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씨는 남편이 사망하자 3개월 이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했다. 그런데 남편의 지인인 K씨가 C씨의 남편이 빌려간 5천만 원을 갚으라고 소송을 내면서 분쟁이 벌어졌다. C씨는 자신이 상속을 포기했기 때문에 돈을 갚지 않아도 주장했지만, K씨는 C씨가 상속포기 신고를 낸 나흘 뒤에 남편 소유였던 차량을 판 사실을 문제 삼았다. K씨는 "상속포기 수리 심판일 이전에 C씨가 상속재산을 처분하거나 부정소비했기 때문에 단순승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K씨의 주장은 타당한가?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다는 신고를 하였다고 해도 가정법원이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했다면 상속포기의 효력이 없고 단순승인으로 취급된다. 위 사건에 대해 1,2심은 상속재산을 처분한 시점이 상속포기 신고를 낸 이후라는 이유로 C씨의 손을 들어줬다. 즉 1,2심에서는 상속포기 신고를 한 후에는 재산을 처분하더라도 그것이 부정소비가 되어야만 단순승인의 효과가 인정되는데 C씨가 남편 소유 차량을 판 사실만으로는 ‘부정소비’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단순승인 효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2013다73520)에서는 원고승소 취지로 파기 환송하였다. 대법원은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는 상속인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에 신고를 해 가정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그 심판은 당사자가 이를 고지 받음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시하였다. 그 이유는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의사표시의 존재를 명확히 해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가 획일적으로 처리되도록 함으로써 상속재산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공동상속인이나 차순위 상속인, 상속채권자, 상속재산의 처분 상대방 등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했다면 이는 상속포기의 효력 발생 전에 처분행위를 한 것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26조 1호에 따라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 

반면에 상속포기 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부정소비’에 이르러야 비로소 민법 제1026조 3호에 의해 단순승인으로 간주되는 차이점이 있다. 1호의 ‘처분’과 3호의 ‘부정소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부정소비는 상속채권자의 불이익을 의식하고 상속재산을 소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예컨대 상속재산을 처분하여 그 처분대금 전액을 우선변제권자에게 귀속시킨 경우에는 부정소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C씨의 경우 상속포기 신고는 하였지만 가정법원의 상속포기심판이 나기 전에 재산을 처분하였으므로 단순승인으로 취급되어 K씨에게 남편의 빚을 갚아야 한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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