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청단’의 두 얼굴…앞에선 거리 정화, 뒤에선 ‘밤의 황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관리정보시스템'에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 사무실 주소로 등록된 현장.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관리정보시스템'에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 사무실 주소로 등록된 현장.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성매매를 근절하고 유흥가 거리 정화 활동 등을 펼치는 단체로 알려진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이 업주들을 상대로 협박 등을 저질러 금품을 갈취하는 ‘성매매 카르텔’을 형성해 왔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해당 단체가 논란에 휩싸였다. 일요서울은 이 단체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현장 취재에 나섰다.


성매매 근절 운동한다더니 업주 협박해 돈 뜯었나
여청단 “개인 일탈에 불과. 단체와는 무관” 반박


올해 2월과 지난 6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이하 여청단)’의 실체를 알리는 방송이 보도됐다.

방송의 주요 골자는 세간에 여청단이 성매매 근절을 목적으로 성매매 업소에 손님으로 위장해 경찰에 신고하는 단체로 알려져 있으나,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여청단 전 대표로 알려진 신모씨가 성매매 업주에게 돈을 제공받고 이를 거부하는 업주만을 상대로 신고를 하는 등 일종의 ‘성매매 카르텔’을 형성해 온 ‘밤의 황제’라는 것이다. 신 씨는 지난달 중순 마약, 강간, 업무 방해 등으로 긴급체포돼 구속된 상태다.

보도 이후 많은 사람들이 여청단을 향해 질타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 단체의 실상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됐다. 이에 일요서울은 지난 11일 경기도 일대에 위치한 여청단 사무실과 이들과 연관을 갖는다고 추정된 어플리케이션 ‘미투더넥스트’ 사무실을 방문했다.

 

여청단 사무실로 등록된 도담 산업개발 사무실 내부
여청단 사무실로 등록된 도담 산업개발 사무실 내부


비영리 민간단체?


아직까지 여청단은 경기도청에 비영리 민간단체 신분으로 등록돼 있다.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청단의 사무실은 경기도 화성시 모처로 등록돼 있다. 

이곳을 찾은 일요서울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창문에 붙은 ‘도담산업개발’이라는 글자였다. 문은 굳건히 잠겨 있었다. 사람이 사무실에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문에는 여러 개의 ‘우편물 도착 안내문’이 붙어 있고, 심지어 수원지방법원집행관사무소가 부착한 ‘법원특별송달방문안내’장도 있었다. 

우편물 도착 안내문을 살펴보니 대다수의 수신자가 ‘도담 산업개발’과 ‘주식회사 이프’였으나 개중에는 몇몇 인물의 이름이 명시된 것도 있었다. 

건물을 청소하던 미화 담당자에게 ‘이곳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사용 안 한 지 꽤 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언제부터 비어있었느냐고 질문하자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몇 개월 정도 됐다’는 취지의 답변을 얻었다.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일요서울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 일요서울은 부동산중개업소 A씨에게 여청단 사무실로 등록돼 있어 찾아왔는데, 도담 산업개발이라 명시된 부분에 대해 문의했다.

A씨는 “처음 입주 당시부터 분양대행사인 ‘도담 산업개발’로 들어왔다”며 “(자세한 입주 시기는) 잘 모르지만 (입주한 지) 꽤 됐다. (이 건물이 2017년경 지어졌는데) 얼마 안 있다 (도담 산업개발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이들은 대략 월 150만 원 정도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분양대행사 업무를 하기도 했다”며 “초기에는 지하주차장에 ‘도담 산업개발’이라고 쓰인 버스가 2~3대 가량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들이 이 건물에서 800만 원 상당의 관리비를 연체했다”며 “몰래 차를 대고 짐을 빼려는 것을 우리가 다 막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연체한 관리비는 현재까지도 납부되지 않은 상태이며, 해당 사무실은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서울은 취재 협조를 얻어 도담 산업개발의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꽤 넓은 면적의 사무실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공간 분할에 따라 ‘회의실’ ‘대표실’ 등의 표시만이 남아 있을 뿐 어디서도 ‘여청단’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사무실을 둘러보던 중 또 하나 발견된 것은 ‘주식회사 이프’의 존재였다. 사무실에는 그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물품 몇 가지가 남아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명함이었다.

당시 현장에는 ‘도담아이앤디(I&D) 대표이사 B’ ‘도담산업개발 개발사업부 C’ ‘주식회사 이프(In Forest) 팀장 D’ 등 세 명의 명함이 남아 있었다. 우편함에서도 주식회사 이프 앞으로 배달된 우편물들이 발견됐다. 

일요서울은 B씨의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유선 인터뷰를 진행했다. B씨에게 여청단 사무실과 도담 산업개발의 소재지가 일치한 부분에 대해 물었다.

B씨는 “도담 산업개발을 운영할 당시 내가 여청단 대표로 있었다”며 “겸업이 가능하고 (여청단이) 비영리단체여서 돈을 내고 사무실을 빌릴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 사무실 한쪽에 (여청단 사무실을) 마련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사무실이) 경매에 넘어갔고, (그곳을) 나온 지는 석 달 정도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청단 대표는 또 다른 인물인 E씨로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B씨는 “현재는 대표가 바뀐 것”이라며 “이런 저런 일이 불거지면서 (여청단이) 처음 취지와 많이 달라졌다. 나도 생업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여청단 활동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담 산업개발과 주식회사 이프의 관계에 대해 B씨는 “도담에서 이프로 상호를 변경했다”며 “상호 변경한지 8~9개월가량 됐다”고 일축했다.

현재 여청단 대표직을 맡은 E씨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등록 당시에는 전 대표가 있어 도담 사무실을 이용한 게 맞다”면서도 “대표가 바뀌면서 사무실 역시 수원 모처로 옮겼다”고 말했다.


 

'미투더넥스트' 사무실 소재지로 알려진 장소
'미투더넥스트' 사무실 소재지로 알려진 장소


‘미투더넥스트’
사무실 우편함엔?


같은 날 일요서울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 ‘미투더넥스트’를 제작 사무실로 알려진 곳을 찾았다. 해당 사무실은 경기도 수원시 모처에 위치했다. 그곳은 빌딩이나 사무실보다는 거주지에 가까운 모습을 띠고 있었다.

미투더넥스트는 미투 운동의 피해 여성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어플에서 사용자의 위치를 수집할 수 있는 기능이 활성화됐다는 부분과 제작자가 여청단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마에 올랐다.

해당 건물의 보안 시스템으로 인해 내부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에 놓인 우편물을 살펴본 결과 ‘반송우편함’에서 신 씨 앞으로 전달된 우편물이 발견됐다. ‘미투 더 넥스트’와 신 씨 사이에 연결고리를 유추할 수 있는 정황이었다.

이 같은 의혹을 해소하고자 일요서울은 미투더넥스트의 제작자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일요서울은 E씨에게 여청단과 미투더넥스트 어플과의 관계를 문의했다. 그는 “제작자가 여청단 소속 인물이기는 하지만, ‘미투더넥스트’는 별도의 사업자”라며 “단체 활동회원이 사업자도 내고, 또 다른 활동회원 가운데 컴퓨터 관련 종사자도 있어 (합심해) 어플을 만든 것은 맞지만 이것을 ‘여청단’에서 만들었다고 꼬집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미투더넥스트’ 사업자는 영리를 취할 수 있지만 여청단은 영리를 취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미투더넥스트 사무실에서 신 씨의 우편물이 발견된 정황을 말하고 그가 이 사업에 관여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E씨는 “(현재 사무실은) 당시 소재지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투더넥스트 어플을 준비하던 사람 가운데 (여청단) 활동을 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신 씨 역시 미투더넥스트 사업에 참여한 게 맞으니 (사무실에) 우편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청단 인가한
경기도청 비판


E씨는 그간 의혹에 관해서도 해명했다. 그에 따르면 논란이 된 신 씨는 지난해 9~10월경부터 여청단 활동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총회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참석하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일련의 보도에 대해서는 신 씨 개인의 잘못일 수 있으나 단체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와 더불어 “신 씨가 여청단에서 활동했고, 정식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되기 전에 ‘단장’이라는 역할을 수행한 것은 맞다”면서도 여청단이 ‘성매매 카르텔’에 일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여청단을 사칭해 ‘탕치기 수법’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는 주장이다.

E씨는 “여청단을 사칭해 (업주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사람이 많다”며 “여청단과 같은 과정을 거치는데, 우리가 경찰에 (업주들을) 신고한다면 그들은 업주에게 전화해 ‘돈 줘, 그럼 신고 안 할게’라고 한다. (이러한 일을 벌이다 경찰에) 잡혀간 사람이 꽤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여청단을 비영리 민간단체로 인가한 경기도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도는 지난 7일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지난해 11월 ‘여청단’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처리를 위해 현장 확인 등을 거쳤으며, 지난 2월 방송 보도 이후 등록말소 추진을 위해 수사기관과 여청단에 자료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현행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 제2조에 따르면 비영리단체는 ▲사업의 직접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일 것 ▲구성원 상호 간에 이익분배를 하지 않을 것 ▲사실상 특정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 또는 반대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특정 종교의 교리 전파를 주된 목적으로 설립·운영되지 않을 것 ▲상시 구성원 수가 100인 이상일 것 ▲최근 1년 이상 공익활동 실적이 있을 것 ▲법인이 아닌 단체일 경우에는 대표자 또는 관리인이 있을 것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요서울은 도청에 ‘여청단이 상시 구성원 수가 100인 이상인 것을 어떻게 확인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도청 관계자는 “여청단이 (회원의)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이 적힌 명단을 제출했다. 도가 그 가운데 몇 명을 임의로 (인원을) 추출해 전화상으로 회원 여부를 확인했다”며“(상대방으로부터) ‘회원이다’라는 확인을 받고 구성요건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도에 따르면 공익활동 실적 부분에 관한 확인은 여청단이 한 신고활동과 캠페인, 유흥가 정화활동 등의 봉사활동, 성매매를 근절하자는 취지의 시위·집회 활동 내역 등을 바탕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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