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미·북 사이에 “중재자 아닌 동맹 편에 서야”
문재인 미·북 사이에 “중재자 아닌 동맹 편에 서야”
  • 정용석 교수
  • 입력 2019-04-19 20:09
  • 승인 2019.04.19 20:11
  • 호수 1303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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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미·북 중재자 역할이 미·북 양측에 의해 거절돼 진퇴양난에 빠졌다. 문 대통령은 4월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거절됐다. 문 대통령은 미·북이 ‘포괄적 비핵화’ 방안에 합의한 뒤 북한이 영변핵시설과 일부 핵심시설을 폐기하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이 중재안은 북한이 그동안 고집해 온 것으로서 북의 단계적 ‘행동 대 행동’ 방식이다. 

그러나 이 ‘행동 대 행동’ 방식은 지난 날 미·북 간에 여러 차례 합의됐던 것으로 북의 핵 개발 자금과 시간만 벌어준 결과밖에 안됐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단계적 ‘행동 대 행동’ 방식을 거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가 하면 김정은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 연설을 통해 문 대통령의 미·북 중재 역할을 거부하며 비난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리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지랖’은 주제 넘게 아무 일에 참견한다는 뜻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었다. 이어 김정은은 “남조선 당국이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미국의 포괄적 방식을 거부하고 김정은의 ‘행동 대 행동’ 방식을 지지하라는 겁박이었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동에서도 김정은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포괄적 비핵화’ 방식에 따라 영변 핵시설 폐기, 비밀핵시설과 핵물질 목록 제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 금지, 핵탄두 및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완전 폐기 등을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북핵 폐기를 위해 빠져선 안 될 절대적 조건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을 조건으로 미국의 전면 제재 해제를 요구했고 트럼프에 의해 단호히 거부됐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4.11 워싱턴 회동에서 김정은의 ‘행동 대 행동’ 방식을 트럼프에게 설득했으나 거절됐다고 했다. 여기에 미국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의 대북 접근을 바꾸도록 설득하지 못했다”며 “대북제재 완화를 바랐던 문 대통령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북한 편에 서서 변형된 ‘행동 대 행동’ 방식을 트럼프 에게 설득코자 했다. 미국 조야에선 한국이 미·북 사이 “중간에 있는 게 아니라 미국과 동맹관계”라며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입장을 대변하면 동맹 사이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미국은 문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으로 간주하는데 반해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걷어치우고 북한 “이익을 옹호”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이 진퇴양난에 빠진 문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미·북간 중재자가 아니라 동맹국 편에 서서 북한이 ‘일괄 타결’안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길밖에 없다. 이것만이 북핵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만약 문 대통령이 계속 북의 편에 선다면 북핵 폐기의 기회를 잃고 우리 국민의 거센 반발은 물론 미국측의 경고대로 한·미동맹마저 해칠 수 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 부부동반으로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등 각별한 친교를 연출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각별한 친교 시현은 문 대통령을 존경해서가 아니다. 단지 문 대통령을 북한 편으로 옭아매 한·미관계를 이간시키기 위한 데 있다. 

김정은은 문재인을 절대 민족공동체 동반자로 보지 않는다. 오직 적화통일을 위해 이용하고 제거해야 할 자본주의 반동 수괴로 간주할 따름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음흉한 한·미 이간질에 넘어가지 말고 한·미 혈맹 편에 확고히 서야 한다.

■ 본면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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