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신임 군 수뇌부 장성들을 만난 자리에서 외세에 의한 치욕과 국란을 되플이하지 않겠다는 '절치부심(切齒腐心)'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보직 및 진급 신고식을 마친 후 환담하는 자리에서 "오늘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절치부심"이라며 "치욕이나 국란을 다시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그러기 위해 제대로 대비하고 힘을 기르는 정신 자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에게 절치부심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조선왕조가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등 잇단 외침을 당하면서도 군사력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던 점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어 "결국 우리는 나라를 잃었고 35년간 식민지 생활을 해야 했다"며 "식민지를 겪고 2차 대전 종전으로 해방됐지만 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됐고 분단된 남북 간에 동족상잔의 전쟁이 일어났다. 유엔군의 참전으로 겨우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렇게 전쟁이 끝났다면 이제는 우리 힘으로 우리 국방을 지킬 수 있는, 그리고 그 힘으로 분단도 극복하고 한미 동맹과 함께 동북아 안전과 평화까지 이뤄내는 국방력을 가지기 위해 절치부심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민간이 만약 해이하다면 적어도 군대만큼은 절치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전 후 거의 70년 가까이 아직도 한미동맹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우리가 독자적인 전작권까지 가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힘이 없으면 평화를 이룰 수 없다. 나는 대화를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핵도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화를 통한 해결도 강한 힘이 있어야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그런 주역들이 여러분이다.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내가 우리 군에 당부하는 것은 늘 같다"며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부응할 수 있는 군이 돼 달라. 남북 간의 합의, 특히 9·19군사합의로 인해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 앞으로도 우리는 9·19를 성실하게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금의 평화가 아직까지는 완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확고하게 정착하지 않았다"며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 안보 환경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강한 군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강한 군, 힘을 통한 평화는 비단 남북 관계에만 그치지 않는다"며 "우리가 언젠가는 남북 분단을 극복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도 세계 최강대국에 둘러싸인 것이 지정학적 우리의 안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한미 동맹을 굳건하게 하면서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지켜내는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욱 신임 육군참모총장, 원인철 공군 참모총장, 최병혁 연합사 부사령관,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 이동도 해병대사령관 등 군 장성 5명으로부터 보직 및 진급 신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군 수뇌부 장성 5명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임명된 김정수 특수전사령관 등 8명의 장성에게도 직접 수치(綬幟·끈으로 된 깃발)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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