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공직자·법조계·경기고·성균관대·범친박’.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황교안 대표의 측근이 되기 위한 조건이다. 황 대표는 4.3 보궐선거 ‘선방’ 이후 당초 우려와는 달리 안정적인 당 운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황 대표가 공천한 정점식 의원이 국회에 입성함에 따라 ‘황교안식 쇄신’의 당위성을 인정받았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기세를 몰아 ‘당협위원장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황 대표 주변에 형성되고 있는 ‘인의 장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황교안식 쇄신’의 면면을 살펴봤다.

 

- 당협위원장 ‘물갈이’, 견고 해지는 ‘인(人)의 장막’ “이회창의 덫에 걸릴 수도...”
- 김병준 비대위서 ‘당협 탈락’ 곽상도·정종섭·김재원… 황교안號서 부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일 공천 실무를 담당하게 될 신임 조직부총장으로 원영섭 한국당 서울특별시당 관악구갑 당협위원장을 임명했다. 황교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제1부총장이 원내에서 임명됐기 때문에 당의 화합과 역량의 확장성 측면에서 원외위원장을 제2부총장으로 선임했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는 현재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과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등 남은 요직에 대해서도 인선 작업을 마치는 대로 순차적으로 임명해 나갈 예정이다.

조직 재정비 나서는 黃
홍준표·김병준 잔재 청산

이처럼 황 대표가 안정적으로 당 장악에 성공함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 방향을 두고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황교안 대표가 취임 후 새롭게 구성한 ‘신(新)정치혁신특별위원회’ 산하 공천혁신소위원회는 지난 3일 첫 회의를 열고 공천룰 개정 작업을 시작했다.

나아가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 산하 조직인 공천혁신소위원회를 통해 현재 전국 250여 개 당협위원장으로부터 일괄 사퇴서를 받은 뒤, 각 당원협의회의 활동성과를 평가할 당무감사도 병행할 예정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황 대표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기 위해서 홍준표 전 대표와 김병준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이뤄진 당협위원장의 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자유한국당의 ‘최대 주주’ TK는 또 한 차례 인적쇄신이라는 광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 ‘황교안식 쇄신’에 탄력이 붙은 상황에서 황 대표가 ‘보수의 심장’ TK에서도 기반이 탄탄한 지역을 중심으로 새 인물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변화 효과를 극대화해나갈 것으로 관측돼 지역 의원들이 떨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황 대표가 이른바 ‘험지’와 ‘양지’ 공천 방식에 차별을 두는 한편 강세 지역 공천 때 물갈이 효과를 높이는 방식으로 보궐선거를 치러 의미 있는 성과를 낸 만큼 내년 총선 공천도 이런 흐름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라며 “특히 양지가 대부분인 TK의 경우 물갈이 폭이 클 것으로 보여 벌써 지역 의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보궐선거에서 한국당은 공천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황 대표 의중대로 공천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은 만큼 지역에서도 측근 인사 공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의도 정가 역시 황 대표가 동구을과 북구을, 수성갑 등 한국당 약세지역에는 인지도 높은 현역 의원을 공천하되 그 외의 강세지역에는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황 대표의 최측근 인사들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4.3 재보선 당시 정점식 의원이 물론 경선을 거치기는 했지만 경선 통과는 당원들이 갓 출범한 ‘황교안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때문에 TK 내에서도 ‘친황’으로 떠오른 곽상도·정종섭·추경호·김재원·최교일 의원은 이번 공천에서 살아남지 않겠냐는 것.

당장 대구 동갑은 초선인 정종섭 의원이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당협위원장 자리를 박탈당했지만 황교안 체제에서 날개를 단 상태다. 때문에 한때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던 정 의원은 최근 대구시당위원장 자리까지 욕심내는 등 총선 출마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황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재원 의원(상주·군위·의성·청송)의 대구 진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영문 상주·군위·의성·청송 당협위원장이 상주 출신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고,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지역구 현역 의원이 당의 부름에 따른 ‘험지 출마’도 아니고 개인 사정으로 지역구를 옮긴 전례는 없다. 정치 도의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정적인 내부 분위기를 전해 결과가 주목된다.

중·남구에서는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당협에서 탈락한 곽상도 의원의 부활 여부가 관심사다. 현재 중·남구 한국당 당협위원장 자리는 공석이다. 곽 의원은 황교안 대표 체제 이후 대여투쟁의 선봉에 서며 보폭을 더욱 넓히며 호시탐탐 당협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보수대통합’ 후 ‘교통정리’ 관건,
유승민 지역구 대구 동구을은?

황 대표가 4.3 보궐선거 직후 ‘보수대통합’에 군불을 지피면서 TK 지역 바른미래당 인사들의 한국당 복당에 청신호가 켜진 것도 변수다. 총선 전 복당이 이뤄질 경우 자연히 지역구를 두고 복당한 인사와 기존의 한국당 인사 간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대구시당 류성걸(동구갑)·황영헌(북구갑)·김경동(수성구갑)·권세호(수성구을) 전 당협위원장은 지난해 12월18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한국당 복·입당을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구시당의 반발로 복당이 불허돼 중앙당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이다. 일단 지난 9일 유 의원이 “(한국당이) 변화, 혁신의 의지가 없어 보이고 변한 게 없다. 저를 포함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한국당에 간다는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며 복당설을 일축한 만큼 한국당 복귀는 물 건너간 상황이다. 하지만 보수대통합 차원에서 유 의원의 복당이 이뤄지면 상황은 다소 복잡해진다. 현재 한국당에서는 비례대표 김규환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황교안식 쇄신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의 친황계로의 재편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당내 정치적 기반이 취약했던 황 대표가 자신을 지지한 인사들을 중용해 ‘안정’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공천까지 하향식 공천이 심화될 경우 계파 갈등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오로지 구당과 구국의 일념으로 전략적이고 개혁적 마인드로 무장한 인재들을 골고루 중용하지 않고, 줄 서기 DNA만 있는 ‘내시’ 정치인들에게 둘러싸이게 되면 안 된다”라며 “자칫 ‘이회창의 덫’에 걸릴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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