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투자 수익’ ‘상생 이미지’까지 한 번에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사진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등이 지난 18일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1Q Agile Lab 8기’ 공식 출범식에서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EB하나은행)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사진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등이 지난 18일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1Q Agile Lab 8기’ 공식 출범식에서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EB하나은행)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권이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 육성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T)의 융합이 가속화되고 모바일 소비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이제 핀테크는 선택이 아닌 당연한 흐름이라는 인식에서다. 금융 환경 또한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행보도 금융사들의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과 육성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금융당국, 금융 규제 샌드박스 운영으로 지원 사격
최종구 금융위원장 “올해가 핀테크 산업 골든타임”

금융권이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들며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스타트업이 무럭무럭 클 경우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고 투자 수익을 노려볼 수 있으며, ‘동반성장’과 ‘상생’이라는 가치를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앞으로 3년간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해 2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에 나선다. 올해에만 직·간접적으로 5000억 원을 추가 투자한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원큐 애자일 랩(1Q Agile Lab)’ 8기 출범식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지 행장은 “앞으로도 적극적인 투자와 해외진출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상생 기반의 새로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과 생산적 금융 실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하나은행이 핀테크 산업 투자에 대한 기존 은행권의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과감하게 투자해 주기를 기대한다”며 “사업 간 경계, 국가 간 경계를 뛰어넘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핀테크 기업과 함께 만들어 달라”고 힘을 보탰다.

신한금융그룹도 향후 5년간 핀테크에 대한 직접 투자 규모를 250억 원으로 확대하고 6000개 투자 유망기업 풀을 조성해 2조1000억 원 규모의 혁신 성장 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투자 규모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신한생명 본사 디지털캠퍼스에서 ‘신한 퓨처스랩 제2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향후 5년간 혁신·벤처기업을 대상으로 2조1000억 원을 투자하고 특히 핀테크 기업에 250억 원을 직접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퓨처스랩은 현재까지 블록체인 기업 ‘블로코’ 빅데이터 분석업체 ‘빅밸류’ P2P금융사 ‘어니스트펀드’ 등 112개 스타트업을 육성했고 83억 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집행했다. 올해 선발된 기업은 총 40개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핀테크,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생활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652개 지원 기업 가운데 최종 선발됐다.

NH농협은행은 지난 8일 서울 양재동에 NH디지털혁신캠퍼스의 문을 열었다. NH디지털혁신캠퍼스는 농협금융이 조성한 2080㎡ 규모의 디지털 특구다. ‘디지털R&D센터’와 ‘NH핀테크혁신센터’로 구성된다.

‘디지털R&D센터’에서는 농협은행이 구축한 오픈API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인공지능·블록체인·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모델을 추가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2015년 설립한 ‘NH핀테크혁신센터’는 확대 운영해 스타트업 육성과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광수 NH농협 지주회장은 “혁신캠퍼스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며 입주 스타트업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일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 ‘디노랩’ 출범식을 진행했다. 디노랩은 기존 ‘위비핀테크랩’과 새로 편성된 ‘디벨로퍼랩’으로 운영된다. 위비핀테크랩은 사무공간, 경영컨설팅, 투자 등을 지원하고 디벨로퍼랩은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공모를 통해 디노랩 입주 기업 14개를 선발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디지털 혁신 기업의 요람인 디노랩을 통해 혁신성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지원하고 위비뱅크 등을 활용한 글로벌 온라인 채널을 구축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채널 확보 경쟁 치열

KB금융그룹은 지난해 11월 21일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KB 이노베이션 허브(HUB) 파트너스’를 출범시켰다. 이후 핀테크 육성 네트워크인 ‘허브(HUB)파트너스’ 결성을 마무리해 핀테크 육성프로그램의 기반을 완성했다.

한동환 KB금융지주 디지털부문 총괄임원은 “허브 파트너스 결성으로 기술력 있는 우수 스타트업과 육성 채널을 확보했다”고 자부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6월 BNW인베스트먼트와 1500억 원 규모의 ‘IBK-BNW 기술금융 2018 펀드’를 조성하고 혁신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 휴대용 음향 청취기기 혁신 기술 보유 기업인 크레신에 100억 원, 이달 초 인플루언서 기반 마케팅 혁신기술 보유 기업인 옐로스토리에 1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투자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해가 핀테크 산업의 골든타임이라며 핀테크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이달부터 금융 규제 샌드박스(규제 유예) 운영으로 핀테크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1일 신한퓨처스랩 출범식에서 “최근 유니콘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한 토스의 스케일업 투자는 대부분 해외투자자들이 했다”며 “앞으로 국내 금융권과 투자자들 힘으로 우리 핀테크 기업을 유니콘으로 키워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서 ‘역대급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인정받을 만큼 투자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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