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위반인데' 과열양상 치닫는 5G가입자 유치 전쟁

[본 기사와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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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의 '5세대 이동통신(5G)' 초기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각사는 5G가입자를 유치한 판매점주에게 기존 판매장려금에 추가 지원금을 얹어 지급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5G 가입을 고민하는 소비자들은 ‘업셀링(고가 요금제 가입 유도 마케팅)'과 ‘미완성 5G 서비스’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

  "과태료는 괜찮다?"...LTE보다 싼 5G통신단말기(?)
  LTE와 속도차이 체감 어려워...소비자 불만 높아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지난 3일 세계 첫 5세대 통신(5G)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동통신 3사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준비했고 첫 주말인 지난 4일과 5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5G개통을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KT는 갤럭시S10 5G 출시 이틀째인 지난 6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가입자 3만 명을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출시 당일 가입자 1만 명(5일 오후 2시 기준)을 돌파한 데 이어 약 하루만에 2만 명을 추가로 모은 셈이다. LG유플러스도 지난 6일까지 2만5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SK텔레콤은 경쟁사들과 달리 가입자 공식 현황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KT의 가입자 현횡과 비슷하거나 다소 많은 가입자를 확보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입자 유치 ‘진흙탕 싸움’만


일요서울은 첫 개통 주말이 지난 8일 대형 전자상가를 찾았다. 이곳은 이동통신단말기 이용자들의 성지로 알려진 곳이다. 오후 3시임에도 이동통신 가입 상담이 진행되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일부 점포에서는 '5G상담 대환영'이라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형전자상가 한 매장 직원은 "입으로 가격을 읽지 말라"며 전자계산기를 내밀었다. 그는 "LG유플러스 무제한 요금제를 6개월 유지하면 다른 거 결합 없이 추가로 55만원을 빼주겠다"고 권유했다.

출고가 139만7000원짜리 갤럭시S10 5G를 구입하면서 LG유플러스 공시지원금 47만5000원을 받고도 추가로 55만원을 더 빼준다는 얘기였다. 이렇게 되면 37만2000원에 5G 폰을 살 수 있었다. 이 직원은 "LTE 폰을 사는 것보다 싸다"고 했다.

시내 한 매장도 SK텔레콤 고객에게 LG유플러스로 옮기면 92만원을 지원해 주겠다고 소개했다. KT로 변경하면 최고 89만원을 제공할 수 있다며 가입을 유도했다. LG유플러스는 최고 공시지원금이 47만원대여서 거의 50만원이 추가로 지원되는 셈이다. KT도 공시지원금이 최고 21만5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불법 보조금이 6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만난 A씨는 "2시간 동안 매장을 돌아다니는 사이에도 업체별 가격 정책이 변해서 보조금 지원이 4만 원 올랐다”며 “미리 조사하고 오지 않으면 호갱(호구+고객) 취급당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뽐뿌’ ‘알고사’ 등 온라인 휴대전화 구매정보 커뮤니티는 통신사별 지원금 정책(시세)과 추가 보조금 혜택이 많은 매장 위치(좌표)에 대한 글로 도배되기도 했다.


변칙 지원금 시장 혼탁 우려도

이처럼 통신사가 변칙 지원금과 음성 보조금 정책을 펴면서 시장 혼탁 우려도 나온다.

KT는 5일부터 3만여 임직원에게 지인이 5G에 신규 가입하면 건당 23만 원의 인센티브를 주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현행 단말기유통법상 공시 지원금과 매장에서 주는 추가 보조금(15%) 이외는 불법이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KT와 LG유플러스가 5G폰을 개통한 판매점주에게 추가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얹어주는 내용의 내부 문서도 확인됐다. SK텔레콤도 지난주 규정상 7일 동안 바꿀 수 없는 공시지원금을 변칙 상향하며 단통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외에도 LG유플러스는 지난 5일 공시지원금으로 애초 예정보다 많은 최대 47만5000원을 책정하자 SK텔레콤이 곧바로 기존 공시지원금을 54만6000원까지 올렸다. 현행 단통법은 공시지원금을 최소 7일 이상 변경 없이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당일 공시지원금을 인상한 SK텔레콤은 단통법 위반 과태료를 물게 될 예정이다.

KT는 아직 20만원대 공시지원금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향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이통사 마케팅 정책에 따라 스마트폰 집단상가에서는 지난 주말 공시지원금 외에 40만원 수준의 불법 보조금까지 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과장 마케팅’ 논란도 일고 있다. KT는 8만∼13만원대 5G 요금제 3종을 출시하며 속도 제한 없는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사실상 데이터 사용 한도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T의 데이터 공정사용정책 조항에는 2일 연속으로 일 53GB를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 최대 1Mbps(초당 메가비트)로 데이터 속도제어를 적용하고 이용 제한, 차단 또는 해지될 수 있다는 단서가 들어 있다. SK텔레콤은 일반 사용자의 일 한도 상한이 없으며, LG유플러스는 데이터 차단 조건을 과부하를 유발하는 CC(폐쇄회로)TV 연결, M2M 등 상업용 사용 시로 국한하고 있다.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홍보해왔던 5G의 실제 속도가 기대 이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6일 5G를 개통한 조모 씨(33)는 “5G와 LTE 통신이 왔다 갔다 하면서 5분 넘게 통신이 안 돼 휴대전화 네트워크 설정을 ‘5G 우선’에서 ‘LTE 우선’으로 바꿨다”면서 “비싼 돈을 주고 5G폰을 샀는데 LTE와 다른 점이 없다”고 푸념했다. 

5G 지역차별 심하다…송수신장치 85%가 대도시 집중

이동통신사들의 5G 네트워크 구축이 수도권 및 대도시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LG유플러스는 거의 대부분의 투자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5G 기지국 신고 장치 현황’에 따르면 4월 3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8만5261개 기지국 장치 중 85.6%인 7만2983개가 서울·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수도권에 설치된 5G 기지국 송수신 장치는 5만4899개로 전국 대비 64.4%의 비중을 차지했다. 5대 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에 설치된 장치는 총 1만8084개(21.2%)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가장 고른 투자를 한 곳은 SK텔레콤이었다. SK텔레콤은 서울·수도권에 2만1203개(55.5%), 5대 광역시에 9344개(24.5%), 그 외 지역에 7666개(20.1%)의 기지국 장치를 구축했다.

KT는 서울·수도권에 2만2645개(64.2%). 5대 광역시에 8007개(22.7%), 그 외 지역에 4612개(13.1%)의 기지국 장치를 설치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서울·수도권에 1만1051개(93.8%)를 설치했지만 5대 광역시에는 733개(6.2%)의 장치를 설치하는데 그쳤다. 특히 부산, 대구, 울산, 세종시와 강원,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에는 아예 기지국을 구축하지 않았다.

변재일 의원은 “정부와 업계가 부단히 노력하여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주도권을 쥐게 됐다”며 “당분간 업계의 5G 네트워크 구축 경쟁이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단순히 기지국 숫자 늘리기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고품질의 안정적인 5G 서비스 제공을 위한 송수신 장비 확충에도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5G 상용화 초기인 만큼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현재 5G 서비스 제공 지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5G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국민들의 피해와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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