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경제에서 새로운 문화를 배우다

2010년 여름이 도시의 한복판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여름의 한 낮은 뜨거운 햇살, 후덥지근한 열기, 고요함을 보여준다. 필자는 지난 주말에, 여름휴가를 경남 통영으로 다녀왔다. 도착한 첫날은 한산도에 건너가 충무공 이순신장군을 기리는 제승당과 한산대첩기념비를 구경하고, 모래가 아닌 몽돌로 이루어진 봉암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초등학교시절부터 교과서에서만 만나던 이순신장군의 초상과 흔적을 잠시나마 견식 할 수 있는 즐거움과 여름의 낭만인 해수욕을 모두 지근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왠 바캉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아직 휴가를 다녀오지 못했거나, 올 여름에는 여타의 이유로 휴가를 챙기지 못하는 분들을 불편하게 하려 한다거나, 귀중한 지면을 바캉스후기로 메우려는 것은 아니다.

몇 번 언급했듯이 필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대표인 수도권 신도시에 살고 있다. 고층아파트가 즐비한 신도시에서 약 20년 가까이 살면서 생활의 편리함도 많이 누리고 있지만, 이처럼 더운 여름날이면 아파트 단지 내의 열기는 정말 견디기 힘들다. 아파트에 입주할 당시에 아이 팔뚝만 하던 조경수가 20년의 세월 속에서 이제는 어른 허벅지만큼이나 커져 군데군데 터널을 이룬듯하여 그나마 그늘을 만들어주는 것이 이렇게 더운 여름에는 위안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휴가 둘째 날이었다. 한려수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미륵산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통영시내의 전망은 아쉬움이 컸다. 통영시내 곳곳에 불쑥불쑥 솟아나 있는 아파트단지의 스카이라인은 한려수도의 아름다움까지도 방해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해당되는 어린이도 없는 우리 부부는 할 일 없이 드라이브를 나왔다가 춘천까지 다녀온 적이 있었다. 새로 생긴 경춘 고속도로를 상쾌하게 달려 춘천 인근에 도착하니 우리를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고속도로주변의 아파트단지였다.

이제는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지 항상 우리의 시야를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아파트가 되었다.

필자가 어릴 적에 오랫동안 살던 마포에는 미군군속들을 위해 건립했다는 대한민국 최초의, 입식 부엌과 수세식 화장실, 연탄보일러가 공존하는, 현대적 의미의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가 있었다. 필자는 초등학교를 들어가기도 전부터, 버스로 두 정거장은 족히 되는 거리를 동네 형들과 함께, 코끼리모양의 돌로 만들어진 미끄럼틀과 초등학교의 시설보다 세련된 놀이터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던 기억이 있다. 약 40년 전부터 필자는 이처럼 일찌감치 아파트의 유익함(?)을 향유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아파트가 대한민국 국민의 삶에서 자산가치의 척도이자 현대생활의 표본으로 자리 잡은 것을 이제는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서울, 지방을 가리지 않고 도시경관의 획일적인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아파트단지를 볼 때 마다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외국인들이 서울을 방문해서는 한국전쟁 이후에 가난했던 나라가 이 만큼 복구가 되어서 놀랍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많이 하여도 서울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도시라는 찬사는 듣기 힘들다. 외국인들이 신기해하는 것들 중 하나가 도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바로 산에 갈 수 있다는, 일상적으로 등산이 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한 것을 본적은 있다.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공기 좋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펜션(?)을 마련하고픈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필자도 다르지 않다. 이처럼 더운 여름 휴가철에 그렇게 마련된 나의 공간이 있다면 그 곳이 넓고 멋진 별장이 아니라도 모두들 행복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이처럼 공기 좋은 곳의 전원생활을 원하면서도, 도심 한복판의 아파트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녀의 교육문제, 경제활동을 위한 출퇴근 문제, 편리한 기반 시설 등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몇 년 전 경제세미나에서 한 강사가 많은 외국인들이 강남의 아파트 단지를 보고, 왜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복잡하고 어지러운 도심에서 살고 있는지 의아해 한다는 것이다. 돈 많은 부유층이라면 당연히 도심에서 빠져나가 한적한 전원을 배경으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그래서 그 당시 강사는 대한민국에서도 향후 10여 년 후부터는 서울반경 30km정도, 약 승용차로 1칸 이내의 지역에 부유층을 위한 전원주택 타운이 형성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이야기 한 바 있다.

필자도 그 시기가 언제인가는 모르겠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 공기 좋은 전원을 배경으로 한 고급주택단지가 수도권 주변에 형성되리라 전망한다. 그렇게 되면 부유층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의 수요에 대한 변화도 발생하게 되고, 일부 도심의 아파트단지는 슬림화할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요즈음 들어 점점 세차지는 아파트 가격하락의 바람이 중산층의 계층하락 위험을 많이 내포하고 있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고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데 일생을 소비하는 서민들의 올바른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아파트는 필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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