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재수사는 아직, 윤 씨 혼자 고군분투 

윤지오 [뉴시스]
윤지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故 장자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까. 증언자 윤지오 씨의 등장으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진척은 없다. 일각에서는 윤 씨 혼자 고군분투한다는 말이 들린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과거와 달리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여러 언론들과 인터뷰에 나서며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지난 14일에는 북콘서트까지 가졌다. 촛불 집회를 준비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반대로 우려 섞인 소식도 들린다. 그녀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알아보자.

 

이병태 교수 “윤지오 이야기 조심해서 들어야, 이해충돌 때문”
윤 씨 “늦게 나올 수밖에 없던 이유, 섣불리 나서기 너무 위험했다”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윤지오 씨의 저서 ‘13번째 증언’ 북콘서트가 열렸다. 사회적으로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 많은  메체의 기자들이 몰렸다.

윤 씨는 책을 쓴 배경에 대해 “이 책을 언제 어떻게 출판해야할지 모르겠고 사실 비공개로 쓰고 싶었다”면서 “‘소설이다’ ‘허구적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조금 더 용기 내서 얼굴, 이름을 공개하고 제 에세이북을 냈다. 많이 숨기고 싶었던 부분도 담았고 한 권에 다 압축하기도 힘들었고 법조인 분들 10번의 수정을 거쳐서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래 살며 시집도 가고 싶고 아이도 낳아서 엄마가 되고 싶다”며 “과거 제 모습을 돌아봤을 때 창피하고 싶지 않았다.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자녀를 양육할 때 ‘엄마가 이렇게 했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밖에 윤 씨는 “성상납을 한 적 없지만 그런 제안을 들었던 게 살면서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자책했다”며 “우울증이 생기고 (장자연) 언니와 동일한 방법으로 1차례 (목숨을 끊는) 시도를 했는데 빨리 발견돼서 응급차로 이송돼 두 달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힘든 시절을 털어놓기도 했다.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간 그의 삶이 어땠을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국내에 돌아와 고 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그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경찰의 본격적인 보호가 시작되기 전까지 그의 한 지인은 하루 한 번씩 그와 통화를 하면서 그의 안전을 확인하기도 했다.

 

언론사 회장·기자와 
진실 공방 벌이기도

 

진실싸움에 나선 윤지오 씨는 최근 한 언론사 회장과 관련 기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북콘서트 후 기자간담회에서 윤 씨는 A회장으로부터 꽃을 배달 받았다며 어떻게 보면 스토킹인데 집을 아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추후 해당 언론사 기자 B씨는 그 꽃을 보낸 사람이 본인이라며 취재를 위해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경찰이 확인했던 꽃다발 사진과 함께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윤 씨가 했던 발언 중 일부가 경찰 자료에서 확인이 안 된다는 점이다. 윤 씨는 꽃다발 속에 카드(메모)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작성한 문서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다. 당시 윤 씨가 카드를 빼고 경찰에 넘겼었는지는 알 수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반대로 B씨는 H대학에서 윤 씨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지만 윤 씨는 이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들 반격 시작
박훈 변호사 소송전 예고

 

이런 가운데 박훈 변호사는 윤지오씨와 소송전을 예고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이제 ‘윤지오 사건’에 정면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장자연 사건’이라 아니라 ‘윤지오 사건’이라 명명한다”며 “이미 모든 준비를 끝냈고 다음 주부터는 윤지오에 대한 실제 피해자들을 대리하여 윤지오에게 전방위로 법적, 정치적, 현실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윤 씨가 봤다는 이른바 ‘장자연 문건’의 실체를 의심했다. 그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님이 본 장자연 문건에 4~50명이 있었는데 그게 2009년 3월 12일 봉은사에서 유장호가 보여줬다는 것에 있었는지요?”라며 “님이 본 것이 진짜 봉은사에서 본 것이 맞는지요?”라고 되물었다.

그리고 박 변호사는 “‘유일한 목격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신 님에게 마지막으로 질문합니다. 님은 나를 마주할 것입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님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으로 님에 대한 존중은 끝을 보겠습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라며 또 다른 진실게임에 대해 선전포고 했다.

일각에는 故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로 나선 윤 씨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잠자코 있다가 왜 이제야 나왔냐는 질문과 함께 그가 낸 책 때문이다. 그가 낸 책 ‘13번째 증언’은 최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마디로 상업성을 위한 게 아니냐는 의심들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윤 씨와 관련 이해출동을 경고했다. 이 교수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장자연 사건과 윤지오의 책 장사’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나는 이 사건에 주목하지 않았다. 오늘 유튜브 보니 동영상이 많다. 이 사건의 재조사는 윤지오라는 나는 알지 못하는 연예인의 폭로가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말하며 “그런데 이 연예인이 이와 관련 책을 내면서 기자회견을 한다. 이렇게 되면 윤지오의 이야기는 조심해서 들어야 한다. 바로 이해충돌의 경우이기 때문이다. 사건을 이슈화해 성공할수록 자신이 취하는 경제적 이익이 커지기 때문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이 교수는 “선진국의 언론들은 진행 중인 사건에 언론에서 돈을 받거나 이번 경우처럼 책을 내서 경제적 이익을 취하면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취급을 안 한다. 그것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했을 가능성 때문이고 언론의 신뢰성이 유실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 씨는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이미 그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지난 북콘서트에서 “하루에 1시간 잔 지 한 달이 넘었는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왜 이제야 하느냐’ ‘이익 추구하려 나오는 것 아니냐’고 묻는데 사실 지난 10년간 13번의 증언을 마친 바 있다. 이제 16번 했다”며 “지난 10년간은 솔직히 한탄스러운 적이 많았고 외면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늦게 나올 수밖에 없던 이유는 섣불리 나서기 너무 위험했다. 13번 증언을 못할 것 같았다”며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언니와 여러분이 지켜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노여움으로 질타하고 싫어하는 분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분들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제 윤 씨는 조만간 캐나다로 떠난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서지만 그곳에서도 해외 언론을 상대로 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장자연 사건 2막’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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