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적용 앞두고 우려 목소리 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의무시행 첫날인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은행 대출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의무시행 첫날인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은행 대출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별 기자] 앞으로는 은행을 비롯해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6월부터 제2금융권에도 강력한 대출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지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한 개인사업자 대출을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규제로 인해 높은 금리를 감안하고서라도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야 했던 서민들의 돈줄이 마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 ‘제2금융권 개인사업자 대출’ 위험 요인으로 지목
신용도 낮은 저소득층, 자칫 고리대부업으로 내몰릴 수 있어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의 가계대출에 대한 DSR 규제가 오는 6월부터 적용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가계부채 관리 점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

DSR이란 대출 한도를 측정할 때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할부금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소득에 비해 빚이 많은 차주에 대한 대출을 억제해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지표다.

금융당국은 전반적인 가계부채 증가율을 5%대로 억제하기로 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궁극적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동향을 세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대출이 급증하는 등 특이 동향이 발생하는 금융사는 현장 점검하거나 경영진을 면담하는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은행처럼 평균 DSR 유지 수준, 고(高) DSR 취급 비중 지표를 따로 두되, 업권별 상황을 고려해 지표 수준과 이행 기간 등을 유연하게 조정하기로 했다.

은행 신규 가계 대출 DSR 낮아져

앞서 은행권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DSR 규제가 정식 도입됐다. 그 결과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DSR은 지난해 6월 72.0%에서 지난해 11월∼올해 2월 46.8%로 낮아졌다. DSR이 90%를 넘는 고 DSR 비중도 이 기간 19.2%에서 8.2%로 줄었다. 고정금리·분할상환 목표비율 행정지도는 지난 4일 새로 부과했다.

은행권은 고정금리 대출 비율을 올해 48.0%, 분할상환 비율을 55.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보험권은 고정 45.0%, 분할상환 60.0%다. 상호금융권은 고정금리 목표비율이 없는 가운데 분할상환 목표 비율을 30.0%로 설정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과 여전업권에 대해서도 분할상환 목표비율을 신규 설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당분간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요인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은 다소 줄었다고 봤다. 다만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절반 이상의 대출이 금리변동 영향에 노출돼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한 개인사업자 대출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은 상호금융권역이 31.9%로 가장 높았고 저축은행 31.5%, 은행 8.6% 등의 순이었다.

연체율은 상승했다. 상호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2017년 말 0.74%에서 지난해 말 1.15%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여전업권은 2.04%에서 2.66%로, 전 금융권은 0.51%에서 0.61%로 올랐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개인사업자 대출의 가파른 증가세를 안정화하고, 부동산임대업 대출로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다 촘촘하게 관리하겠다”며 “전반적인 증가세는 낮추면서 ‘생산적 업종’에 대한 대출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명목GDP 증가율을 웃도는 가계부채 증가율은 우리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 상승 시 취약차주 상환부담 증가와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정책으로 금융정책 보완해야”

하지만 제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짐에 따라 서민들의 대출 창구가 막혀 저소득층이 고리대부업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금융권의 주요 고객은 비교적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부채가 많을 가능성이 높은데, DSR을 관리지표로 활용하면 이들에 대한 대출문턱이 집중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홍기석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DSR 규제 등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돈을 빌리는 것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제2금융권에 DSR이 도입될 경우 특히 저소득층의 돈줄이 마를 수 있다. 자금이 꼭 필요한 사람이 높은 금리를 내고서라도 돈을 빌리겠다는 곳이 제2금융권이다. 당장 생활이 어려워서, 돈이 없으면 살 수가 없어서 빌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사업을 하려다 보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돈을 조달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경기가 어렵고 정부가 여러 가지 구제를 해주다 보니 대출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DSR 도입이 일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봤다.

이어 “그렇지만 생활고로 인해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본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이러한 금융정책을 보완해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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