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부진] 영유아 소아기 식욕부진… 비기질성 성장부진·저신장·행동장애·발달지연
노년기 ‘식욕 부진’ ‘의도치 않는 체중 감소’… “질병이환률 사망률 높여”

최근 들어 비만 환자만큼이나 식욕부진 환자가 늘고 있다. 식욕을 자제하지 못하고 생기는 비만은 다이어트나 적정 체중 유지 프로그램으로 관리가 가능하지만 식욕부진은 병증의 원인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소아와 노인층인 양극 세대에서 주로 발병하며 소아인 경우 식이이상현상과 성장장애와 더불어 연구되고 있다. 과거에는 먹는 종류가 단순하고  양도 부족했기에 식욕부진은 단순한 기호성과 연관을 지을 수 있었지만 먹을 것이 넘쳐나고 개인의 식습관을 고려해서 다양하게 조리되어 나온 음식들이  넘쳐나는 시대의 식욕부진은 과거와 달리 해석하는 실정이다.

식욕부진은 크게 소아와 노인층에서 주로 발병하기 때문에  크게 소아 식욕부진과 노인식욕부진으로 나뉜다.  식욕부진에 대한 기본적인 병기는 비슷하나 각각의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차이점이 있다. 

먼저 소아의 식욕부진을 보면 장기간 식욕감퇴와 음식을 거부하는 일종의 병증으로 음식에 대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며 음식물을 싫어하는 임상적 특징을 보인다. 주로 1세에서 6세 사이의 소아에게 다발하며 농촌보다는 도시에 발병률이 높고 간식을 많이 먹는 경우에 주로 생긴다. 영유아 및 소아기의 식욕부진은 전반적인 상태를 저해하고 비기질성 성장부진을 일으켜 저신장, 행동장애, 발달지연 등의 유발인자가 되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및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은 크게 기질적 원인과 심인성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기질적인 원인은 구내염, 위장염, 감염, 빈혈, 내분비 질환 등 질병에 의하여 오는 경우로 그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가 동시에 식욕부진에 대한 치료로 이어진다. 신체적 기질적 원인이 없이 식욕부진이 있는 경우에는 심인성 또는 정신적인 식욕부진을 생각해 보아야 하며 심인성 식욕부진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억지로 많이 먹이려고 강요하는 데 있다. 심인성 식욕부진은 치료하기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부모들에게 소아마다 체중이나 식욕, 식사량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잘 이해시켜야 한다. 따라서 우선 시정할 것은 식사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근본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식사의 강요는 식욕부진에 대하여 역효과를 나타내며 악순환을 형성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런 점을 시정하는 데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강요 때문에 식사와 결합되었던 불쾌, 반사적 거부현상이 사라지고 식사가 유쾌한 것, 기다려지는 것이 되기까지는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생리적으로 자기 성장에 필요한 음식의 양과 종류를 알고 이점을 설명하여 너무 지나친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이유기아이는 철분이 부족하여 식욕부진에 있는 수가 적지 않으므로 이런 점은 의사와 상의하여 철분을 보충해 주도록 해야 된다. 

노인의 식욕부진은 이유 없이 식욕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체중이 감소하며 기력저하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검사상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체중 변화는 연령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을 나타내는데, 성인이 된 이후부터 60~65세까지는 체중이 점차 증가하는 반면 65~75세 이후로는 체중이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령 증가와 관련된 체중의 감소는 ‘의도치 않은 체중감소(unintentional weight loss)'라고도 불린다.  노년기의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는 젊은 사람들의 체중증가로 유발되는 각종 성인병과 마찬가지로 노인에 매우 중요한 문제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여러 질환에 대한 이환율 및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원인은 매우 다양하여 노화에 따른 생리적 변화와 병리적 원인의 유무를 상세히 살펴야 한다. 생리적 식욕부진의 주요 원인은 노인의 경우 젊은 사람에 비해 위의 내용물을 비우는 시간이 지연되어 배고픔을 천천히 느끼고, 같은 양의 식사에도 포만감을 더 빨리 느끼기 때문이며 노화에 의한 후각 기능 저하 및 미각 역치 상승 또한 노인의 식욕부진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노화에 따른 cholecystokinin의 증가, 남성의 testosterone의 감소에 따른 leptin농도 증가, 중추신경계 신경전달물질의 다양한 변화 등이 노화에 따른 생리적 식욕부진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식욕부진의 유병률은 식욕부진의 정의 및 연구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81세의 급성 및 재활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남성의 26.7%, 여성의 33.3%였으며, 70세 이상의 재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자가 보고식 연구에서는 30%로 타나났고, 70세 이상의 자활능력이 있는 236명을 대상으로 한 단면 연구에서 자가 보고한 식욕부진의 유병률은 남성 17.9%, 여성 37.1%, 전체의 30%로 보고 되었다. 이와 같이 국내외 식욕부진의 유병률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식욕부진이 유발할 수 있는 체중감소 및 각종 질환에 대한 이환율 및 사망률 증가를 고려하면 식욕부진에 대한 적절한 치료는 노인의 삶의 질 향상 및 질병 관리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식욕과 가장 밀접한 장부는 주미(主味), 주운화(主運化)하는 비(脾)와 주납(主納)하는 위(胃)이며, 간(肝)의 소설(疎泄)기능은 비(脾)의 운화(運化)기능을 도우며, 신(腎)의 명문화(命門火)는 비위(脾胃)를 온양(溫陽)하며, 폐(肺)의 숙강(肅降)기능은 위(胃)의 하강(下降)기능을 도와 비위(脾胃)와 함께 음식물의 소화와 식욕에 관여한다.

식욕부진의 병인병기를 외사범위(外邪犯胃), 음식내상(飮食內傷), 정지실조(情志失調), 비위허약(脾胃虛弱), 비위양허(脾胃陽虛)로 보고 있으며, 미각의 감각기관인 혀를 비(脾), 심(心), 신(腎), 간(肝)의 경락(經絡)과 연관 지어 보고 특히 비(脾)와 심(心)의 작용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소아와 노인의 식욕부진은 기본적인 병기가 비슷하여 비실건운(脾失健運)하거나 비위기허(脾胃氣虛)한 경우, 위음부족(胃陰不足)한 경우에 나타날 수 있으며 조화비위(調和脾胃)하고 운화기능(運化機能)을 회복시키는 치법을 쓰고 그에 따른 한약처방을 사용하면 효과가 매우 좋다. 

식욕은 생명을 유지시키는 근본이며 건강의 척도로 질병이 발생하여 식욕이 상실되는 경우도 있으나  식욕부진이 되면 질병의 치료도 늦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전반적인 생리현상이 저하되어 자가 표현이 어려운 소아 혹은 노인들의 식욕부진은 잘 관찰하여 적절한 치료법을 사용하는 것이 삶의 질을 고취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