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한다고? 구입하는 겁니다

가끔 길을 걷다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보면, 보이는 것은 온통 가게들뿐이다. 온갖 종류의 식당을 비롯해서 휴대폰 판매 매장, 가전제품 판매 매장, 옷 가게, 대형 마트 등 회사와 집을 오가는 동안에 여러 형태의 소비를 권유 받고 있다. 하물며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텔레비전을 켤 때마저도 여러 물건을 사라고 강요받는다. 하지만 ‘금융 상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되짚어볼 만한 사항이다.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OO카드와 제휴하고 있는 OO보험사의 판매원입니다. OO카드를 사용하시는 고객님께 감사드리며 이번 VIP고객님들을 위한 특별한 상품이 하나 출시되어 안내 전화 드렸습니다.”

이 같은 전화는 누구나 한 번쯤은 받아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가입한 사람도 참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잠깐 한 발짝 물러서서 상황을 살펴보았으면 한다.

‘금융상품’은 말 그대로 상품이므로 홍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홍보를 받아들여 구입하는 것 역시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제품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구입하는 것이라면 어떨까. 실제 전화사례를 보면 월 5만8000원을 10년만 내면 목돈과 함께 보장도 된다고 하여 현혹되는 경우가 있다. 상품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이 ‘금융상품’의 가격은 696만 원짜리이다.

상품을 전화로 가입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는 700만 원 상당의 명품 핸드백을 사라고 연락이 왔을 때 덜컥 10년 할부로 끊어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물건은 보지도 않은 채 말이다. 이래도 금융상품이 나를 선택하게 둘 것인가. 아니면 내가 직접 골라 구입할 것인가.


대출 역시 상품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대출을 받아서 일을 해결하는 경우가 있다.

주택을 구입할 때가 그렇고, 자동차를 구입할 때가 그렇다. 그런데, 여기서도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왜 대출을 받으러 가면서 위축되는 것일까. 물론 남의 돈을 빌린다는 점에서 ‘남’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 심정은 물론 이해되지만 은행의 입장에서는 예금을 하러 오는 사람보다 대출을 받아서 이자를 주는 사람이 훨씬 더 반가운 손님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아 갚아나갈 생각이라면 대출을 받을 때 당당하라.

그리고 대출을 받아야 되는 금액이 크거나 혹은 담보대출을 받는 경우라면 당당히 금리인하를 요구하거나 혹은 제시하는 조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해도 된다. 예를 들어 왜 내가 거치 기간을 두어야 하는지, 혹은 왜 만기 일시로 상환하는 방법을 추천하는 건지, 아니면 어떤 대출 방식이 내게 가장 유리하고 이익이 되는지에 대해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대출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대출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여러 가지 소비를 하도록 만드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상품 구입을 통해 삶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금융 상품만은 구입이라는 표현보다는 가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또한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하는 이야기는 전부 믿어도 된다는 분위기 속에 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부터 보다 현명한 경제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의 예금, 대출, 보험 등도 다 우리가 직접 선택해야 하는 ‘금융상품’이며, 상품이기 때문에 가입이 아닌 구입이라고 표현해야 맞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역시 우리에게 혜택을 주려고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가 소비를 하도록 만드는 상품의 공급자일 뿐이다.


떳떳이 따져라

그러므로 우리는 금융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로서 판매자와 협상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실제로 고액의 자산가들은 금융 상품을 구입한 금융 기관에 여러 가지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보통 대출 상품을 구입할 때에는 금리를 낮추어 달라고 얘기해 보기 바란다. 주거래 은행이라면 특히 금리를 인하해 달라고 당당히 얘기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모든 상품을 구입할 때에는 한 군데에만 알아보고 사는 것은 극히 드물다. 보통 여러 군데를 알아보고 가장 나한테 합리적인 것을 구입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적금 상품이야 시중 금리를 알아 볼 수 있도록 정리해 놓은 사이트를 통해 얻으면 되지만 대출 같은 경우에는 직접 방문을 통해서 나한테 가장 저렴한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 기관을 이용해야 한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금융 상품도 상품이라는 것을 항시 잊지말자.

김 기 성
<포도설계재무 개인 재무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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