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박종진] ‘손학규 찌질’ 발언에 당원권 정지당한 이언주 의원
박종진 “황교안 대표가 만나자고 안 했나?
이언주 “지금 말씀 드리기 뭣하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지난 5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 권한을 1년간 정지하는 징계를 받았다. 사실상 중징계로 지금 상태라면 이 의원은 내년 총선에 바른미래당 소속으로는 나갈 수 없다.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에서는 지난 10일 이 의원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언주 의원이 지난달 20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패널로 출연해 4.3보궐선거를 앞두고 창원에 숙식하며 선거운동을 하던 손학규 당대표를 “찌질하다”고 말하면서부터다.

당시 이 의원은 “아무것도 없이 그냥 나 살려주세요 하면 짜증나요”, “완전히 벽창호” 등의 발언도 했다. 당 윤리위는 앞선 발언 외에도 여러 언론 인터뷰 내용과 페이스북 글을 지적하며 징계를 내렸다.

바른미래당은 이 의원에 대한 중징계가 내려지며 내홍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같은당 하태경 의원은 이 의원에 대한 징계 결정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지나치다”며 “위기를 수습하는 게 아니라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경고 정도로 끝낼 일을 사실상 당원 자격을 박탈하는 당원권 1년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며 “총선이 1년 남았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출당 조치다. 오늘 아침 현재의 손 대표 체제에 반대한다면 차라리 당을 나가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것이 실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대표가 자신의 몸을 던져 당의 위기를 수습해야 할 상황인데 오히려 당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어 무척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글을 맺었다.

 

징계 받아 속상하냐?

“신경 쓰지 않는다”

 

박종진 앵커는 방송에서 이언주 의원을 “연일 소신발언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찌질하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박 앵커는 이 의원에게 “표정이 좋다”며 “징계 받고 그러면 속상하고 그러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의원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내가 손학규 대표와 노선이 다르다. 저 사람은 손학규와 다르다는 대립구도가 되는 거다.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치권에서 ‘찌질하다’는 표현은 “벤댕이 속 같다. 별것도 아닌 것 같고 난리치고 달려들면 큰 정치인이 찌질하게 뭐 하는 거야”라고 쓴다고 설명했다.

또 이 의원은 현재 바른미래당에 대해 “권위적인 게 싫어서 나와 놓고 가만히 보면 양 정당보다 훨씬 더 권위적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다. 최고 존엄처럼”이라고 비판했다.

박종진 앵커
박종진 앵커

‘당 창당 멤버는 나’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

 

이언주 의원은 사실 바른미래당의 창당 멤버다.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의 정신은 나한테서 나왔다”라며 “두 당 사이에 제3지대를 만들었다. 당시 통합선언문도 내가 같이 기안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현재 당 주역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패하면서 당 주도권을 쥘 수 없었다. 더불어 이 의원이 생각하는 보수 재건의 뜻도 잠시 미뤄야만 했다.

지금 당 상황에 대해 이 의원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셈이 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가 처음 당을 만들자 했을 때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이런 노선이어야 한다고 깊이 논의한 멤버는 온데간데없고 나중에 합류한 사람들이 지도부에 있다”며 “나중에 합류한 사람들이 자기중심적으로 당을 운영하고 사당화시켜 버린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의원은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진 바른미래당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 의원은 “우리가 처음 설계한 당의 모습이나 노선 대로 처음부터 일관되게 쭉 갔으면 지금쯤 한국당하고 경쟁할 수 있는 보수정당이 됐을 거고 보수 통합을 하더라도 우리 색깔이 많이 투영된 보수정당을 만들 수 있었을 거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언주 의원
이언주 의원

당 살릴 방법?

“많이 늦었다”

 

이언주 의원이 생각하는 보수는 어떤 모습일까.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 창당 당시 ‘젊은 보수’를 꿈꿨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젊은 보수’에 대해 “보수의 색깔은 선명하고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는 아주 강력하게 싸우는, 다만 한국당보다는 개혁적이고 훨씬 재기발랄하면서 패기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강한 애국심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바른미래당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이 의원 판단이다.

이 의원은 “이대로 당이 지리멸렬하게 이중대 삼중대 비슷하게 가고 중재나 한다 이런 얘기를 듣게 되면 우리는 존재감이 없어지고 우리를 지지하는 계층 자체가 안 생긴다”며 “색깔이 뚜렷해야 지지 기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머릿속에는 지리멸렬하고 정체성 없는 그리고 보수냐 아니냐를 갖고 싸우는 정당으로 끝나버렸다. 그 결과가 이번 창원선거에서 표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종진 앵커는 살릴 방법을 물었지만 이 의원은 냉정하게 “많이 늦었다. 마지막 기회가 작년 말이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이 당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박 앵커는 이 의원에게 바른미래당의 미래와 자유한국당행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의 미래에 대해 “시청자들이 별로 관심없을 것 같다”며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박 앵커가 “자유한국당 쪽에서 황교안 대표가 만나자고 안 했나?”라고 묻자 “지금 말씀드리기 뭣하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박 앵커가 “비밀이냐?”라고 재차 묻자 이 의원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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