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집사’ 역할을 했던 김백준(79)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항소심에서 첫 법정 대면을 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 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19차 공판을 진행한다. 이날은 김백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재판부는 김백준 전 기획관을 지난 1월 23일, 2월 18일, 3월 22일 각각 증인으로 불렀지만, ‘폐문부재(문이 잠겨 있고 사람이 없음)’ 등으로 소환장 송달이 되지 않아 김백준 전 기획관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백준 전 기획관은 지난달 19일 열린 자신의 국고 손실 등 혐의 항소심 첫 공판에도 건강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이를 접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김백준 전 기획관이 본인의 재판에 출석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아 구인장 발부는 보류하겠다”고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기획관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일부 불리한 진술을 하며 등을 돌렸다고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앞서 1심 과정에서 공개된 김백준 전 기획관의 검찰 진술조서와 자수서 등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과정을 보고받으면 이를 승인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백준 전 기획관은 “2008년 4~6월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청와대로 찾아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접견했고, 당시 이학수 전 부회장이 전반적인 삼성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잘 모시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한 진술을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김백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에 당 비례대표 대가 4억 원 수수 등 뇌물 혐의와 관련한 불리한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김백준 전 기획관이 고령이고 충분한 수면시간을 부여받지 못한 채 야간 조사 및 장시간 조사가 진행돼 기억에 기초한 진술을 하지 못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김백준 전 기획관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이날 항소심에 김백준 전 기획관이 증인으로 출석하면 진술 신빙성을 두고 검찰과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사위 이상주 변호사의 증인 채택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김윤옥 여사 등에 대해 5000만 원 수수와 양복 값 대납을 구체적으로 신문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에 대한 증인 신청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김윤옥 여사를 불러 무엇을 입증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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