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구매자는 보호하고 미성년자는 ‘자발적 성매매 범죄자’로 낙인

미성년자들이 어플을 통한 성 착취 범죄에 쉽게 노출돼 사회적인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뉴시스]
미성년자들이 어플을 통한 성 착취 범죄에 쉽게 노출돼 사회적인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날로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다수의 미성년자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성범죄, 성 착취 피해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플의 진입장벽이 낮고, 미성년자는 성인에 비해 미성숙한 신체·정신적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이를 악용한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크다. 하지만 법·제도·교육 분야 등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구비되지 않아 대안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터넷망 확산·스마트폰 보급에 어플 이용 성범죄 ‘일상화’
조진경 대표 “사이버 공간, 사회서 현실화…법 제정 빨리해야”

 


#1.

당시 17세이던 A양은 집안 형편상 적은 용돈을 받고 있었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A양은 채팅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을 이용해 조건만남을 하게 됐다. 성구매자는 A양을 자신의 거주지 지하 주차장으로 끌어들였고, 차량 블랙박스를 이용해 A양 몰래 사적인 영상을 촬영했다. 

이후 충격에 휩싸인 A양은 어플을 지웠다. 하지만 성구매자는 A양의 개인 이메일으로 블랙박스 동영상을 보내면서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한 뒤 ‘한 번 더 만나주면 지워주겠다’며 만남을 요구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협박으로 겁에 질린 A양은 지원단체에 이 같은 사실을 밝혔고, 단체의 도움을 받아 성구매자는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검거 당시 성구매자의 차량 블랙박스에서 21명을 상대로 한 영상이 발견됐는데 이 가운데 17명이 미성년자로 밝혀졌다. 성구매자는 블랙박스 영상을 빌미로 협박을 저지르면 그들이 신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악용해 범죄를 저질러 온 것이다.

#2.

2015년 서울 관악구 숙박업소에서 B(당시 14세)양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알선업자들은 중학교를 자퇴한 B양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해 성매매를 강요했다. 당시 B양을 숨지게 하고 도주한 범인으로는 C(당시 38세)씨가 지목됐다. 

두 사람은 어플을 통해 조건만남을 목적으로 만났다. 이후 C씨는 수면마취제를 이용해 B양을 기절시키고 돈과 스마트폰을 갈취했는데, 이 과정에서 B양이 저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 C씨는 같은 해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돼 징역 30년과 200시간의 특정범죄 치료프로그램 이수, 2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선고받았다. 2016년 치러진 항소심은 B씨에게 형량이 가중된 징역 40년형을 판결했고, 200시간의 특정범죄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2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언도했다.

아울러 B양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도 붙잡혔다. 이들은 성매매 알선 조직을 구성하고 인터넷 채팅 어플을 통해 성매매를 알선했는데, B양 외에도 다른 성매매 피해자 여성들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알선영업행위)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D씨는 징역 10년과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E씨와 F씨에게는 각각 징역 6년과 4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D씨 등은 성매매 알선 조직을 구성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며 “이들은 일부 여성 피해자들이 가출한 아동·청소년임을 잘 알면서도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성매매 알선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사이버 성매매’ 발달
정책 기반과 비례해


미성년자는 성인에 비해 미성숙한 인지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 같은 성산업 현장에 더욱 쉽게 유인될 소지가 있어 사회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따라서 미성년자가 정서적, 경제적인 부분에서 취약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성 구매자들에 대한 제재가 요구된다. 

미성년자들이 성 착취의 장(場)으로 유입되는 가장 큰 경로는 ‘어플’이다. 인터넷망이 발달하고 스마트폰 보급이 널리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성년자에게 ‘어플’ 사용을 강제하는 것이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이러한 어플을 통해 미성년자가 무차별적으로 음란물의 정보를 얻거나, 계속 (성매매 관련) 문자를 받는다”라며 어플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성년자가 어플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이들이 어플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2012년경부터 꾸준히 모니터링해 온 결과 온라인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성매매 고리 진화 양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초에는 PC에서 온라인 채팅을 중심으로 이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이 경우는 제3자가 채팅방에 들어가도 대화 내용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유인됐을지라도 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던 지원단체들이 상대방을 신고하거나 아이를 보호하는 등의 지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수사기관에 신고할 경우 그들은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가해자 추적이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후 2014년에 접어들면서 온라인 사이트들이 성인 인증 절차를 도입하고, 유료화되기 시작했다. 어플은 이 때부터 각광받았다. 
성 착취 피해자들은 금전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이 같은 사이트를 이용한다. 하지만 ‘유료화’와 돈을 지불하기 위해 개인 신상을 등록하는 ‘성인 인증 절차’는 이에 반대되는 성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어플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조 대표는 “온라인 사이트들이 유료화되면서 어플이 뜨기 시작했다”며 “(성 착취 피해) 아이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무료’와 같이 가는데, (온라인 사이트들이) 유료화되면서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무료’와 ‘스마트폰 보급’이 맞물리면서 아이들은 어플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즐X’이라는 어플이 떠올랐는데, 2015년 관악구 모텔 살인사건의 매개도 이것이었다. 살인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 어플을 두고 ‘사이버 미아리’라고 평가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클릭’ 한 번이면…
누구나 채팅방 접속



그렇다면 이러한 어플은 돈이 없거나, 소위 ‘까진’ 아이들만 이용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어플과 아이들 삶의 밀접함은 어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만남’ ‘채팅’ ‘알바’ 등의 검색어를 어플 다운로드 창에 치면 유사 콘텐츠가 무수히 뜬다. 이 가운데 하나를 골라 ‘다운로드’하고 어플에 접속하면 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아이들에게 위해한 정보를 거르는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더군다나 이 플랫폼들은 성인 인증 절차 등을 거치지 않을뿐더러, 프로필 역시 개인이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인터넷 사용명(닉네임)을 입력하고 나이를 스스로 선택하면 바로 채팅창이 개설된다.

조 대표는 “아이들이 해당 어플이 어떤 것인지 인지하는 것과 관계없이 누구든 스마트폰만 갖고 있으면 접근이 가능하다”며 “(아이들이) 알바 어플이라고 내려받으면 거기서 성 착취가 이뤄진다. (어플 이용에 별 다른 제재가 없어 성 착취가) 아주 일상화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어플의 문제점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편리한 다운로드 ▲실명 인증 절차의 부재 ▲1 대 1 대화 방식으로 인한 완전한 익명성 보장 ▲상대 대화자가 퇴장할 시 모든 대화내용이 사라지는 대화의 휘발성으로 인한 증거 확보의 어려움 등이다.

조 대표는 “익명에 기반을 둔 어플은 조직적 알선자를 많이 만들어냈다”며 “(이 같은 어플은) 100% 익명이고, 대화를 나누던 사람 중 한 명이 나가면 대화내용이 사라지는 휘발성을 기반해 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실명 인증 제도가 없기 때문에 상대방을 특정하거나 (대화방에) 휘발성이 있어 (재판) 증거를 확보할 수도 없다”며 “성 구매자에게 최적화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성 구매자들이 안전성을 보장 받는다”고 지적했다.

성 구매자가 어플을 통해 안전성을 보장받는 것과 달리 미성년자는 오히려 ‘처벌 대상’이 된다. 현행법은 이들을 ‘자발적 성매매 범죄자’로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법적 기준으로 인해  미성년자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지라도 신고를 하지 못한다.

조 대표는 “성폭행 가해자는 아이에게 돈이나 대가성을 제공해 ‘성폭행’을 ‘성매매’로 바꾼다. 처벌 수위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성매매’는  나이, 경제력, 신체적, 정신적으로 애초에 동등하지 않은 관계인 성인과 아이가 동등하게 성을 매매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청소년 성매매는 없다. 성 착취일 뿐이다”라면서 “아이는 기본적으로 성인에 비해 취약하고, 이를 이용해 돈을 주고 착취하는 것뿐인데 이를 마치 대등하게 ‘매매’한 것처럼 아이에게도 성인과 똑같은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처벌과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피해아동·청소년을 위한 구제 및 지원 절차를 마련하며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아동·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성폭력을 당했거나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성 착취의 장에 유입된 피해 여성청소년들은 ‘자발적’ 성매매 범죄자가 되기 때문에 ‘보호’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피해 아이들을 ‘자발’과 ‘강제’로 나눠 강제적인 성폭력·성 착취를 당했다고 여겨지는 아이들만 보호하고, 이들만 피해자로 간주하는 현행 아청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아이들에게는 성매매와 성폭력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피해자로 규정하되, 아청법에서 말하는 것처럼 성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성인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이 같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어플을 단순히 ‘플랫폼’으로 치부하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어플을 통해 성 착취 등이 만연하다는 지적에 단순히 플랫폼 제공이기 때문에 규제할 수 없다는 반박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성매매 행위가 이뤄지는 곳’을 업소라고 보기 때문에, 어플 등은 공간의 개념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플과 IT기술 매개 성 산업 시장은 ‘사이버 포주’”라면서 “사회에서 사이버 공간이 현실화됐다고 할 때, (성 착취 문제에 대해) 이를 기반으로 한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