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증 알면 돈이 보인다


올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벌써부터 집을 보러 다니거나 자금 마련을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더러는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전세 돈을 빌리거나 꾸어주는 이들도 보인다. 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이 오갔다는 차용증서 등을 주고받고 있다. 이처럼 남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빌리면서 차용증서, 지불각서, 현금보관증, 영수증 등을 주고받는 게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들 문건들이 어떤 힘을 갖고 법적 기능이 어떻게 되는 지 잘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증서나 각서들은 돈을 빌린 사람이 빚을 갚지 않으면 휴지조각과 다름없다.

따라서 차용증서나 지불각서에 공증을 받아두기도 한다. 이 때 받는 공증은 어떤 효력을 갖는 것일까.

공증은 공정증서로 계약서를 쓰는 것을 일컫는다.

즉 공증인사무실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당사자들이 기명날인해서 만들어 간 계약서에 공증인도 기명날인한다.

그런 뒤 원본은 보관하고 사본에 해당하는 정본이나 등본을 당사자에게 준다. 이렇게 받는 일종의 증빙 서류를 ‘공정증서’, 줄여서 ‘공증’이라 한다.

공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공증인사무실, 공증인가 합동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등 3군데다. 공증사무실이 없는 지역이나 공증사무실이 있어도 그 업무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공증인법’에 따라 지방검찰청 검사 또는 지방법원 등기소장으로 하여금 관할 구역 안에서 공증인 직무를 대신하기도 한다.


공증 받을 수 있는 곳:
공증인사무실, 합동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공정증서는 법원에 내면 증거력이 인정된다. 금전채권에 한해서는 공정증서에 재산을 강제집행해도 이의가 없다는 약속을 넣어두면 돈을 빌려준 사람은 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채무자 재산을 강제 집행할 수 있다.

어음, 수표 등은 이미 확정되어 있는 금전상의 의무이므로 공정증서만으로 강제 집행할 수 있다.

법무부는 최근 열린 ‘선진계약문화 정착을 위한 공증개선 세미나’에서 내년부터 선서인증제도와 전자공증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선서인증이란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을 맺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계약 내용에 대한 진실성도 보증하는 제도다.

선서인증을 하면 법적 분쟁이 났을 때 증거를 따로 채택할 필요 없이 법정진술에 준하는 증거력을 확보하게 된다.


만약 허위 선서를 하면 벌금형에 처해진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보호처분을 위한 제출 자료나 지적재산권 분야, 의사진단서 등에 활용돼 법적 분쟁에 증거가 된다.

전자공증은 전자문서로 공증 받는 제도다. 누구라도 인증된 특정 정보를 확인하거나 손쉽게 증거를 보전할 수 있게 된다.

공증은 국내에서 일어나는 금전 관계 서류에만 붙는 것은 아니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외국과의 금전 거래나 사안에 대해서도 이뤄진다. 넓게는 유학, 이민 서류까지 해당된다.

이와 관련, 유학, 이민, 무역 등과 관련해 우리나라 공문서를 외국으로 보낼 때 주한외국대사관 등 외교기관에서 공증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외국 공문서에 대한 인증 요구를 폐지하는 협약’(아포스티유 협약)이 이날부터 발효됐기 때문이다.

아포스티유 협약 발효에 따라 정부가 발급하는 증명서 격인 ‘아포스티유’(Apostille)를 붙인 공문서는 별도 공증절차 없이 협약 당사국 안에서 서로 인정받을 수 있어 유학생, 이민자, 무역종사자 등의 업무 처리가 한층 편리해진 것이다.

예를 들어 주한미국대사관의 영사 확인을 위해 미국대사관을 찾아갈 필요 없이 외교통상부에서 아포스티유 확인을 받아 미국에서 곧바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1961년 맺어진 아포스티유 협약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대다수 선진외국을 포함해 세계 92개 나라가 가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국회비준을 거쳐 그 해 10월 협약사무국인 네덜란드 외교부에 가입서를 낸 바 있다. 지금까지는 주민등록등본, 호적등본, 납세증명서, 운전면허증, 성적증명서 등 우리나라 문서를 외국에 보낼 때 문서를 받는 국가의 주한대사관에서 공증 절차를 거쳐야만 해당 국가에서 문서로서 공신력을 인정 받아왔다.

협약 발효에 따라 외교통상부는 7월14일부터 협약 가입국에 보낼 우리나라 공문서에 대해 확인서인 아포스티유 발급 업무를 시작했다.

외국에 공문서를 보내려는 사람은 해당 공문서를 발급받은 뒤 외교통상부 별관 영사민원실에서 아포스티유를 확인받으면 곧바로 해당국에서 공문서로서의 효력을 인정받는다.



#공증 실전 사례

공증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지난 7월10일 법무부와 대한공증협회가 주관한 ‘제1회 공증주간’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날 공증협회 관계자는 사례를 들어 공증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경남 창원의 박모씨(82)는 막노동을 하면서 어렵게 20억원대 부동산을 마련했다. 그는 자신처럼 불우한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하고 유언공증을 했다.

박씨가 숨지자 자녀들은 ‘유산을 나눠 달라’며 소송을 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공증 받은 유언장에 따라 고인의 재산은 자선단체 이름으로 곧바로 등기됐다. 박씨 아들들도 고인의 뜻을 받들기로 했다.

이와 같은 공증 대상은 개인 간 어음이나 수표거래뿐만 아니라 담보권 설정, 매매, 위임계약 등 각종 계약서를 비롯해 손해발생 상황의 증거보전 차원에서 활용 가능하다.

공증수수료는 어음이나 금전거래의 공증가액이 1천만원이면 공증수수료를 3만3천원만 내면 된다. 만일 공증가액이 20억원을 넘는다면 공증수수료는 3백만원으로 고정된다. 법무법인과 합동법률사무소에서 공증 받을 수 있다.

올 들어 11월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공증인 수는 1천8백19명이다. 공증업무는 매년 3백만 건 이상 이뤄지고 있으며 공증금액은 61조원대에 이른다.



##현금보관증, 내용증명 어떤 효력 있나

법적 효력 없는 단순 증빙에 불과

일상생활에서 차용증서 대신 현금보관증을 쓰는 일이 더러 있다.

이는 차용증서를 쓰고 빚을 갚지 않으면 민사소송으로밖에 해결할 길이 없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채무자가 보관중인 채권자 돈을 갚지 않아 임의로 쓴 것처럼 보이므로 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받아두는 증표가 바로 현금보관증이다.

하지만 계약의 원인이 금전 소비 대차일 땐 계약서 명칭이 차용증서가 아닌 현금보관증으로 썼더라도 차용증서 이상의 의미는 없다.

또 하나 우리 생활에서 많이 활용되는 ‘내용증명’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내용증명’ 우편물이 법률적으로 큰 힘이 있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잖다.

그것은 어떤 사람에 대해 일정한 통지를 했다는 증거를 남길 필요가 있는 것에 불과하다.

내용증명 우편으로 보내면 우체국에서 그런 내용의 우편물을 확실히 접수했다는 증명을 해주는 증거력이 있을 뿐이다.

내용증명 자체가 어떤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에게 어떤 내용을 알렸다는 근거를 남길 때는 적격이다.



###외국 가는 공문서 아포스티유 발급 받는 법

외교통상부서 확인서 발급…우편발급도 가능

아포스티유 발급 때는 발급 신청서와 해당 문서를 챙겨가야 한다.

수수료는 5백원. 직접 방문이 어려울 땐 신청 구비서류, 반송용 우표, 봉투를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80 KoreanRe빌딩 4층 외교통상부 별관 영사민원실 아포스티유 담당자’ 앞으로 보내면 된다.

정부는 국민 편의를 위해 외교통상부 외에 법무부와 법원에서도 아포스티유를 발급할 예정이다.

아포스티유 발급대상 문서는 우리 공문서와 공증문서, 공증 받은 번역문도 포함 된다.

공문서는 정부기관 발행 문서로 호적등본, 납세사실증명서, 이혼판결문, 의약품허가확인서, 국공립학교성적증명서 등이다.

또 공증문서는 공증인법에 따라 공증한 문서로 사립학교발행증명서, 사립병원진단서, 회사발행문서, 은행발행문서, 제조자증명서 등이 해당된다.

아포스티유 협약 가입에 따라 문서 제출 국가 주한공관 영사의 인증 대신 외교통상부에서 확인 절차만 받으면 되므로 수속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우리 국민의 유학과 상사 주재 등 장기체류가 많고 우리와의 교역금액이 큰 나라가 대부분 협약에 가입하고 있어 국민편의가 실질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아포스티유’ 확인건수가 한해 20만 건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협약발효에 따라 아포스티유 확인을 받은 협약가입국 공문서도 국내에서 우리나라 공문서와 같은 효력을 갖고 있다.

아포스티유 협약과 관련된 자료는 외교통상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www.0404.go.kr)에서 자세히 검색해볼 수 있다. 상담전화(02-2100-7500)나 영사 콜센터(02-3100-0404)를 통해서도 안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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