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음란물·범죄 모의까지…‘빨간방’ 성 산업 카르텔 新모델 

정준영 [뉴시스]
정준영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승리-정준영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하 단톡방)’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그들이 벌인 각종 불법행위들이 단톡방에 문자, 사진, 영상으로 고스란히 남아 경찰 수사 증거자료로 쓰이고 있다. 자신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지우는 기술만큼 복원기술도 발전했기 때문이다. 승리와 정준영이 단톡방을 통해 저지른 불법행위가 커다란 이슈가 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단톡방 경계령’이 내렸다. 생각지도 않고 올렸던 문자, 사진, 영상이 뒷날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승리-정준영 단톡방’으로 연예계가 초토화됐다

사생활 노출 꺼리는 사람들,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

 

‘승리-정준영 단톡방’으로 연예계가 초토화됐다. 이들이 불법 촬영된 동영상, 사진, 음란물 등을 공유한 단톡방은 20여 개가 넘는다. 단톡방에 참여한 인원은 총 16명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준영 외에도 직접 불법영상을 촬영해 단톡방에 올린 사람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가장 최근 정준영 단톡방 멤버로 밝혀진 사람은 가수 로이킴과 에디킴이다. 로이킴은 현재 미국에 있는 상태로 조만간 입국해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에디킴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지난달 31일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불법 단톡방

 

현재 경찰은 승리와 정준영의 경우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최종훈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통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승리-정준영 단톡방’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단톡방의 가장 큰 문제는 음란물 유통이다. 적게는 2~3명 많게는 수십, 수백 명이 모여 있는 단톡방의 정보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단톡방 안에 있는 사람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군가 글이나 영상을 올리면 모두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불법 영상을 원해서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일명 ‘빨간방’이라고 불리는 불법 음란물을 공유하고 유포하는 오픈채팅방이다.

‘빨간방’은 최근 2~3년 사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주로 불법 음란물을 공유하고 유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톡방이다. 올라오는 영상만 보면 과거 소라넷 못지않다. 실제 온라인 사이트와 연계돼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

오픈채팅이라고는 하지만 단톡방 입장을 위해서는 인증절차가 필요하다. 단순히 ‘빨간방’을 찾았다고 해서 입장이 가능한 게 아니다. 방 개설자는 입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각종 인증사진을 요구한다.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까다롭다. 오늘날짜 등이 포함된 노출사진을 요구하는 식이다.

또 다른 방식은 개설자가 직접 초대하는 것이다. 카카오톡에서 개설자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검색한 후 친구추가 하고 메시지를 보내면 ‘빨간방’으로 초대해 준다. 이같은 내용들은 이미 네이버 블로그나 구글 등에 소개돼 있다. 

실제 올라와 있는 게시글들을 보면 대놓고 ‘빨간방’을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빨간방’에 어떤 영상이 올라와 있다거나 특정 연예인의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식의 호객행위까지 하고 있다.

'빨간방' 홍보 블로그 캡쳐화면
'빨간방' 홍보 블로그 캡쳐화면

 

내 영상 올리고

성매매까지 이뤄진다

 

‘빨간방’의 문제는 단순히 불법 음란물 공유·유포가 아니다. 방문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불법행위를 하도록 만든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오픈채팅방과 함께 운영되는 인터넷판 ‘빨간방’에 들어가면 영상을 보기 위해 등급이 필요하다. 과거 같으면 현금 충전 등으로 포인트를 쌓아 영상을 보고는 했지만 최근에는 일명 ‘제보’라고 해서 개인 소장·촬영 영상을 올리면 등급이 올라간다. 

이때 올리는 영상은 여동생, 여자친구 등의 자는 모습, 개인 성관계 영상 등이다. 이러한 영상을 제출해 등급이 올라가면 이른바 ‘VIP방’에 들어갈 수가 있다. 

등급이 올라가 ‘VIP방’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되면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각종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희귀한 불법 음란물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기본이다.

결국 단톡방이나 인터넷 사이트로 운영되는 ‘빨간방’은 불법 음란물 유포, 공유 창구이면서 성매매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성산업 카르텔의 새로운 모델이다. 

여성가족부는 이같은 심각성을 인식해 오픈채팅방 등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촬영물 유포와 불법정보 유통에 대해 지난 1일부터 집중 점검단속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점검단속 분야가 온라인 채팅방을 통해 이뤄지는 불법 성매매 조사에 집중됐었다. 하지만 정준영 사건 이후 불법촬영물 유포·공유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열린 채팅방을 통한 불법동영상 유포·공유 조사가 추가됐다. 

여성가족부는 스마트폰 열린 채팅방 점검과정에서 음란성 영상 같은 불법정보 유통이나 성매매 또는 이를 암시하는 문구가 발견되면 경고 메시지를 송출하게 된다.

불법사항이 발견된 채팅방에 대해서는 발견 시 1차 경고메시지를 발송하고, 미중단시 일정시간 간격으로 경고 메시지를 수차례 지속 송출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사업운영자에게 해당 채팅방에 대한 차단·폐쇄 요청 절차가 진행된다.

점검 과정에서 공개된 단체채팅방 내 불법촬영물이 발견되면 여가부 산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등 관계기관에 긴급 삭제 요청과 함께 경찰수사를 의뢰한다.

하지만 소라넷 사례에서도 봤듯이 이른바 ‘빨간방’을 완전하게 없애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가부의 단속으로 오픈채팅방에서 이른바 ‘빨간방’은 찾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온라인상에는 여전히 ‘빨간방’을 찾는 사람들과 ‘빨간방’으로 유인하는 게시물들이 넘쳐난다.

 

대포폰·위조 주민등록증

조폭 모집, 범죄 모의도

 

기존 단톡방에서는 왕따 문제가 대두됐었다. 초중고 학생들이 단톡방에서 특정학생을 비방하거나 왕따시켜 심각한 문제가 초래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종 범죄의 창구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인터넷상에는 오픈채팅방에서 사기를 당한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판매자가 명품 핸드백, 의류, 유아용품 등을 저렴하게 판다고 단톡방을 개설해 놓고 구매자에서 실제 제품의 사진을 보여준 뒤 입금을 유도한다. 제품을 구매하려는 구매자가 판매자가 알려준 계좌로 구매 금액을 입금하면 채팅방을 닫아버리는 식이다. 공동구매를 미끼로 사기를 치는 경우 피해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얼마 전까지는 오픈채팅방에서 대포폰을 구매할 수 있었다. ‘대포’라는 검색어만 입력하면 대포폰 판매업자들이 수도 없이 떴었다. 해당 채팅방에서는 불법인 유심칩 거래도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속으로 대부분 사라졌다. 

위조 주민등록증도 거래됐다. 가격은 3만5000원~5만원 선이다. 하지만 이 역시 단속으로 대부분 사라졌다. 이 밖에 조폭 모집, 범죄 모의 등도 이뤄졌다.

한편 카카오톡의 오픈채팅방을 통한 각종 범죄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다 보니 이른바 ‘사이버 망명’을 시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생활이 공개되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과거 자신이 나눈 대화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메신저가 텔레그램이다. 독일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은 수사기관의 요청이 와도 텔레그램 본사조차 열람할 수 없는 비밀 대화방 서비스가 있다. 또 시간이 지나면 대화 자체가 서버에서 삭제되는 기능도 있다. 

지난 2014년 ‘카카오톡 검열’ 논란 당시 일주일 사이에 텔레그램의 일간 국내 이용자가 2만 명에서 25만 명(랭키닷컴 기준)으로 10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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