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남용 동반한 ‘고질적 변태성욕 환자’ 확실한 치료 어려워
‘변태성욕환자’ 치료 동기 확실해야 효과 동반

변태라는 말은 정상적이지 않은 성적 취향이나 그로 인한 행위를 보일 때 쓰이는 말이다. 흔히 알고 있는 바바리맨은 코트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다가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 앞에서 자신의 알몸을 보임으로서 성적인 만족을 얻는다.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다가 체포되었다는 뉴스도 종종 접하게 된다. 그 외에도 타인을 성적 또는 신체적으로 괴롭히면서 성적 흥분을 얻기도 하고, 반대로 모욕당하거나 구타당하고 묶이는 등의 고통받는 상황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기도 한다. 신발, 장갑, 스타킹 등의 물건으로부터 성적 자극을 얻기도 하고, 어린이와 같이 상호 동의에 이를 수 없는 대상에게서 지속적이고 강렬한 성적 욕구나 흥분을 얻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정상적인 성적 행동에 대한 기준은 달라지며 문화마다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정상적인 성행위와 변태성욕을 구분하는 것은 모호할 수 있는데,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차이점은 변태성욕의 경우엔 변태적인 행동과 대상에서만 성적 즐거움을 느끼고 추구하며 통상적인 성적 자극에는 감흥을 못 느낀다는 점이다. 반면 정상적인 성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간혹 변태적인 성 행동을 할지라도 전형적인 성적 자극에도 잘 반응한다는 점이다.

인간 성행위의 주된 기능은 친밀감을 표현하고 배우자와 협조하여 서로간의 즐거움을 만들어 내고 두 사람 간의 애정표현을 통해 깊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 있다. 하지만 변태성욕적 행동은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방법으로 관계를 갖기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관계를 단절시키게 된다.

변태성욕장애는 정상에 가까운 다소 일탈된 행동부터 자신과 성적 배우자 모두에게 해롭거나 파괴적인 행동,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심각한 행위까지 다양하다. 흔한 변태성욕장애로는 관음장애, 노출장애, 접촉도착장애, 성적피학장애, 성적가학장애, 소아성애장애, 물품음란장애, 의상도착장애 등이 있다. 

관음장애는 옷을 벗고 있거나 벗은 사람, 또는 성행위 중인 사람을 몰래 관찰하는 행위를 통해서 성적 흥분을 느낀다. 일반적으로 자위행위를 동반하며, 남자에게서 가장 많은 형태의 변태성욕장애이다. 노출장애는 거의 전적으로 남성에게서 나타나는데, 심리적으로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면서 여성 희생자의 경악, 놀람, 혐오스런 반응을 통해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상대방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되거나 자신과 성행위를 하고 싶어 하게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접촉도착장애는 대개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사람이 붐비는 공공장소에서 일어나며, 극치감을 얻기 위해 남성의 성기를 옷 입은 여성의 신체 일부에 문지르고, 어떤 경우에는 여성의 몸을 손으로 더듬기도 한다. 성적피학장애는 고통과 괴로움을 당함으로써 성적 흥분과 만족을 느끼고, 성적가학장애는 타인을 성적 또는 신체적으로 괴롭히면서 강렬한 성적 흥분을 얻으려고 한다. 소아성애장애는 6개월 이상 13세 이하의 소아로부터 지속적이고 강렬한 성적 욕구나 흥분을 느끼는데, 대부분 구강성교이거나 성기애무이며 질이나 항문성교는 흔하지 않다. 피해자는 소녀보다는 소년이 더 많다고 한다. 물품음란장애는 처음에는 신체 일부와 밀접하게 관련된 신발, 장갑, 스타킹 등의 물건으로부터 성적 자극을 얻다가 나중에는 국소부 편애증으로 변하기도 한다. 대상 물건은 유년시절의 중요한 인물과 관련된 물건들인 경우가 많다. 의상도착장애는 반대 성의 복장을 이용하여 성적인 흥분을 이끌어내고 성행위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일부 남자환자에서는 여자 옷을 입고 영구적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그 외의 성도착증으로는 모르는 인물과의 통화나 영상 등을 통해 자신의 성적 환상을 드러내고 상대방이 성적 대화를 하도록 유도하는 전화 및 컴퓨터 외설증, 시체로부터 성적인 만족을 얻으려는 시체성애증, 남녀성기와 구강을 접촉하는 것은 정상적인 전희의 행위이나 이후의 성교를 거부하는 등의 국소부 편애증, 동물과의 성행위를 통해서 성적 흥분을 전적으로 얻는 동물기호증, 상대방에게 배설하거나 배설물을 받고 배설물을 먹는 행위를 통해 성적 흥분을 느끼는 분변애증, 관장을 통해서 성적 자극을 얻으려는 관장애증, 상대방에게 소변을 누거나 소변을 받는 것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소변애증, 성적 절정감을 경험하기 위해 저산소상태를 유발하는 저산소애증 등이 있다.  

변태성욕장애는 성적인 적응에 이르는 정상발달 과정의 실패가 원인이라고 한다. 아버지로부터의 거세공포나 어머니로부터의 분리불안에서 기원하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특정 성도착증이 발생한다고 한다. 몇몇 연구에서는 생물학적인 요인이 관련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변태성욕장애 환자들은 치료를 원하지 않는다. 법적 문제인 범죄와 관련되어 있을 때, 강제에 의해 병원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치료에 대한 동기가 없으면 치료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환자가 치료에 대한 동기가 있다면 정신분석적 치료가 가장 권장되며, 약물치료로는 항안드로겐제제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도 사용될 수 있다.

변태성욕장애는 청소년 및 초기 성인기에 시작하여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데, 자신들의 성적인 쾌락을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변태성욕장애를 조절하거나 치료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발병 연령이 어릴수록, 도착행위가 빈번할수록, 죄책감이나 수치심이 없을수록, 약물남용이 동반된 경우 등에는 예후가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