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된 적 없는 ‘오프 더 레코드’인데…어떻게 알았나? 金, 朴 ‘불법도청’ 혐의로 검찰에 고발

일요서울이 입수한 김소연 대전시의원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성명불상자를 대상으로 제출한 고소장.
일요서울이 입수한 김소연 바른미래당 대전시의원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성명불상자를 대상으로 제출한 고소장.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불법 선거자금 폭로’부터 비어져 나온 김소연 바른미래당 대전시의원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이 다툼이 새로운 양상을 맞았다. 박 의원이 김 시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1억 원의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준비 과정에서 녹취록이 증거로 제출됐는데, 이를 두고 김 시의원이 ‘불법 녹음’이라고 주장하며 박 의원과 성명불상자를 고소한 것이다. 김 시의원이 제기한 고소장을 입수해 일요서울이 사건의 전말을 살펴봤다.


金 “누군가 대화 내용 불법 녹음해” 朴 “사실 무근…법정서 대응할 것”
朴→金에게 제기한 ‘1억 원’ 손배소 소송 과정서 ‘불법 녹음’ 논란 불거져


김소연 바른미래당 대전시의원이 자신과 기자들이 비(非)보도를 전제로 나눈 대화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이 불법 녹음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6.13 지방선거 이후 불거진 두 사람 사이 갈등이 점차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시의원은 지난 17일 대전시의회 기자실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주장하고 녹취를 한 것으로 여겨지는 성명불상자와 박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주거침입죄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김소연 바른미래당 대전시의원 [뉴시스]
김소연 바른미래당 대전시의원 [뉴시스]


녹취록 ‘증거’인데
대화자 A·B 불특정…‘의문’


김 시의원의 이번 고소는 박 의원이 지난해 12월 20일 그를 상대로 제기한 1억 원의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이하 손배소) 소송에서 비롯됐다. 
박 의원은 지난해 11월 김 시의원이 자신을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 혐의로 고소하고, 언론 인터뷰와 팟캐스트 방송 등을 통해 허위 사실이나 왜곡된 사실을 전했다고 주장했다. 

그로 인해 자신의 명예와 신용이 훼손돼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박 의원이 손배소 소송을 청구한 주된 배경이다. 
이후 양측은 답변서와 준비서면 등을 마련하며 법정 공방 준비 절차에 들어섰다. 이 가운데 지난 16일 박 의원 측이 준비서면을 제출할 당시 추가 증거로 낸 녹취록이 논란이 됐다. 

김 시의원이 해당 녹취록은 인터뷰 이후 기자들과 비보도를 전제로 한 사담을 기재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서울이 이번에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논란이 된 녹취록은 서울의 한 속기법인에서 지난 4일 작성했다. 하지만 녹음장소 명시가 생략됐고 녹음일자 ‘2018년 11월 중’, 대화자 ‘A : B’ 등으로 표기돼 대화가 진행된 정확한 시점과 상황을 특정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김 시의원은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할 때는 보통 그에 관한 설명으로 ○○○○년 ○월 ○일, 어디에서, 대화 당사자 누구와 누가 어떤 상황에서 녹음을 한 것이고 이 대화 내용을 봤을 때 어떤 점이 있다고 (명확히) 적는다”며 “이 녹취록은 (대화 당사자를) A, B로 (불특정)하고 날짜 역시 ‘11월 중’이라고 (불특정)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의원의 소송대리인은 지난 16일 준비서면에 이 녹취록을 기재하면서 “피고는 2018. 11. 16 대전 지역방송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중략) 허위사실을 분명히 말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출신인 김 시의원은 “준비서면에는 날짜와 대화 당사자를 특정했지만 누가 녹음을 했는지 (녹음 파일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 (이렇게 적는 것은)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번 일은 ‘물증’이 있는 것이다. 공인속기사가 속기해 법원에 제출한 녹취록은 보통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며 “파일이 없는데 허위로 (녹취록을) 쓰는 것이 아니고, 녹음 파일이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하지만 (확인 결과) 대화 당사자인 취재진과 내가 녹음하지 않았고, (설령 녹음을 했더라도) 유포는 전혀 하지 않았다”라며 “그렇다면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혀 그런 사실이 없으며, 법정에서 대응하겠다”며 “준비서면에 다 밝혀진 내용으로 (불법 녹음을 했다면) 그런 내용을 어떻게 밝히겠느냐.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고 밝힌 바 있다.

일요서울이 박 의원에게 재차 이번 논란에 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연합뉴스 답이 내 반응이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일요서울은 박 의원에게 해당 녹취록에 녹음장소, 녹음일자, 대화자 등이 특정되지 않은 부분에 관해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박 의원은 “법정에서 대응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녹음 파일을 입수한 경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녹음 안 했다’는데
어떻게 녹취록이?


고소장에 따르면 김 시의원은 박 의원과 성명불상자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주거침입의 죄를 적시하고, 두 사람의 범행이 공동정범 또는 교사범에 해당한다며 수사 기관에 이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는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또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즉, 김 시의원의 주된 고소 취지는 ▲박 의원이 제출한 녹취록은 김 시의원과 기자들 외에 제3자가 녹음해 제출한 것이 분명하다 ▲피고소인들(박 의원·성명불상자)은 김 시의원과 기자들 간의 대화를 불법 녹음할 목적으로 지난해 11월 16일 대전시의회 김소연 의원실에 출입해 승낙 없이 불법의 목적을 실행하기 위해 침입했다는 것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김 시의원은 당시 대전시의회에 있는 자신의 의원실에서 대전 MBC, TJB 대전방송, 대전 KBS와 공식 인터뷰 자리를 가졌고, 인터뷰 이후 세 기자들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철수시키고 잠시 남아 그에게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비보도)를 전제로 질문을 했다.

녹취록에 기재된 부분은 기자들과 사담을 나눈 내용일 뿐, 인터뷰 내용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당시 대화 내용이 방송 보도로 나간 사실도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불법 유포’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일요서울이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김 시의원은 “다들 그것을 걱정한다. (하지만 인터뷰에 참여한) 기자 세 명이 공통되게 ‘인터뷰 이후 카메라와 마이크를 모두 내보내고 (대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 “그 가운데 한 명은 정확하게 ‘인터뷰 녹음을 하지 않았다’고 했고, 두 사람은 ‘마이크를 모두 내보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들과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쳤고, 이것이 전화 통화 녹음이나 카카오톡 메신저에 기록돼 있다”며 “세 기자에게 확인서를 받을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불법 선거자금’ 폭로부터
‘불법 녹음’ 고소까지…


이 녹취록이 ‘증거’라는 점과 손배소 소송이 ‘민사’라는 점도 주의 깊게 살펴볼 대목이다. 현재 형사 소송은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위법 수집 증거 배제 원칙’이 적용된다. 반면 민사 소송의 경우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기는 ‘자유심증주의’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판사는 제출된 모든 증거를 살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시의원은 “형사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판사가 증거를 볼 수 없다. 피고인이 동의해야 (판사가 증거를) 볼 수 있고, 그 때부터 증거 능력이 생긴다”며 “하지만 민사는 (피고인이) 입증 취지를 부인하거나 나중에 (증거 취득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다는 점이) 밝혀진다고 해도 (판사가 증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두 사람이 대립각을 세우게 된 배경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시의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거쳐 대전시의회 배지를 달게 됐다. 당시 박 의원은 그를 ‘무혈입성’하게 도와준 인물로 평가됐다. 

하지만 그 이후 김 시의원은 지난해 9월경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박 의원 측근으로부터 불법 선거 자금을 요구받은 사실을 폭로하고, 같은 해 11월 박 의원을 상대로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 혐의로 고소 및 고발장을 냈다.

이후 이에 대해 검찰이 박 의원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김 시의원은 대전고등법원에 재정신청(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한 고소·고발인이 피고소인을 재판에 부쳐줄 것을 고등법원에 요청하는 제도)을 냈으나 지난 1일 기각됐다.

김 시의원의 ‘불법 선거자금 폭로’ 여파는 당내에도 몰아쳤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21일 채계순 대전시의원(비례대표)이 “부적절한 특별당비 문제 제기와 확인되지 않은 자신의 성희롱 발언 등 잘못된 사실을 공표해 나와 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김 시의원을 상대로 낸 징계 청원에 대한 심의를 거쳐 같은 해 12월 그를 제명 조치했다.

이후 김 시의원은 무소속 신분으로 지내다 지난달 4일 바른미래당에 입당해 시정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입당식에서 김 시의원은 폭로 이유에 대해 “불법선거관행을 바로잡고자 (민주당) 내부에서 계속 문제제기를 하다가 묵살당한 뒤 도저히 범죄를 묵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박범계 게이트 사건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공익제보와 내부고발자를 제도적으로 고발할 수 있는 방안에 최선을 다하고 특별 대책기구를 구성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이처럼 불법 선거자금 폭로로 야기된 법정다툼이 ‘불법 녹음’ 논란으로까지 번지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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