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하이페리온 입주민 집단 반발 속사정

현대건설이 최근 서울 목동 하이페리온 입주예정자들과의 마찰로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소재의 ‘주상복합 하이페리온Ⅱ’가 바로 문제의 장소. 사건의 발단은 모델하우스의 자재와 실제 입주 아파트의 자재 등에서 차이가 크다는 점 때문이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입주 예정자들은 “현대건설이 지난 2002년 분양 당시 보여줬던 모델하우스는 고급스런 자재와 살고 싶은 느낌이 드는 궁전 같은 곳이었다”면서 지난해 10월 보여준 샘플하우스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풍스럽던 2002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예비 입주민들을 실망스럽게 만들었고, 더 큰 문제는 시공사가 분양 당시 했던 약속과 계약사항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입주예정자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집단소송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도 입주예정자들의 반발에 대해 “명예훼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하이페리온Ⅱ 주상복합아파트가 시끌벅적하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공사가 한창인 이곳이 한때 입주예정자들의 집단 항의로 몸살을 앓았다. 입주예정자들의 실력행사는 더 과감해졌다. 입주예정자들은 푼푼이 돈을 모아 일간지에 고발광고를 게재한 것. 현대건설측은 “입주예정자들이 합의를 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현대건설의 반론은 나름대로 일리는 있어 보인다. 입주예정자들이 ‘모델하우스와 다른 아파트’를 놓고 반발하는 경우가 건설업계에서는 흔한 시비거리이기 때문이다. 시행사들이 조감도 밑에 ‘이미지는 변경될 수 있다’는 문구를 기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집값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외부에는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특히 하이페리온Ⅱ처럼 979세대가 입주하는 고품격 주상복합단지의 경우는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분양 당시 높은 프리미엄이 붙은 히트상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평당 1,150만원에 분양된 하이페리온Ⅱ 56평형의 경우 현재 웃돈만 최고 11억원에 달할 정도라는 것이 주변 부동산업체의 설명이다.


너무 많이 바뀐 샘플하우스?
입주예정자들에 따르면 모델하우스만 본 입주예정자들은 지난해 10월 현대건설이 만들어놓은 샘플하우스를 직접 확인하면서 아연실색했다. 이 샘플하우스가 청약 당시의 모습과는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한 입주예정자 김 아무개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델하우스의 경우 미래지향적으로 설계되지 않느냐. 2002년 당시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정말 살고 싶을 만큼 최고급의 아파트였다. 하지만 공개된 샘플하우스를 보는 순간 지방의 연립주택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망연자실했다.
김씨는 이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건 나만의 생각인줄 알고 인터넷을 돌아보다 ‘하이페리온Ⅱ’ 입주예정자들이 만든 카페가 있다는 것을 알고 분노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카페 가입 후 다른 곳에 입주한 사람들로부터 연합해서 건설사의 횡포에 맞서 싸우자는 글귀가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와관련 “시설변경이 이뤄진 부분도 있지만 이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변경했다. 또한 모델하우스대로 시공했고 촬영화면 등도 근거자료로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임의변경 Vs 합의해서 변경 ‘주장’
이외에도 지하 휘트니스센터와 아파트 일부가 부실공사 의혹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있다. 입주예정자들에 따르면 현대건설측은 분양당시 수영장을 포함한 운동시설(휘트니스센터) 900여 평을 지하 1층에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곳이 찜질방과 사우나 시설 등으로 바뀌면서 사단이 난 것이다. 하지만 시행사인 코리아원 관계자는 “(입주민들의 반발을 감안해)휘트니스센터로 만들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입주예정자들은 또 설계도면상 지하 5층까지 돼 있는 지하주차장을 시행사측이 적법한 설계변경 절차 없이 임의로 지하 4층까지로 축소해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한다.
코리아원 관계자는 “지하5층에 지하주차장을 짓는 대신 지하 2~4층의 주차공간을 넓혀 그만큼 공간을 확보했고 이미 법원으로부터도 큰 문제없다는 판결을 받은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설계변경에 있어 차익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인정하면서도 “이 금액은 조경을 하고 잔디를 만드는 곳의 추가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분양계약서상에 ‘발코니는 입주자의 선택에 따라 확장여부를 결정’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시공사측이 세대별 의사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확장했다고 주장한다. 창호를 저가·저급품으로 바꿔 시공한데다 조형물 등 조경공사도 처음 도면 내용보다 저가품으로 변경해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입주예정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코리아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입주예정자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최대한 반영해왔지만 자꾸 무리한 요구를 해 더 이상 들어주기 어렵다”며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부 입주예정자들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일부 입주민들이 고급 마감재 및 외부벽 색이 당초와 다르다는 의견을 제시하는데 이는 분양가는 생각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입주예정자들은 “처음 분양한 내용 그대로만 지어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말 바꾸기를 하며 교묘하게 계약자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횡포를 부리고 있어 황당하다”고 한소리를 내고 있다. 또 “목동하이페리온 입주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선분양제를 악용해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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