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언주 의원과 그가 속한 바른미래당의 얘기다. 일찌감치 자유한국당 의원들과의 교류를 늘리며 ‘보수의 여전사’로 떠오른 이 의원이 바른미래당과 이별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정치권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단독 탈당·동반 탈당’, ‘한국당 입당·무소속’ 등 각론을 놓고는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고 4·3 보궐선거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 발 정계개편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의원의 고심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가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 표밭갈이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동시에 이 의원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의 ‘각별한 인연’도 새삼 회자되면서 이 의원이 ‘보수대통합’의 통로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 “몸집 키운 뒤 한국당으로 직행할 것... 문제는 부산 중·영도 공천”
- 황교안-이언주 ‘각별한 인연’… 친황계 ‘여전사’,보수대통합 ‘통로’ 되나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최근 행보에 야권의 관심이 쏠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고 표현한 데 대해 당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린 상황에서, 정가에서는 이 의원과 손 대표가 사실상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보고 있다. 지난 8일 이 의원이 거취 문제를 직접 밝히면서 탈당에 대한 의지도 확인된 상황이다.

중·영도, 조국에겐 ‘험지’
이언주에겐 ‘텃밭’

이 의원의 가장 유력한 행보는 한국당행이다. 이 의원이 지난해부터 자신의 지역구 경기 광명을 지역이 아닌 부산 중·영도를 자주 방문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의원의 차기 총선 출마지가 부산 중·영도를 지목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의원은 부산 영도구에 소재한 영도여고 출신이다.

여기에 김무성 의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해당 지역구가 비어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이 의원의 중·영도 출마설에 대해 “누구든 상의하면 잘 도와줄 생각”이라고 화답한 바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경남(PK) 차출설에 맞서기 위한 대항마 역할도 자처하겠다는 게 또 다른 이유다. 조국 민정수석이 차기 총선에서 PK 지역으로 차출될 경우, 유력한 지역구는 부산 중·영도구다. 조 수석이 부산 중구 혜광고 출신이기 때문이다.

만약 조 수석과 이 의원 사이의 대결이 성사되면 사실상 대선급 흥행몰이가 가능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 출신과 떠오르는 보수의 아이콘 사이의 ‘한판 승부’가 벌어지는 구도라서다. 이 의원은 이미 언론 인터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조 수석의 부산 출마는 대환영”이라며 맞대결 희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이 의원의 승리에 좀 더 무게추가 기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부산·울산·경남 지지율은 28.8%로 한국당(37.4%)에 밀리는 양상이다.

결국 부산이 조 수석에게 있어서는 ‘험지’인 반면 이 의원에게는 ‘텃밭’일 수 있다는 얘기다. (조사기간 지난 8~12일, 전국 유권자 2519명 대상,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p, 자세한 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여기까지는 정치권에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 의원의 탈당 시점과 방식 그리고 한국당 입당 시점이다. 앞서 이 의원이 “지켜볼 것”이라며 여지를 남김에 따라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바른정당에 있으면서 몸집을 키운 뒤 자유한국당으로 직행하려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손금주·이용호 의원은 세력도 소속 정당도 없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을 시도했다가 불발됐다. 반면 이 의원은 지난달 27일, 시민정치운동 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을 발족해 세를 규합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한국당에 입당하려면 부산 영도을 출마가 보장돼야 하는데 친박 성향의 황교안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 의원의 자리가 없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다음 총선에서 김무성 의원 지역구에 이 의원을 출마시킬 것이란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러나 황교안 체제가 들어서면서 없던 일이 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황 대표와 이 의원 간 ‘각별한 인연’이 회자되면서 이 의원의 한국당행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황 대표와 이 의원은 사법연수원 사제지간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사법연수원 29기로 입소했을 때 당시 황 대표는 사법연수원 교수였다.

실제로 황 대표는 지난달 6일 추경호 한국당 의원과 ‘시장경제살리기연대’가 공동주최한 ‘기업의 족쇄를 풀어라’ 세미나에 참석해 이 의원과 “아이고, 아이고” 하며 반가운 마음을 나타냈다.

“당내 생각 같은 사람 있어...”
‘단독 탈당’ < ‘동반 탈당’

이어진 축사에서도 황 대표는 “세미나를 공동주최한 시장경제살리기연대에는 우리 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면서 “우리 이언주 의원은 나와 각별한 관계인데, 잘 모르는가”라며 소개하기도 했다. 이 의원 역시 기자와의 만남에서 “보수진영에 황 대표만 한 인물이 있나”라며 치켜세웠다.

아직 당 내 친위세력이 단단하지 않은 황 대표 입장에선 이 의원을 측근세력으로 키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뿐만 아니라 ‘보수 대통합’을 외치며 당 대표로 당선된 황 대표가 이 의원을 시작으로 하는 통합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는 이 의원이 탈당 방식을 놓고 ‘단독 탈당’보다는 ‘동반 탈당’을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과도 맞물려 있다. 이 의원은 8일 라디오 방송에서 “현재 당내에서 저하고 생각이 같은 사람이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안 된다고 서명하신 분들이 있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반대에 서명한 이들은 유승민, 정병국, 이혜훈, 유의동, 하태경, 지상욱, 김중로 의원 등 대부분 바른정당 출신들이다. 이 의원이 황 대표의 숙원사업인 ‘보수대통합’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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