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올 초 재계를 몰아치던 검·경의 수사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검·경 내부에서도 재계와 관련된 비리 의혹에 연루된 고위직 경영진에 대한 수사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여론이 버닝썬 사건과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으로 집중된 것을 감안하면 현재 굵직한 기업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은 더 낮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관측이기도 하다.

검·경 수사 역량 상당 부분 버닝썬·김학의에 집중
경기 악화에 따른 기업인 수사도 부담…불씨는 여전히 남아

단순 폭행에서 비롯된 버닝썬 사건이 연예계 마약과 불미스러운 사건 등으로 번지고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이 연일 매체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집중됐던 기업 사정이 잠잠해지는 모습이다.

검 vs 경 마찰로 보일까..부담에 수사 쉽지 않아

검찰청과 경찰청 내 포토라인에 서는 사람의 면모를 봐도 최근 들어서는 기업인 보다는 유명 연예인 또는 물의를 일으킨 일반인들이 더 많다.

최근 들어서는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된 대기업 사건과 관련해 비리 의혹에 연루된 고위직 경영진에 대한 수사를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소리도 들린다. 기소 전까지는 수사 상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방향으로 원칙을 정했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이 ‘기업인 비공개 수사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명분은 ‘기업인은 사인(私人)’이라는 논리다.

여기에 검찰은 동부지검에 대규모 수사단을 꾸려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해 재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버닝썬과 전쟁이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조직이 연루됐거나 혹은 과거 부실하게 수사했던 부분에 대해 스스로 재수사를 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검찰과 경찰 등이 기업을 상대로 진행하던 수사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나마 KT부정채용 의혹 수사 정도만 진도가 나가는 실정이다. 또한 버닝썬·김학의 두 사건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것을 감안하면 현재 굵직한 기업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은 더 낮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공통적 관측이다.

결국 진행되던 기업 수사들이 다시 본격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는 하겠지만 당분간은 재계 수사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수사가 기약 없이 늘어지는 것은 검찰과 경찰 모두 바라지 않고 있다. 길게 끌어봤자 좋을 것이 없다는 것.

검찰 출신의 한 의원은 “경제도 안 좋은 상황에서 사정 분위기가 지속되면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낀다. 검찰로서도 부담”이라고 했다.

정치인 연루 사건도 답보 상태

한편 사법농단 사건의 한 줄기인 정치인 재판거래 수사 역시 ‘감감무소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입법부 등 정치권 각 분야의 의혹을 일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종합적인 사실관계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현직 여당 의원도 연루된 만큼 정치인 수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