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금증서·구역회의록 모두 가짜, 수협서 10억 대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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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종교계에 비리가 만연해 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연스레 종교를 버리거나 떠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정작 종교계는 내부 비리를 척결하지 못하고 몸집만 키우고 있다. 종교 지도자들은 신도 한 명 한 명의 아픔을 보듬기보다는 자신들의 명성 쌓기에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A목사는 이미 사기혐의 전과 있었다

교회 신도들 문제 제기도 못해

 

‘교회가 편의점보다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예비 목회자들도 개척교회 세우는 것을 꺼리는 게 현실이다. 고생길이 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예비목사들은 대형교회를 선호한다. 출셋길은 둘째 치고 편안한 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길이 진정 목회자의 길일까.

 

목사·전도사·장로

불법 알고도 공모

 

인천의 한 대형 교회 목사, 전도사, 장로가 법원으로부터 사기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해당 목사는 이미 사기혐의의 전과가 있는 상태였다. 일요서울은 법원 판결문을 입수해 사건의 내막을 알아봤다.

A목사는 2007년경부터 인천의 한 대형교회에서 목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B장로는 같은 교회에서 2012년경부터 재정업무를 관리하는 관리부장으로 일했다. C전도사도 같은 교회 소속이다.

이 교회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교회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출금 131억 원에 대해 원금을 변제하지 못해 매월 약 6000만 원 상당의 이자를 납부하는 등 심각한 재정난을 겪게 됐다. 결국 이들은 재정난을 타계하고 대출금 중 일부를 상환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

이들은 2012년 5월경 대출금 중 일부를 변제하기 위해 해당 교회가 관리하고 있던 D재단 소유의 충남 태안군 소재 수양관 부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기로 모의했다.

재단 교리 및 해당 교회 규약 등에 의하면 대출금을 건축비로 사용할 경우, 부동산 매입비로 사용할 경우, 재단에 편입한 재산 조성 시 발생한 부채를 변제할 경우에 한해 담보대출이 가능했다.  또 교회에 속한 부동산을 처분할 경우에는 교회 목사, 전도사, 장로, 권사, 재무부장, 관리부장 등으로 구성돼 있는 ‘구역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담보제공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A목사, B장로, C전도사는 2012년 4월 2일경 C전도사에게 교회건물 신축과 관련해 10억 원의 채무가 있는 것처럼 허위 차용금증서를 작성했다. 이후 구역회를 개최해 승인 받은 것처럼 허위 구역회 회의록을 작성한 뒤 D 재단에 제출해 재단으로부터 담보제공 승인을 받았다.

세 사람은 이미 같은 해 3월 30일경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한 수협은행에 허위로 작성된 차용금증서. 기본재산 담보제공승인서류 등을 제출해 대출을 신청했다. 결국 수협은 같은 해 5월 2일 교회 계좌로 10억 원을 입금 받았다.  

 

사기죄 아니다? 

法, 거짓말·진실 은폐는 사기

 

재판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차용금증서와 관련 대출 참고서류에 불과하고 D재단의 담보제공 승인이 무효가 아니므로 사기죄 성립에 필요한 기망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리 및 D재단 정관 등을 증거로 피고인들이 대출을 위해 허위 차용금증서와 절차상 하자가 있는 담보제공 승인 서류 등을 제출해 피해자, 즉 대출을 해준 수협을 기망해 대출금을 편취했다고 봤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정관 내용 등을 이미 숙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법원은 피해자 입장에서 차용금증서와 담보제공 승인서류는 대출실행을 위한 주요 판단자료로 차용금증서가 허위이고 담보제공 승인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사정을 알았다면 대출을 실행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재산상 손해가 없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고 이로써 상대방의 재산이 침해되는 것이라며 피고인들이 대출금을 수령한 이상 손해발생 여부는 사기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피고인들 외 다른 임원들 일부는 이미 처음부터 모든 사기 정황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특별한 반대 없이 부정대출이 진행됐다. 특히 A 목사는 허위 차용금증서, 임시구역회 회의록 등에 모두 서명과 날인을 직접 함으로써 적극적인 개입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8월 16일 선고가 내려졌다. 하지만 해당 교회 교인들은 자세한 내막을 모르고 있고 교회에서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문제제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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