성물질로 나뉜다. 양귀비꽃으로 만든 아편, 모르핀, 헤로인 등이 천연마약이다. 합성마약으로는 페치딘, 메사돈 등이다. 향정신성물질은 의료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프로포폴, GHB, 메트암페타민(필로폰), 케타민, 졸피뎀 등이다.

한국마약퇴지운동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마약 종류는 500여 가지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화학성분을 다양하게 결합하는 방식 등으로 수천종의 마약이 만들어지고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버닝썬 등에서 범죄용으로 사용된다고 알려진 GHB, 이른바 ‘물뽕’은 신종유사마약으로 불린다. 신종으로 불리긴 하지만 이미 1998년부터 국내에서 거래 돼 왔다. 기존 알려진 필로폰, 아편 등 보다 중독성은 약하지만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게 만들어 여성들을 성폭력 등 범죄에 노출시킬 수 있는 만큼 폐해가 심각하다. 

또 다른 문제는 지금 유통되고 있는 물뽕이 정상적인 제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는 인터넷 등에 물뽕 제조법 등과 관련된 정보가 너무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마약을 제조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물뽕은 GBL이라는 물질과 BD라는 물질을 합치면 손쉽게 만들 수 있다. GBL이라는 물질을 어떤 물질과 조합하느냐에 따라 수십 수백 가지 마약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성분의 효능과 효과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서 새로운 마약을 만들다 보니 피해나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물뽕은 몸 속에서 흡수가 잘돼 약물검사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다. 마약 수사를 전담했던 한 퇴직 경찰도 물뽕 사건으로 인해 범인들을 검거 하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마약은 일단 약물검사를 하면 증거가 확실한데 물뽕의 경우 잘 검출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게다가 물뽕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이 먹기 때문에 더욱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약 유통 급증 요인
유학생·SNS·택배 등

 

과거와 달리 마약이 사회 구석구석 암처럼 파고들 수 있는 이유는 과거와 다른 유통구조다. 1970~1980년대는 대부분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마약이 유통됐었다. 이후 대학가와 연예계로 번졌고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신종마약의 전성기가 열렸다. 

최근 재벌가 3세들이 관련된 마약 사건이 터진바 있다.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이 있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마약문화가 합법적인 곳이 많다. 자연스럽게 문화로 받아들였던 이들이 국내에서도 마약을 끊지 못하고 지속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마약을 문화로 인식하는 경우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마약을 하는 사람들은 마약의 폐해와 심각성을 인식을 하지 못하는데 선진문화로 받아들일 경우 오히려 더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마약 중독자들과 상담해 보면 그들은 마약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나고 재산을 탕진해도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마약 특히 중독은 뇌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 만성적인 질병으로 치료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SNS 문화와 택배서비스도 마약이 확산되는데 일조했다. 다양한 SNS 문화와 지역·공간을 초월하는 택배서비스는 마약을 언제어디서든 구매하고 전달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대학생, 주부, 공무원 할 것 없이 누구나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최근 택배를 통해 거래되는 마약들은 국내를 벗어나 일본 태국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발송되는 건들이 많다. 택배 외에 지하철역, 공원 등 오프라인상에서도 직접 마약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경찰에 압수된 물뽕(GHB) [뉴시스]
경찰에 압수된 물뽕(GHB) [뉴시스]

 

필로폰·코카인 등
마약밀수 폭발적 증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돼 압수된 마약류는 426㎏이다. 주로 국제우편을 이용했다. 

지난 1월 24일 발표된 관세청의 ‘2018년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류는 총 660건에 426㎏에 이른다. 이는 2016년 423건에 50㎏, 2017년 476건에 69㎏과 비교할 때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마약류 밀수 품목별 단속 현황으로는 메트암페타민(일명 필로폰)이 110건, 222.9㎏이 적발돼 건수는 전년(109건)과 비슷했지만 중량은 30.9㎏에서 622%나 증가했다.

코카인도 15건, 72㎏이 적발돼 건수는 전년과 동일하나 중량은 지난해 10월 환적화물에 은닉한 대규모의 코카인이 적발(63.9㎏)되면서 약 600배가 증가했다.   

양귀비 종자류도 66건에 57.6㎏이 적발돼 전년대비 건수 288%, 중량 514%가 각 증가했고 합성마약 MDMA 등 기타 마약류는 230건, 13.3㎏이 적발돼 전년 대비 건수는 4% 증가했으나 중량은 12% 감소했다.

관세청은 이처럼 마약류 밀수가 증가하자 품목별 원인과 대책을 세워 단속에 나섰다. 

먼저 관세청은 메트암페타민 밀수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대만 마약조직 ‘죽련방’ 등 대만·동남아 일대 중국계 마약조직이 우리나라 필로폰 암시장 진출을 노린 밀수 시도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 메트암페타민은 미얀마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에서 대량생산되고 있으며 해당지역을 넘어 한국·일본·호주 등지로 밀반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코카인 밀수 적발이 증가한 이유는 지난해 10월 부산을 경유해 중국으로 가는 멕시코발 환적화물에서 코카인 약 64㎏이 적발되는 등 우리나라 공항에서 환승하는 여행객이나 환적화물이 위험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대마류 밀수가 증가한 원인은 기호용 대마의 합법화에 따른 영향으로 관세청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캐나다에서 기호용 대마가 합법화됨에 따라 온라인 거래 혹은 유학생·교민 등 지인을 통해 해외특송이나 국제우편으로 대마류를 밀반입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실제로 북미발 대마류 적발건수는 2017년 59건, 8㎏에서 지난해 244건, 33.6㎏으로 늘었다.

 

일회성 단속 한계
마약판매 광고도 단속

 

또 양귀비 종자류도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양귀비 종자류를 구입해 특송화물로 밀반입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관세청은 북미지역에서 반입되는 해외특송과 국제우편물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우범성판별기법을 활용, 국내반입을 억제 중이다. 

경찰청은 버닝썬 사태로 물뽕 등 마약류 흡입·유통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2월 25일부터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 근절 추진단’(추진단)을 꾸리고 집중 단속을 벌여왔다. 그 결과 마약 흡입·유통 사범 511명을 붙잡았고, 이중 211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버닝썬·아레나 등 클럽 관련 마약 사범 수사 대상자 41명 중 28명을 검거하고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중 버닝썬 내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흡입한 인원이 11명(구속 3명), 아레나 등 다른 클럽 마약 사범은 13명이었다. 나머지 4명(구속 1명)은 인터넷 등에서 물뽕을 유통해 경찰에 붙잡혔다.

마약류 종류별로는 향정신성의약품 82%(421명)로 가장 많았고, 대마 14%(69명), 그외 마약 4%(21명)였으며, 이 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일치했다. 유형별로는 투약자가 76.5%(391명)로 가장 많았고, 판매책이 22.5%(115명), 제조·밀수책 1%(5명) 순이었다.

경찰은 마약 범죄에 이은 2·3차 범죄인 ‘약물 이용 의심 성범죄’ 및 ‘약물 피해 관련 불법촬영물 유포'’  단속 중이다. 현재까지 12명을 검거해 5명을 구속했고, 그 외 84건을 수사 중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은 단속뿐만 아니라 ‘000물 피해 관련 불법촬영물 게시’ ‘마약류 판매광고 게시’ 등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인터넷 불법 게시물 삭제·차단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약물 피해 관련 불법촬영물 게시’ 46건, ‘마약류 판매광고 게시’ 107건 등 인터넷 불법게시물 153건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보해 삭제·차단 조치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삭제·차단 기간 단축을 추진하는 등 신속한 조치에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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