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포-죽전 현장 취재

자료제공: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

#1 “죽전 지구 내 중소형 아파트 사시는 분들이 용인 주변 지역 대형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서 기존아파트를 급매물로 많이 내놓고 있어요. 대출이자도 감당이 안되니까 싸게 팔아 치워서라도 빨리 자금을 마련하려는 거죠”

#2 “가장 고점이었을 때 보다 아파트 가격이 30% 가량 가격이 빠졌습니다. 매수자가 없어요. 이제는 시장께서 투자수요에서 실수요자로 재편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운이 좋으면 아주 싼 급매물만 거래되고 지금은 거의 전·월세 위주로 밖에 장사가 안되네요.”


용인 죽전지구에서 만난 중개업소 대표들은 한결같이 시장의 어려운 사정을 토로했다. 거듭된 부동산 침체 속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분당과 맞닿은 죽전지구는 용인 내에서도 하락폭이 큰 것으로 알려져 부동산1번지 스피드뱅크(www.spe edbank.co.kr)가 그 현장을 찾았다.


용인 침체 속, 죽전지구 힘 빠지네

청명한 가을 날씨와는 다르게 중개업소 분위기는 다소 어둠이 깃들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한적한 모습은 당연해 보였지만 적막한 공기는 현재 용인 아파트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듯 했다.

죽전지구 내 아파트 거래만 전문으로 한다는 H중개업소 대표는 “그 동안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한달 반 정도는 가격이 보합이었다”며 “아파트를 빨리 처분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급매물이 많지만 아주 싼 것만 거래될 뿐”이라고 했다.

용인 아파트 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특히 죽전지구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신도시 중 가장 하락폭이 깊은 분당과 직접적으로 맞닿은데다 남부 지역으로 공급 물량이 크게 늘면서 아파트 가격에 빨간 신호등이 켜진 것이다.


강남-분당 하락 vs 갈아타기 수요 탓?

또 강남 아파트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자 연쇄적으로 수도권 주요 지역에 영향을 미쳤고 강남 영향권에 있는 분당, 그리고 바로 인접한 죽전 아파트 값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죽전지구는 용인에 속하지만 분당과 가까워 많은 부분 생활 영역을 같이 하고 있다. 죽전역은 인근 아파트 단지와 거리가 있어 주로 마을 버스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죽전 내에서도 오히려 오리역에 내려야 죽전 지구 내 이동이 편리할 때가 있다.

죽전지구 내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죽전역은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를 이용할 때나 편리하지 집으로 갈 때는 오리역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간다”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도 “외지에서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죽전역보다 오리역을 이용해서 오라고 한다”며 “내부 사람들은 그런대로 죽전역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역 주변이 그다지 편리하지 못해 분당 오리역도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단편적인 예지만 이처럼 지하철 이용 조차도 분당의 영향을 크게 받는 죽전지구는 아파트 값 역시 분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여건을 갖고 있다.

분당의 영향권 아래 있다는 원인과 더불어 가격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은 중대형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하는 수요자들이 기존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놓은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기존단지 내에서 갈아타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택지지구에서 아파트 분양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또 추가하락이 두려운 매도자들이 물건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죽전J중개업소 대표자는 “중도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기존 아파트 매도를 서두르고 있다”며 “판교 신도시 입주를 앞두고 가격 하락을 우려한 죽전지구 입주민(혹은 투자자)들의 조바심 섞인 매물도 시장에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죽전 지구 주변으로는 판교, 광교 신도시, 수지구 내 택지지구를 비롯 흥덕, 청덕, 구성, 구갈, 동백, 보라, 공세지구 등 새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게 된다. 또 더 남쪽으로는 화성 동탄1·동탄2신도시, 오산 세교신도시 등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대규모 주거지역이 조성된다.

그러나 기존 아파트 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분양가가 높다는 지적이 일면서 분양을 받은 사람들의 부담은 점점 커져가는 상황에 처했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은데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매수심리가 더욱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몇 억원을 손해 보더라도 기존 아파트를 싼 값에라도 팔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매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물건을 내놓는 것이다.


급매물… 급매물!

용인 지역 아파트 값은 판교 후광 효과를 얻으며 급등세를 나타내다가 2007년 상반기부터 현재까지 계속적인 침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04년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죽전지구는 신세계백화점 입점(2007.3), 단국대 이전(2007.8), 죽전역 개통(2007.12) 등 굵직한 지역 호재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용인 지역 아파트 값 추이를 보면 전체 가격은 별다른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죽전 일대에만 국지적으로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약 2년간 침체를 나타낸 용인 지역 아파트 시장은 최근 들어 더 상황이 좋지 않다. 아래 그래프는 스피드뱅크에서 조사한 죽전현대홈타운3차1단지 109㎡(33평형) 시세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최근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이보다 가격이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한 매물들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아파트 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개업소에서는 “죽전현대홈타운4차3단지 109㎡(33평형)의 경우 최고가격은 5억7000만~5억8000만원 선에 거래가 됐지만 최근 급매물은 3억7000~3억8000만원 선에 나온다”고 했다. 죽전현대홈타운4차1단지 165㎡(50평형)의 경우에도 최고가는 8억원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6억5000만원이 일반적이고 급매물은 6억원 가량이다. 중대형 모두 최고가 대비 2억원 가량 빠진 셈이다.

죽전지구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전에 올랐던 가격은 사실 정상적으로 올랐다고 할 수 없다고 본다”며 “그래서 용인이 버블세븐에 지목된 것이 아니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덧붙여 “지금 상황에서는 가격이 더 내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 매도자들이 애가 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죽전지구 입성 고려한다면?

“계속 떨어지니까 더 떨어질 거라는 기대로 매수 대기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지금이 바닥인 것 같기도 하고...시장이 어떻게 흐를지 예측은 어렵지만 일단 내년 3월까지 지켜보려고 합니다.”(죽전지구 K중개업소 관계자)

“중개업자들도 가격을 전망하기가 쉽지 않아요. 올 가을쯤에는 반등할거라 예상했었는데 그것도 빗겨갔네요. 이제는 저도 관망하고 있습니다”(죽전지구 A중개업소 대표)

앞으로의 죽전지구 아파트 값에 대한 질문에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대답하기를 어려워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가격을 내다보기란 다소 불확실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용인도 이제는 투자수요에서 실수요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매가 가능 했을 때 쉽게 사고 팔아 시세 차익을 거둬 투자자들의 자산을 불려줬던 용인 아파트는 이제 그 성격이 바뀐 것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9ㆍ1세재 개편으로 내년 7월 이후부터 1가구1주택자의 양도세비과세 거주요건이 강화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세동반 매입은 다소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죽전 지역에 관심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택지지구 내 입주 4년 미만 단지들이 가격이 많이 빠졌으므로 노후단지보다 이들을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규 아파트 는 노후가 진행된 분당 아파트에 비해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으므로 용인 지역 입성을 고려하는 수요자라면 역세권 주변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을 눈 여겨 봐야 할 것이다.


※ 죽전지구는?

2004년 입주가 시작된 용인의 대표적인 택지지구로 지리적으로 분당과 맞닿아 있다. 때문에 생활권역이나 부동산 흐름이 분당 신도시 영향권에 놓여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최근 전반적인 아파트 시장 하락 속에 죽전지구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수억원씩 떨어진 급매물이 쌓이고 있다. 현재 용인에서 유일하게 분당선 개통으로 인한 역세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강남-분당과 남부 주거지역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죽전지구는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과 보정동에 위치해 있고 기존 취락지구를 끼고 조성이 됐다. 이 지역 일대야 어디든 공기 좋고 자연 환경이 우수하다고 하지만, 계획적으로 지어지지 못한데다 주변에 대학교가 많고 주거지로서 다른 택지지구에 비해 쾌적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편으로는 분당선을 이용하기 쉬울 뿐 아니라 교육 인프라가 풍부하고 대학가 상권 등을 이용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용해 주변 성복동이나 신봉동에 비해 젊은 층 거주자가 많은 편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