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때 기업경영의 핵심은 지식경영이었다. 남들보다 지식을 많이 쌓고, 정보를 발 빠르게 선점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해외의 저명한 지식경영학자가 방문해 세미나를 열면 모든 언론에서 그의 발언을 앞다퉈 소개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러한 지식경영의 흐름이 몇 년 새 창조경영이란 이름으로 바뀌고 있다. 지식과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창조적 발상과 혁신적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기업들은 직원들의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명상과 치유, 힐링 프로그램이다.

예전에는 직원 연수 프로그램이 레크리에이션과 같은 놀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이 화합하는데 주안점을 뒀으나 요즘은 내면의 재능과 천재성을 깨우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춤과 요가,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소리 명상과 숲 명상, 싱잉 볼 명상 등 전문적인 명상 프로그램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흐름은 외부의 지식과 정보보다는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일 때 느껴지는 직관이나 영감과 같은 내면의 창조적 에너지가 기업을 경영하고 사업을 펼쳐나가는데 절대적으로 유용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결국 감정이 고요해질 때 가슴에서 샘솟는 충만한 느낌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지혜와 통찰의 보고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 필자가 서울의 공연장에서 일을 할 때 문화마케팅을 제안하기 위해 기업을 방문해보면 직원들의 표정과 말투 등을 통해 그 기업의 조직문화를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어떤 기업은 전체 직원들이 생동감 넘치게 움직이면서 밝고 따뜻해 좋은 느낌을 받았으나, 어떤 기업은 직원들이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며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해 좋지 않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좋지 않은 느낌을 받는 기업 중에 유독 최고경영자(CEO) 혼자만 즐거워 보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는 열정적이고 신나 보이는 데 직원들은 기가 죽어있고 시무룩한 것이다. 전체 직원이 함께 만들고 성과를 공유한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최고경영자만 질주하듯 앞서 나가 있고 직원들은 마지못해 뒤에서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그야말로 최고경영자의 감정과 직원들의 감정이 따로 노는 것이다. 이런 기업이 과연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세상을 놀랄만한 파격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전쟁터와 같은 환경 속에서 기업이 승리하기 위해서 이제는 감정 경영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모든 직원들의 감정을 세세하게 챙기라는 뜻이 아니다. 전체 직원들의 감정을 열정과 설렘, 흥분, 기대 등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것이다. 모든 직원들의 감정이 균등하게 높아지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 기업의 감정지수를 상승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직원 각자의 창조적 에너지가 조직으로 퍼지면서 확대돼 세상에 없는 유일무이한 것을 만드는 극한의 에너지로 승화된다. 지금은 최고경영자 혼자만의 열정이나 몇몇 직원들의 창의력에 의존하는 시대가 아니다. 직원 전체의 높은 감정이 기적을 만드는 힘이고, 집단지성도 조직의 감정지수가 높아야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미션과 비전을 직원들이 즐겁게 공유해야 하고, 권한을 위임해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면서 인사 등의 제도를 선진화는 가운데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감정을 높일 수 있는 치유 프로그램을 접하게 해야 한다. 노르웨이의 게임음악 작곡가 Thomas Bergersen‘New Life'를 들으며 직원들의 감정지수를 높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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