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이 사측이 낸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진정서의 일부분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이 사측이 낸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진정서의 일부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농협중앙회가 2017년 단행한 인사규정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2017년 5월 농협중앙회는 공문서 중앙(회원종합지원) 12101-***** ‘농 축협 직무범위규정 등 인사 관련 재규정 개정 알림’을 통해 개정된 인사규정을 알렸다.

당시 노조는 ▲직업 선택의 자유 ▲언론 출판의 자유 ▲통신의 자유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배제 등의 헌법적 기본권 침해를 우려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2019년 4월 현재까지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시행 중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도)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사측의 무성의함을 지적했다.

2017년 농협중앙회가 실시한 인사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7조 ①10. 다른 농축협에서 일반직으로 퇴직하고 1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다만 제17조 제4호 나목 및 제18조 제1항 제4호에 의한 채용은 제외한다. ▲제18조(신규채용방법) ①항 4. 사업활성화 등을 위해 중앙회 등 조합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및 다른 조합에 재직중인 직원(단, 재직하고 있는 조합 인사권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함)을 당해 직급으로 채용하는 경우 ▲제42조(응시자격) ②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조합장은 사업 활성화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중앙회 등 조합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중앙회 및 다른 조합에 재직 중인 직원(단 재직하고 있는 조합 인사권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 함)을 직급, 연령에 제한 없이 당해 직급으로 채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계약직 직원 운용 규정’과 관련해서는 5가지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에는 제12조의2(대기) 조합장은 직원이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직무를 부여하지 아니하고 대기를 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해 근무 성적 또는 업무실적이 불량할 때 ▲징계사유에 해당된 인사 위원회(징계위원회 포함)에 부의될 때 ▲명백하지 않은 사실을 적시해 언론매체에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내통신망 게시 등의 행위로 조합의 명예와 위신을 실추시키는 때 ▲사고 관련 가능성 등으로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때 ▲그 밖에 우리 조합 사무형편상 필요할 때 등으로 구체화했다. 

그런데 이 개정안들이 ▲직업선택의 자유 ▲언론 결사의 자유 ▲인사권남용 ▲감정 노동 강요로 인한 인격권 침해 등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상당 부분 침해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농·축협의 업무 성격상 퇴직 이후 1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은 영업상 비밀 보호를 위해 채용상 결격의 사유가 된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영업비밀 침해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어 만일 기업의 영업비밀이 침해된다 해도 손해배상 청구 등 영업비밀 취급에서 피해를 받은 기업은 별도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영입비밀 여부가 불명확하고 영업비밀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1년으로 제한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영업비밀로 인해 기업의 피해가 발행해도 사후 조치가 충분히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임의로 침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헌법 유린·노동권 제약”

재직 중인 직원이 다른 농·축협으로 일자리를 옮길 때 재직하고 있는 조합 인사권자의 동의를 얻도록 한 것도 논란이다. 노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동일 조건 대상자라는 단서를 두고 농·축협 사이에 인사 교류를 허용하던 것을 시도(군)인사업무협의회 승인을 거치면 가능하도록 한 것도 논란이다. 인사 교류 대상자의 폭이 넓어지고 방법도 쉬워져 노조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노동계는 ‘계약직 직원 운용 규정’과 관련해서는 사원판매 강제 행위, 통신의 자유 침해, 언론·결사의 자유 침해, 노동기본권 침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계약직직원운용규정은 계약직 직원의 대기의 사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대기는 통상 현재의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경우 업무상 장애 및 사고가 예견돼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직위 및 직무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 조치를 의미한다.

이는 노동자가 직무와 관련해 비위행위를 하거나 기업 질서를 해치는 등으로 인한 징벌적 제재인 징계와 다르게 운용되지만 노동현장에서는 사실상 징벌적 대기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규정에 따르면 대기는 징계가 아니며 대기의 경우 일반직군은 따로 대기 사유를 정하고 있어 비정규직인 계약직 직원에 대한 차별적 규정이라 할 수 있다.

노동계는 규정 개정안에서 지칭하고 있는 근무성적 및 업무실적에 공정거래법상 제재를 하고 있는 판매목표강제가 공공연히 이뤄지도록 하고 있으며 종합인사고과의 작성자는 책임자라는 점에서 성과제를 도입하지 않는 사업장에서도 성과제도의 도입과 매우 유사한 효과를 나타낼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위법한 사원판매강제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게 하는 것은 명백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노조는 농협중앙회 직원이 참여하도록 규정된 농협인사업무협의 제도와, 직원 서비스 모니터링 제도인 CS를 문제의 주 원인으로 지적하며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개정안은 무리한 감정노동 요구에 이어 노동자 스스로 감정노동을 지도하는 직원이 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노사관계를 나쁘게 하고 또 다른 자격급이 신설돼 자격급 취득을 위해 필요 없는 학습을 하게 돼 근로조건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우리사회에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는 감정노동의 문제를 오히려 강화시키는 개정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CS제도 때문에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타 서비스직군이나 금융 관련 사무원들보다 높은 수준이고, 농협인사업무협의를 통해 지역 조합의 직원을 채용, 전적, 해고하는 규정 때문에 중앙회에서 지역조합 인사에 간섭하는 부당노동행위가 만연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규정개정 사유에 대해 복수의 매체를 통해 “인사담당자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고 인사교류 직원경력 가점을 상향해 인사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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